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형신경과학(cosmetic neuroscience)와 브레인 도핑

강 준
의과학과 석사과정

-

만약 매일 아침 당신의 뇌에 자극을 가함으로써 집중력을 향상시킬 수 있다면, 당신은 기꺼이 자신의 뇌에 전류를 흘려 보내겠는가?

생각보다 훨씬 많은 이들이 이 제안에 매력을 느낀다. 두피를 통해 약한 전류를 흘림으로써 피질을 자극하는 경두개 직류 자극(tDCS)이 인지 기능 향상에 효과를 나타낸다는 연구가 널리 알려지면서 [1][2], 많은 아마추어 신경과학자들이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정보를 교환하며, 9V 전지와 거즈로 만든 핸드메이드 자극 장치로 자신의 뇌 기능을 향상시키는 실험에 열중하고 있다[3]. 물론 이는 위험천만한 행동이다. 순간적으로 과도한 전류가 흐르기도 하고, 잠시 동안 실명 상태를 겪었다는 보고도 존재한다.[3] 경두개 직류 자극은 다른 많은 기술들처럼 본래 치료 목적으로 개발된 것으로 치료 및 연구 목적으로 단기간 사용하는 경우의 안전성은 어느 정도 검증된 상태지만, 가이드 라인 없이 장기적으로 사용할 경우 나타날 수 있는 부작용에 대해서는 아직 충분한 연구가 이루어 지지 않은 상태이다.

하지만 얼마 전 최초로 일반인을 대상으로 경두개 직류 자극 장치가 발매 한 달 만에 매진되는 등 선풍적인 인기를 끈 사실에서 보듯 [2], 사람들은 그 안전성이 충분히 검증되지 않았다고 해도, 인지 기능을 향상시킬 수 있다는 데 커다란 매력을 느낀다.  인위적으로 두뇌를 자극해 인지 기능을 향상시키려는 시도는 그리 새로운 것이 아니다. 1990년대에 학창시절을 보낸 이들이라면, ‘집중력 학습기’ 를 기억할 것이다. 알파나 베타 파장으로 동기화된시각-청각 자극(Audio-Visual Stimulation)을 이용해 뇌파의 변화를 유도하는 이들 장치는, 현재까지도 꾸준히 개량을 거듭하며 판매되고 있고 최근 발표된 몇몇 연구들에 따르면 실제로 진정작용 및[4], 단기적인 인지 기능 향상에 효과가 있다고 한다. [5][6].

신경과학자 Roy Hamilton은 다소 시니컬한 어조로 이러한 기술들을 ‘cosmetic neuroscience’라고 이름 붙인다[3] . 마치 외모에 대한 사회적 요구에 부합하기 위해 미용 성형 수술을 받듯, 더 오래 깨어 있고, 더 효율적으로 일하라는 사회의 요구에 맞춰 뇌 기능을 조작한다는 의미다. 아름다움이 일종의 권력으로 작용하는 사회에서 성형 열풍이 불듯, 지적 능력이 중시되는 사회에서 인위적으로 인지 능력을 향상시켜주는 기술이 인기를 끄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인위적으로 뇌 기능을 향상시키는 기술이 유행하는 것은 성형 열풍보다 훨씬 큰 파급 효과를 나타낼 수 있다. 현대 사회의 많은 평가 제도가 지적 능력에 초점을 맞추어 만들어져 있기 때문이다.  공정한 경쟁이 이루어지기 위한 핵심 조건 중 하나가 경쟁 수단의 공정성임을 상기할 때, 경두개 직류 자극을 비롯하여 인지 기능을  향상시켜줄 것으로 기대되는 여러 기술들의 상용화는, 공정한 경쟁의 기준을 정하는 것을 한층 어렵게 만든다. 스포츠 경기에서 도핑이 문제가 되는 까닭은, 단련한 신체와 정신력 이외의 수단에 의지해 경기력을 높이는 것은 공정하지 않다는 사회적 합의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지적 능력으로 경쟁해야 하는 상황에서 인위적으로 뇌 기능을 향상시키는 행위 역시, 스포츠 경기에서 약물 도핑(doping)이 문제가 되는 것처럼 일종의 인지적 도핑(cognitive doping)으로 문제삼아야 할는지도 모른다. 손바닥 만한 작은 장치 하나로 더 빨리, 더 정확히 사고할 수 있다는 것은 분명 매력적인 일이다. 하지만, 새로운 기술의 보급에 열광하기에 앞서, 그 사회적 파급 효과에 대해서 보다 신중하게 접근할 필요가 있다.

[1] Hoy, Kate E., et al. "Testing the Limits: Investigating the effect of tDCS dose on working memory enhancement in healthy controls." Neuropsychologia(2013).
[2] Metuki, Nili, Tal Sela, and Michal Lavidor. "Enhancing cognitive control components of insight problems solving by anodal tDCS of the left dorsolateral prefrontal cortex." BrainStimulation (2012)
[3] Sally, Adee. “Zap your brain into the zone: Fast track to pure focus”, NewScientist2850(2012)
[4] Kang, Jong-Man, et al. "Audiovisual stimulation with synchronized pulsed tones and flickering lights set at a delta frequency can induce a sedative effect." Koreanjournalofanesthesiology(2011)
[5] Tracy, Joseph I., et al. "A test of the efficacy of the MC Square device for improving verbal memory, learning and attention." International Journal of Learning Technology (2007)
[6] Dhaka, Poonam, V. L. Chouhan, and Dharm Singh. "The Impact of Light-Sound Stimulation on Intelligence in Teenagers." Journal of Scientific and Industry Research (2013)
출처 : 고려대학교 고파스 2024-04-29 10:46: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