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 광화문사거리 일대에서 세월호 참사 추모행진 ‘가만히 있으라’에 참여한 8명의 본교생이 성동, 구로, 양천경찰서 등으로 연행돼 약 41시간의 구류 끝에 풀려났다. 이날 행진에서는 총 115명 중 미성년자와 행진과 관련 없는 시민 20명이 훈방 조치되고 95명이 구류됐다. 18일 행진의 주최자인 용혜인(경희대 정외09)씨와 행진에 참여했던 김세정(미디어11), 김보영(문과대 국문09), 고준우(문과대 사회14) 씨와의 인터뷰를 바탕으로 당시 행진 모습과 연행 과정, 유치소 현장을 재구성했다.

                
경로이탈이 불법집회인가
세월호 참사 이후 매주 토요일마다 진행되던 침묵행진은 5·18을 맞이해 특별히 토요일이 아닌 18일 일요일에 진행됐다. 오후 2시 홍대에서 모여 평소처럼 발언을 하고 오후 4시 30분 경 시청으로 향했던 이들은 오후 7시 경 청계광장에서 공식적인 집회를 마무리했다.
비슷한 시각 광화문 광장에서는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을 요구한 ‘5·18 청와대 만민공동회’와 경찰이 대치하고 있었다. 이 소식을 접한 용혜인 씨는 “박근혜 정부에 세월호 사건을 잊지 않겠다고 말하겠다”며 공식적인 집회를 마무리했음에도 만민공동회와 합류할 뜻을 밝혔다. 이에 동의한 100여 명의 침묵행진 참가자들은 사전에 신고했던 시위경로인 국가인권위원회부터 동화면세점까지를 벗어나 청와대 방향으로 향하기 시작했다. 경찰은 이때부터 광화문역 6번 출구에 위치한 동화면세점 앞에서 참가자들을 통제하기 시작했다.
참가자들은 동화면세점 앞에서 한 시간 여를 경찰과 대치하며 자유발언을 진행했다. 용혜인 씨에 따르면 이 과정에서 최소 4명이 연행됐지만 그 중엔 행진에 참여하지 않고 대치 과정을 지켜보다 ‘학생들 잡아가지 말라’는 말을 한 일반 시민도 포함됐다. 대치 도중 참가자들은 어느 순간 경찰들의 벽이 동화면세점의 뒤편인 광화문 광장 쪽으로 물러났다고 느꼈다. 용혜인 씨는 “경찰들이 (뒤로) 이동하니 시민들도 자연스레 대치를 유지하며 따라가다 보니 어느새 시위경로를 벗어나 있었다”며 “경찰들이 사람들을 유인해 소위 ‘토끼몰이’로 연행한다고 느꼈다”고 말한다. 이동 과정 중 행렬은 광화문 광장과 광화문역 7번 출구가 있는 인도 쪽 두 갈래로 나눠지기도 하다 이순신 장군 동상 앞에서 다시 합쳐지고, 결국 참가자 모두 이순신 동상 아래서 모두 연행됐다.
이에 종로경찰서 관계자는 “기존 신고한 경로를 이탈했으므로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20조 2항을 위반해 해산 명령 불응죄로 연행하는 게 맞다”고 밝혔다. 시위에 참여한 한 의경은 “본래 목적대로 추모 행진이 진행될 때에는 연행하지 않았고, 해산 명령을 4회 내린 후 연행을 시작했다”며 “집회 중 누군가가 ‘세월호를 잊지 말자’고 하더니 이순신 동상을 올라가려 해 저지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반면,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의 김종보 변호사는 “경찰이 먼저 인도의 통행마저 막아선 상황에서 어쩔 수 없이 경로를 이탈한 사람들에게 미신고 집회라는 이유만으로 현행범으로 체포한다는 것은 기존 대법원 판례에 맞지 않다”고 말했다.

10여 분 만에 진압된 행진
19일 광화문광장과 시청광장 일대에서는 전날 행해졌던 경찰의 연행을 규탄하는 기자회견과 소규모 행진이 있었다. 오후 6시 경 본교생과 회사원, 고등학생 등 ‘안녕들하십니까’ 회원 7명이 광화문광장 이순신장군 동상 앞에서 공동 기자회견을 가졌다. 기자회견에 참여한 최하영(문과대 한국사10) 씨는 “과제가 많아 어제 행진에 참가하지 못했는데, 친구들이 연행됐다는 소식을 SNS를 통해 접했다”며 “희생자를 추모하기 위해 모인 사람들이 연행된 것에 화가 나 이렇게 모이게 됐다”고 말했다.
기자회견은 7명이 돌아가며 발언을 하는 형식으로 진행됐다. 참여자들은 각자의 사회적 위치에서 바라본 세월호 추모행진 연행에 대한 기자회견문을 낭독했다. 대한민국 온라인 커뮤니티 연합에서 활동 중인 강기천(남·38) 씨는 “공부만 해도 시간이 없을 학생들이 이 자리에 나와 이런 말을 하는 게 너무 가슴 아파서 나왔다”며 “폭력적이거나 위협적인 행동을 전혀 하고 있지 않은데도 지금 경찰들은 뒤에서 우리를 지켜보고 있다”며 열변을 토했다. 용산공업기계고에 재학 중인 윤성식(남·17) 씨는 “어제 경찰의 행태를 보고 매우 분노하고 실망했다”며 “우리 청소년들도 힘이 닿는 데까지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같은 시각 시청광장에서는 연행을 규탄하고 추모 행진을 이어나가기 위한 ‘가만히 있으라’ 소규모 모임이 있었다. 소규모 모임은 오후 6시 30분 경 시청광장에서 18일 검거작전에 대한 비판 발언을 나눈 뒤, 시청광장을 시작으로 청계광장까지 추모 행진을 진행했다. 하지만 행진 시작 10여분 만에 무교로에서 대기 중인 경찰에 의해 가로막혀 해산됐다.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최소 48시간 전에 집회를 신고해야 하는데, 19일 집회는 전날 연행 규탄을 목적으로 급하게 진행됐기 때문이다. 행진에 참여한 장민경(여·22) 씨는 “이동한 지 10분도 안 지났는데 해산 명령이 떨어져 어이가 없고 무섭다”고 말했다. 김재석(남·22) 씨 또한 “더 이상 연행자가 생기는 건 무의미하다고 생각해 급히 해산했다”며 “추모를 위한 행진을 불법 시위라며 가로막는 것이 이해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유치장 방문한 총학과 동연
19일 안암총학생회(회장=최종운, 안암총학)와 동아리연합회(회장=강훈구, 동연)는 유치장에 수감된 본교생을 면회했다. 강훈구 동연회장, 유진 동연부회장, 박병진 동연 사무국장 및 김서연 미디어학부 회장 등 8명은 오후 4시, 3명의 본교생이 수감된 성동경찰서를 방문했다. 강훈구 회장은 “18일 중앙운영위원회에서 이번 연행의 부당성에 대해 많은 학우들이 공감했다”며 “이에 어떤 일이 있었는지 대표자로서 알아보고, 연행된 친구들에게 힘이 되고자 면회를 가게 됐다”고 말했다. 성동경찰서에 수감됐던 김세정 씨는 안부를 묻는 질문에 “화장실을 가고 싶다고 하니 앉아서 얼굴이 다 보이는 남자 화장실을 데려가는 등 기본적 인권을 지켜주지 않는다”며 “또 옆 유치장에 있는 남성들의 폭언에 한 마디 대응했을 뿐인데, 경찰은 우리의 말은 듣지 않고 그 사람들에게 진정서를 쓰라고 권유했다”고 유치장의 상황을 전하기도 했다.
최종운 안암총학생회장과 신홍규 정책국장, 이해정 정책국원은 오후 7시, 2명의 본교생이 수감된 구로경찰서에 방문했다. 최종운 회장은 이번 사안에 대해 “정확한 상황파악이 필요한 시점”이라며 “아직 계획된 대응책은 없고, 정확한 상황파악 이후 행동을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글| 송민지, 조아영 기자 news@kukey.com
사진| 차정규 수습기자
출처 : 고려대학교 고파스 2024-05-19 01:12: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