책의 향기




박형준, 『재벌, 한국을 지배하는 초국적 자본』, 책세상

권력자본론의 시각에서 본 한국자본주의

한국 자본주의에 대한 연구서가 한 권 나왔다. 저자는 박형준이다. 저자는 캐나다 요크 대학에서 ‘권력자본론’을 개념화한 닛잔(J. Nitzan) 교수에게 배웠다고 한다. 이 책은 책세상 ‘GPE 총서’의 6번째 책이기도 하다. 이 책은 크게 두 부분으로 구성되어 있다. 1부에서는 권력자본론의 시각을 설명하고 2부에서는 권력자본론에 입각해서 한국 자본주의의 진화를 세 부분으로 나누어서 설명한다. 자본주의 권력의 형성, 자본주의 권력의 구조조정과 97년 위기, 97년 이후 자본주의 전환이 바로 그것이다. 저자의 권력자본론 분석이 기존의 분석들보다 어떤 점이 뛰어난지는 독자들이 판단하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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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디스 버틀러, 『윤리적 폭력 비판: 자기 자신을 설명하기』, 양효실 옮김, 인간사랑

근대적 책임 윤리를 넘어서는 윤리적 주체를 정초하기

버틀러는 근대적 주체가 국가주의와 종교적 근본주의에 접합되면서 오늘날의 전지구적인 폭력에 침묵하거나 동조하는 데 인식론적 전제로 동원된다는 점을 비판한다. 이 책에서 버틀러는 나르시스트적 독백에서 멈춘 근대적 책임 윤리를 넘어서기 위해, 책임은 2자적 구조 안에서 벌어지는 대화의 문제임을 강조한다. 버틀러가 말하는 인간은 일인칭 독백에 갇힌 채 구조를 반복하는 종속된 존재가 아닌, 언제나 ‘너’에게 말하면서 비로소 ‘나’가 되는 담론적 상황, 말걸기의 맥락 속에 노출된 존재이다. 버틀러는 우리가 무엇을 아는가, 무엇을 하는가가 아닌, 무엇을 모르는가 무엇을 할 수 없는가로부터 윤리적 주체를 정초해야 한다는 점을 역설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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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터 슈포르크, 『인간은 유전자를 어떻게 조종할 수 있을까』, 유영미 옮김, 갈매나무

유전자 사용법을 알면 미래가 바뀐다

‘후성유전학이 바꾸는 우리의 삶, 그리고 미래’가 이 책의 부제다. 후성유전학은 유전체의 성립을 다루는 것이 아니라 성립 이후에 그것이 변화하는 양상을 연구한다. 이를 통해 후성유전학은 사람이 유전자의 노예가 아니라는 것을 증명한다. 저자는 인간을 컴퓨터에, 유전자를 하드웨어에 비유한 후, 후성유전학은 하드웨어를 활용하는 소프트웨어를 해독하는 것이라고 설명한다. 마치 디스크조각모음을 실행하고 나면 하드디스크가 빨라지는 것처럼, 후성유전학은 우리 유전자의 가능성을 끌어낼 것이라는 게 후성유전학자들의 믿음이다. 물론 이 책은 유전물질을 어떻게 조절할 수 있는가에 대한 비기를 전수하는 책이 아니다. 후성유전학자들은 건강 전도사가 아니다. 다만 그들은 건강한 삶의 방식이 신체와 정신을 어디서 어떻게 변화시키는지, 그 변화는 언제 가장 민감한지를 설명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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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효서, 『별명의 달인』, 문학동네

오로지 소설로만 존재하는 사람

등단 23년 차 작가 구효서의 신작 소설집이다. 2009년부터 2011년까지 문예지에 실린 단편들이 실렸다. 이번 단편집은 『시계가 걸렸던 자리』, 『저녁이 아름다운 집』에 이은 여덟번 째 소설집이다. 표제작 ‘별명의 달인’은 화자가 자신을 정확하게 안다고 생각했던 학창시절 친구를 찾아가는 이야기다. 화자의 아내는 “당신은 제대로 아는 게 없어”라는 말을 하고 그를 떠나고, 그는 아내의 말을 알고 싶어서 잊었던 친구를 찾아간다. 이 소설집에 실린 소설 여덟 편은 ‘나’와 타인에 대한 성찰에 대해 말하고자 한다. 나는 ‘나’도 ‘너’도 모른다. 그것이 이 소설들이 말하는 성찰의 시작이다.
출처 : 고려대학교 고파스 2024-04-29 08:50:3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