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5회 교수의회(의장=김열홍 교수)가 교수평의원 위촉 임명장 수령을 거부했다. 손병석 교수의회 총무는 “교수의회 평의원 선출 규정을 위반하고 이뤄졌다는 점에서 교수의회의 존재를 부정하거나 무력화 내지 어용화하려는 처사”라며 “교수의회 의장단은 본부의 임명장 수여를 거부하기로 결정했고, 의장을 포함한 본부에 의해 선출된 교수의원들 역시 임명장 수여식에 참석하지 않기로 했다”고 말했다.

  교수의회의 거부에 본부는 강경한 입장이다. 명순구 교무처장은 “합법적인 대학평의원회 운영 규정에 의해 총장이 교수평의원을 임명한 것을 거부하는 것은 요식행위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명순구 교무처장은 “이미 총장이 평의원을 임명한 상태에서 평의원회에 참석하지 않는 것은 교수평의원으로 역할을 다하지 않는 것일 뿐”이라며 교수의회의 태도를 일축했다.

  학교 본부 측은 안암 인문사회계 교수평의원으로 서창록(국제학부) 교수, 자연계 교수평의원으로 박영주(간호대 간호학과) 교수, 보과대·의료계 교수평의원으로 허걸(의과대 의학과) 교수, 세종캠퍼스 교수평의원으로 안정오(인문대 독일문화정보학과) 교수, 교수대표로 김열홍 교수의회 의장을 선출했다.

  교수평의원 5명 중 4명은 교수의회에서 추천한 평의원과 캠퍼스별 추천위원회 혹은 본부 측에서 추천한 평의원과 동일한 인물이다. 하지만 교수의회와 본부는 ‘선출과정’을 두고 이견을 좁히지 않고 있다. 이견이 좁혀지지 않아 대학평의원회가 제대로 구성되지 않으면 개방형이사제와 대학원·법학전문대학원의 학칙변경에도 차질이 생길 수 있다. 대학평의원회 규정 제 14조 2항에 따라 평의원회는 총장의 심의 요청일로부터 20일 안에 심의를 완료해야한다. 17일 교무위원회를 통과한 대학원과 법학전문대학원의 학칙이 대학평의원회서 심의되지 않을 경우 20일 후 바로 총장의 승인을 거치게 된다. 또한 대학의 이사진 중 일부를 외부에서 영입하는 개방형 이사제 또한 제대로 논의되지 못하게 된다.

  결과적으로는 교수평의원으로 교수의회가 추천한 인물과 본부의 절차에 따라 선출된 인물이 같은 교수였다. 그렇지만, 계속되는 선출과정 상의 의견대립으로 대학평의원회는 공회전 중이다. 교수의회는 선거권과 피선거권이 교수의회에 있다는 점을 굽히지 않고 있다. 반면에 학교 측은 교수의회에 추천권이 있다는 것이지 전원 추천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고 말한다.

  해석의 논란이 되는 조항은 교수의회규정 제 12조 제 1항이다. 교수의회는 이를 두고 교수대표 평의원 전원에 대한 추천권이 교수의회에 있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학교 측은 같은 조항을 두고 다르게 해석하고 있다. 12조 1항 후단 ‘…(대학평의원회 관련, 교수의회는)교원을 파견·추천할 권한을 가지며 교원 선정에 관한 세부사항은 필요에 따라 따로 정한다’는 규정에 따라 교수의회는 “시행세칙을 통해 세부사항을 정했고 (교수의원 중에서 교수평의원을 추천한다는) 그 내용이 추천권한을 가진다는 상위 규정에 반하지 않으므로 규칙으로서의 효력이 있다”는 입장인 반면, 학교 본부는 “따로 정한 시행세칙 까지도 학교 규칙으로 편입되기 위해선 별도로 총장결재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본부 측은 교수평의원 선출의 피선거권을 교수의회에 제한하는 것이 아니라 교수 전체로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5명의 교수평의원 중 1명은 교수의회의 추천으로, 4명은 각 캠퍼스별 평의원 추천위원회의 추천을 따르자는 것이다. 학교 측이 제시한 캠퍼스별 평의원 추천위원회는 각 단과대별 교수의원과 대학장으로 구성돼 있다.

  교수의회는 본부 측에서 제안하는 캠퍼스별 추천위원회는 본부에 보직을 맡고 있는 학장들을 중심으로 구성돼 운영되기 때문에 교수 전체사회의 의견을 대표할 수 없다고 말한다. 더불어 이를 교수의회의 대표성을 무시하는 처사로 규정했다. 손병석 교수의회 총무는 “1700 여명 이상의 교수를 대표하는 교수대표 평의원은 전체교수들이 선출한 37명의 교수의회 소속의 교수의원들에서 뽑아야 하는 것이 이치에 맞는 것”이라고 말했다. 손 총무는 “학장단 중심으로 구성된 추천위원회에 의해 선출된 평의원들은, 마치 국민대표인 국회의원을 행정부 장관들이 모여 선출한 것과 같다”고 지적했다.

  학교 측은 교수의회 측이 원한다면 캠퍼스별 추천위원회의 구성을 명문화 할 의사가 있다고 밝혔다. 명순구 교무처장은 “캠퍼스별 추천위원회가 학장과 교수의원이 동수로 참여한다는 내용이 명시돼야 한다면 명시할 의사가 있다”고 말했다.

  교수의회는 이번 교수평의원 선출과정에서의 캠퍼스별 평의원 추천위원회의 구성과 교수의원들이 참석치 않은 상황에서의 성립여부에 대해서도 의문을 표했다. 한 교수의회 의원은 “안암캠퍼스-인문사회계 캠퍼스별 추천위원회에 해당학과 학장이외의 교수가 참가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명순구 교무처장은 “교수의회 측에서 불참사실에 대해 미리 강력하게 통보해 더 많은 의견수렴을 위해 법과대 학장이 한 교수를 참관인 자격으로 초대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회의가 성립되지는 않았지만 대학평의원회 운영 규정 제 10조에 따르기 전에 단과대 학장들에게 의견수렴을 받은 것 뿐”이라고 말했다. 본교 대학평의원회 운영 규정 제 10조는 총장은 평의원 후보자 추천 요청일로부터 30일 안에 추천이 없으면 직접 해당 평의원을 위촉할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

  본부 측은 교수의회에서 선출한 교수의원을 단과대 학장이 밀어준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신영호 법과대 학장은 “할 수 있는 최선의 선택을 한 것”이라며 “교수의회와 학교본부가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어 이는 학교 발전과 멀어지는 길이라 판단해 학장들이 교수의회를 지지해준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교수의회는 “본부의 교수대표 선출과 임명강행 시도는 분명히 교수의회 규정을 어기고 이뤄져 교수의회 자체를 무력화하는 처사로밖에 볼 수 없다”고 말했다. 교수의회는 이번 주 내로 거부 성명서를 발표할 예정이라고 의견을 표했다. 손병석 총무는 “결과적으로 볼 때 교수대표 평의원 4명 선출이 본부 측과 교수의회 측의 타협으로 비춰지는데 이는 사실에 맞지 않으며, 교수의회는 본부의 이번 평의원 선출과정에 일체 참여하지 않을 것을 이미 각 단대 교수의원 대표 회의에서 의결했고, 성명서를 통해 의견을 분명히 밝혔다”고 말했다. 교수의회는 “본부가 교수의회를 학교발전의 동반자로 간주하고 훼손된 신뢰관계를 회복할 수 있는 최선의 길은 본부의 이번 평의원 선출을 즉각 철회하고 교수의회의 규정에 따라 평의원을 위촉하는 것”이라고 강하게 말했다.

  본부 측은 화해의 제스처를 충분히 취했다는 입장이다. 명순구 교무처장은 6월 16일 예정됐던 총장 초청 교수의원-처장 간담회가 무산된 후 전체 교수들에게 메일을 보냈다. 메일에는 대학평의원회 교수평의원을 둘러싼 대립 내용과 간담회 관련 경과가 명시돼 있다. 학교 측은 메일에서 교수의회가 간담회 취소를 일방적으로 통보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교수의회 측은 “간담회 연기를 요청했는데도 본부에서는 일방적 취소라 지칭하고 있다”고 말했다. 교수의회 측은 연기를 요청한 배경에 대해 “11일 경 교수의회 의원들에게 확인한 결과 (회의 성원 충족수인)과반이 참석 가능한 것으로 파악돼 본부와 토론회 날짜를 확정했지만, 토론회 전날 몇몇 교수의원들이 불가피한 사정으로 빠지게 돼 과반수 인원을 넘기지 못해 연기를 요청했다”고 밝혔다.

조소진·한재윤 기자 news@kukey.com
출처 : 고려대학교 고파스 2024-05-05 08:24: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