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뿐인 제한속도 ‘30km’
세종캠퍼스 학내 양쪽 1차선 도로의 제한속도는 30km로 지정돼 있다. 또한 과속을 방지하기 위한 방지 턱도 11개가 설치돼 있다. 하지만 도로 위 택시, 승용차, 화물차 등은 제한속도를 무시한 채 캠퍼스 도로를 운행한다. 택시기사 이진철(남·55) 씨는 “30km 속도를 지키는 사람은 없을 것”이라며 “학생들은 빨리 가기를 보채고 영업용 택시들은 시간 절약 때문에 어쩔 수 없다”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셔틀버스 기사는 “내 차도 30km를 넘겨 달리는데 추월하는 차량들이 있어 운전할 때 놀랄 때가 많다”고 말했다.
체육관에서 행정관까지 올라오는 구간은 방지 턱이 없어 차량들의 주 과속 구간이다. 24일 사고도 해당 구간에서 발생했다. 이에 시설팀 이동현 씨는 “체육관부터 행정관을 지나 학술정보원 앞까지 아무런 방지 턱이 없어 차들이 빠르게 달린다”며 “특히 야간에는 택시와 오토바이 등 사고 유발 가능성이 많다”고 말했다.
학내 도로 관리 주체 애매해
세종캠퍼스의 학내 도로는 학교에서 자체적으로 설치한 시설물로 도로교통법에 저촉 받는 공식 도로가 아니다. 따라서 학내 도로에서의 사고와 속도 단속은 경찰의 단속권이 없어 학교가 직접 관리에 나서야 하는 상황이다. 조치원 지구대 교통사고 전문 김필수 경사는 “사고가 나도 인명피해와 같은 큰 사고가 아닌 이상 경찰권이 발동할 수 없다”며 “또한 학내 도로에서 과속 단속도 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서 “다만 예외적으로 인명피해가 있다면 교통사고 처리특례법으로 적용은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교내 도로 위에서의 사고는 학교와 경찰 모두 해결의 주체로 나서기 애매한 상태다. 박장호 시설팀 주임은 “도로는 학교의 시설이지만 과속차량에 대하여 과태료를 물릴 근거는 없다”고 말했다. 24일 사고를 당한 학생도 경찰과 학교의 도움 없이 자체적으로 피해자와 합의를 통해 보험처리를 했다. 박 씨는 “사고 직후 가해자의 차로 바로 병원에 갔다”며 “이후에 학교나 경찰과 연락한 부분은 없다”고 말했다.
▲ 세종캠 학생회관 앞 횡단보도는 과속방지턱이 없어 사고 발생의 우려가 높다. 사진│장지희 기자 doby@kukey.com
차량 출입 통제 어려워
현재 안암캠퍼스는 학내 도로에 차량 출입을 철저히 통제하고 있다. 이용재 총무부 주임은 “학내로 차량이 들어오는 것은 원칙적으로 안된다”며 “학생의 안전이 가장 우선이기 때문에 차량을 통제하고 있다”고 말했다. 반면, 위치적 특성으로 대중교통을 이용하기 힘든 세종캠퍼스는 외부차량에 관리가 필요하지만 차량조회만 이루어지고 있을 뿐 출입통제는 이뤄지지 않고 있다. 2013년 석원경상관 외부 시설물을 한 차량이 파손하고 도주한 사고가 발생해 차량 출입통제에 대한 문제점이 불거지기도 했다. 박장호 시설팀 주임은 “세종캠퍼스 특성상 자가용과 택시 등을 이용해 출퇴근하거나 등하교 하는 사람이 많아 통제가 힘든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경찰 측은 캠퍼스 내 차량 출입통제가 어렵다면 학내에서 자체적으로 규율을 통해 차량 속도 제한을 해야한다는 의견을 표했다. 김필수 경사는 “학내 도로는 학교 측에서 교칙을 정해 운영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김관태 총무팀 과장은 “단속을 하는 것은 어렵지만 캠페인과 공문 전달을 통해 속도제한을 강화하는 것을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세종총학생회(회장=조현준)도 예비역회(회장=박치호)와 함께 ‘학우 안전 프로그램’을 함께 연계해 과속에 대한 관리 방책을 마련해 보겠다고 밝혔다.
이강해 기자 ㅣ strong@kukey.com
출처 : 고려대학교 고파스 2024-05-08 04:13:0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