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학부생이 대학원 신문을 읽고

박원익 본교 경제학과 학부과정



  학부생 입장에서 대학원 신문을 읽다보면 먼저 드는 감상은 ‘부러움’이다. 우선 가장 인상적인 것은 <시론인터뷰>, <쟁점기획> 그리고 <학술동향>이었다. 독자적인 논조를 띠고 깊이 있는 논의를 할 수 있다는 것이 인상적이었다. 물론 학문을 진로로 잡은 입장과 그렇지 않은 입장의 차이가 있겠지만 다른 것보다 편집권이 독립되어 있다는 것이 고대신문과 대학원 신문의 차별점이 아닐까 생각한다.

  한편으로는 지면을 읽으면서 해당주제를 둘러싼 반론과 논쟁들을 적극적으로 실으면 내용이 더 풍성해질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시론인터뷰>에서는 최근 정의당의 심상정 의원에 관해 심층면접을 했다. ‘사회민주주의’를 본격적으로 기치를 내걸고 창당한 정의당의 노선에 대한 상세한 설명과 더불어, 심상정 의원 개인의 인생역정을 엿볼 수 있어서 좋았다. 한편으로 ‘사민주의는 한마디로 자본주의를 민주주의로 바꾸는 것’이라는 설명에 대해서 석연치 않은 기분을 버릴 수 없었다. 민주주의를 통해 자본주의를 ‘통제’하겠다는 저 발상이 그 동안 얼마나 성공적이었는지 의문이 들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가 말하는 ‘사민주의’만으로는 그것이 그 동안의 ‘경제민주화’ 담론과 얼마나 차별적인지 알기 힘든 부분도 있었다. 해서, 인터뷰이에게 다소 도발적일 수 있는 예리한 질문도 있으면 읽는 측의 재미도 쏠쏠하겠다는 느낌이 든다.

  <쟁점기획>에서는 학내 성폭력 대책과 제도가 미비한 현실을 정확하게 지적했다. 학부생으로서도 마땅히 관심을 가져야 할 사항인데, 잘 알지 못한 부분도 알게 되어서 부끄러운 기분이 들었다. 한편 성폭력 문제는 대학원, 학부를 떠나 학내사회가 전반적으로 대응해야 할 문제이다. 이를테면 기층과반에서 학생들의 거부감으로 여성주체나 여성국이 제대로 세워지지 못하는 경우도 많은데, 대학원의 외연을 넘어서는 부분이긴 하지만 학부생들의 일상적인 문제나 고민도 발굴해서 다뤄준다면 연대 차원에서 좋은 결과가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또한 성폭력 문제에 학내 구성원들이 전반적으로 그 심각성을 인지하고 있으나, 여전히 ‘여성주의’라는 이름에 대해서 거부감을 느끼는 사례도 많다. 이에 대한 고민도 든다.

  <학술동향>은 그 동아 꾸준히 논란이 되어온 ‘기본소득론’에 대해 자세히 소개해서 흥미롭게 읽었다. 기본소득의 취지야 훌륭하다고 생각되지만 한편으로는 옹호자측에서 기술적인 수준의 논의를 넘어선 재원에 대한 고민(기본소득의 재원은 결국 자본이 생산한 이윤에서 나오는 것이 아닌가?)이 부재하다는 생각도 들었고, 획기적인 소득의 재분배만으로 과연 ‘노동시간 단축’, ‘완전고용’, ‘생태사회 실현’, ‘여성주의’ 등등의 저 모든 효과를 거둘 수 있는지도 의문이다. 또한 보편적 복지를 현물형태로 실현할 것인지, 화폐형태로 실현할 것인지에 대한 선택의 문제도 다뤄지지 않았다는 생각이 든다. 다시 말해 기본소득을 실현하는 데서 생기는 ‘기회비용’이 드러나지 않은 것 같다. 최근 기본소득론을 둘러싼 논쟁이 있었는데, 그 논쟁지점들을 함께 살펴보면 좋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도 든다.

  <저자와의 대화>는 ‘피로사회’를 연상시키는 ‘과로사회’의 저자에 대한 소개를 실었다. 장시간 저임금 노동체제가 지속되고 있다는 문제제기야 많은 사람들이 이미 피부로 느끼고 있던 부분이지만 이후 후속연구에 대한 계획이 자세히 실어져 있어서 흥미롭게 읽었다. <저자와의 대화>가 해외저자보다는 꾸준히 국내저자들을 인터뷰한 것이 인상적이고 그러한 기조가 유지되었으면 하는 바램이 있다. 한편으로 ‘저자’ 못지않게 ‘역자’ 역시 학문적으로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생각이 드는데, 역자로서의 고민과 의도를 다루는 <역자와의 대화>라는 형식을 시도해보는 것은 어떨까 하는 생각이 머릿속을 스친다.  
출처 : 고려대학교 고파스 2024-04-29 07:14: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