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교 세종캠퍼스 학생회관(학관)내 자치공간 부족으로 학생들이 컨테이너 박스 설치까지 들고 나왔지만, 학교는 규정과 안전을 이유로 불가하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현재 학관 뒤편에는 △교내 서점 △인권복지위원회(회장=김이환, 인복위) △경상대 소속 소모임이 설치한 컨테이너가 있다. 학교본부는 컨테이너 박스 사용자들과 철거를 조율하고 있다. 하지만 자치 공간 부족 해결 방안에 대해서는 학교와 학생 간 의견차가 좁혀지지 않고 있다.

부족한 자치 공간
학관 공간 부족으로 문제가 생긴 곳은 중앙동아리다. 2014학년도 1학기 현재 동아리 방이 없는 동아리는 3곳으로 이들은 단과대 강의실을 빌려 활동하고 있다.
하지만 그마저도 힘든 실정이다. 강의실 대관에서 소속 단과대 학생과 동아리에 차이를 두는 단과대가 있기 있다. 과기대의 경우 소속 학생들에게 오전 대관 우선권을 부여한 뒤, 오후에 동아리 대관 신청을 받고 있다. 이경아 과기대 학사지원팀 직원은 “과기대 학생들의 편의를 위해 소속 학생들에게 우선권을 준다”며 “앞으로도 대관기준은 그대로 유지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최근 중앙동아리로 승격한 ‘별빛항해’ 동아리의 이창원 회장은 “동아리 성격 상 과기대 학생들이 많지만 중앙동아리라는 이유로 강의실 대여가 어려워 활동에 지장이 있다”고 말했다.
동아리 중에는 방이 없어 강의실을 빌려 활동하는 곳이 있는 한편, 연습실과 동아리방을 함께 사용하는 동아리도 있다. 형평성 논란에 대해 이윤 세종동아리연합회장은 “체육, 예술 분과는 연습 공간이 필요하다”며 “동아리 공간 배정은 모든 동연 구성원들이 합의한 것이기에 공간 재분배는 곤란하다”고 말했다.

컨테이너 설치 논란
공간부족에 따라 학생 측은 학교에 컨테이너 설치를 요구하고 있다. 세종총학생회(회장=조현준, 세종총학)는 4월 7일 열렸던 1학기 전학대회 이후 “공간 부족을 해결하기 위해 학관 2층 공터나 학관 뒤편에 컨테이너를 설치해 달라”고 학생복지팀에 요청하기도 했다. 하지만 학생복지팀은 교내 부지에 컨테이너 설치를 막고 있다. 김진환 학생복지팀 팀장은 “가건물을 학교 허가 없이 설치할 수 없다”며 “이는 안전을 요구하는 시대에 학생들 스스로 안전을 포기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학생복지팀은 이달 초, 창고용 컨테이너 이외에 학교의 허가를 받지 않은 컨테이너가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이에 학교 본부는 학관 뒤에 있는 모든 컨테이너를 이번 학기 내에 철거하고 앞으로는 컨테이너 설치를 전면 금지할 계획이다. 김진환 학생복지팀 팀장은 “교내 서점은 이미 이번 학기 내에 컨테이너를 철거하기로 동의했다”고 말했다.
학교 방침대로 컨테이너를 철거하면 공간부족 문제가 발생한다. 김이환 인복위장은 “학생들의 사물함을 비우는 일을 매 학기 하고나면 수많은 짐이 나오는데 현재 인복위실로는 감당이 안 돼 컨테이너를 창고로 활용하고 있다”며 “대안 없이 컨테이너를 없애면 당장 짐을 둘 곳이 없다”고 말했다. 이에 김진환 팀장은 “인복위가 원하는 창고 공간도 현재 학관 내 사용할 공간을 찾는 중”이라고 말했다.
                
한편, 경상대 소속 소모임은 컨테이너를 소모임 실 용도로 활용했다. 외부로 연결되는 전깃줄에서 외부의 전기를 끌어 사용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한국전력공사 세종지부 고객지원팀 직원 송재만 씨는 “이미 전기가 들어오는 교내에 외부의 전기를 끌어다 쓸 수 없다”며 “빠른 시일 내 조사를 진행해서 문제가 있다면 전력을 차단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해당 소모임 회장은 “전기 사용 여부를 떠나 컨테이너 설치를 하면 안된다는 걸 최근에 알았다”며 “빠른 시일 내로 컨테이너를 치우겠다”고 말했다.

동아리 수 조율 가능할까
현재 동아리 수를 유지하면서 공간부족 문제를 해결할 뚜렷한 해결책은 없는 상황이다. 이윤 동연 회장이 ‘구 신봉초 부지의 활용’을 요청했지만 학교본부는 이를 거절했다. 송석 시설팀 팀장은 “구 신봉초는 추후 과기대 리모델링 시 활용해야 하는 공간이고 현재 전기도 끊겨있어 사용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에 학교본부는 동아리 수를 조정하는 것을 공간 부족의 해결책으로 삼고 있다. 김진환 학생복지팀 팀장은 “활동이 적은 동아리를 퇴출시키는 것이 현 상황에서 최선의 방법”이라고 말했다.
현재 세종캠퍼스 동아리연합 회칙에 따르면 동아리 퇴출 기준에는 △정기 대표자회의 불참 △분과회의와 임시 대표자회의에 2회 불참이 있으며 나머지 기준은 ‘동아리활동이 매우 부진하다고 운영위원회에서 판단한 경우’ 등 불명확한 표현으로 이뤄져 있다. 최근 3년간 제명심사가 이루어진 동아리는 한 곳에 불과하다. 해당 동아리는 제명심사 표결 과정에서 동의 인원수 부족으로 퇴출되지 않았다.
이에 이윤 동연회장은 “더 이상 동아리방 없는 동아리가 생기는 것을 원하지 않아 동아리 승격, 퇴출 기준을 강화하는 방안을 계획 중”이라며 “하지만 매주 학술모임을 갖는 동아리, 1년 간 준비를 거쳐 공연을 진행하는 동아리 등 동아리마다 특성이 달라 모두가 동의하는 가운데 퇴출 기준을 강화하기는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글·사진│이길용 기자 lumos@kukey.com
출처 : 고려대학교 고파스 2024-05-19 02:07: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