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 학기마다 많은 학우들은 한 학기 동안 어떤 강의를 들어야 할지 고민이 많을 것이다. 수강신청은 학기 초마다 치열한 경쟁을 통해 강의를 선택하는 것에서 끝나지 않는다. 바로 제 2의 수강신청이라고 할 수 있는 수강신청 정정 때문이다. 수강신청 정정제도는 학우들이 강의를 들어본 후 수강여부를 결정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도입된 제도이다. 이러한 정정제도는 학우들의 교육권을 보장하기 위해 시행되는 제도로 볼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정정 제도에도 허점이 존재한다.

수강신청 정정기간이 변경된 이유?

지난 학기부터 수강신청 정정 기간이 기존의 개강 첫 주에서 개강 후 두 번째 주로 변경되었다. 이는 수강신청 과목포기제도가 사라졌기 때문이다. 수강신청 정정 제도가 바뀌기 전까지는 학생들이 수강하던 강의를 정정기간이 아니더라도 중도에 포기할 수 있는 수강신청 과목포기제도인 드랍제도가 마련되어 있었다. 그러나 지난 학기부터 드랍제도가 폐지되는 방향으로 학칙 개정이 이루어졌다.

이와 관련해 학적수업지원팀 이주영 직원은 “드랍제도가 폐지되면서 학생들에게 첫 번째 주 수업을 들어볼 수 있게 함으로써 학생들의 선택권을 보장하는 목적으로 정정 기간을 두 번째 주로 변경했다”고 말했다.

우리학교 홈페이지에 고지된 학칙 개정에 따른 학사제도 변경에 따르면 드랍제도 폐지에 따른 대안으로 수강신청 정정 기간 변경을 내세우고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하지만 이와 같은 결정이 기존의 수강신청 과목을 포기할 수 있는 드랍제도의 폐지를 충분히 보완할 수 있을까?

변경된 수강신청 정정 기간으로 인한 문제점은?

수강신청 과목을 중도에 포기하는 제도가 없어짐에 따라 이를 보완하기 위해 시행된 수강신청 정정 기간의 변경은 또 다른 문제점을 야기했다. 우선 커리큘럼 상의 문제이다. 정정 기간이 끝나기 전까지는 교수들은 자신의 강의를 듣기로 확정한 학생의 수를 파악할 수 없다. 게다가 학생 수에 따라서 절대평가와 상대평가가 갈리는 수업의 경우는 정정 기간이 늦어질수록 평가 방식마저도 결정되지 않은 상태로 교수가 개강 첫 주 수업을 진행하게 된다.

수강 인원을 정확하게 파악할 수 없다는 점 때문에 일부 교수들은 첫 주 강의는 오리엔테이션으로 진행하거나 진도를 나가지 않는 방향을 선택하고 있다.

그렇게 된다면 학교가 애초에 의도했던 개강 첫 주 수업의 내실화는 잘 이루어지지 않은 셈이다. 교수들도 첫 주에 의도했던 대로 수업을 진행하지 못하기 때문에 강의 계획에 차질이 생긴다.

특히 일주일에 한 번 수업이 진행되는 강의는 이러한 문제가 더 심각해진다. 이번 학기의 경우는 추석 연휴로 인해서 정정 기간이 지난 학기보다 더 늦어진 경향이 있다. 정정이 끝나지 않아 첫 주 수업을 하지 못한 채 추석 연휴를 맞은 교수는 약 15주 수업 중 2주의 수업권을 잃게 된다.

한편 이 같은 문제점 때문에 첫 주부터 계획대로 수업을 진행하는 강의도 존재한다. 일부 교수들은 수강신청 정정이 끝나지 않았더라도 수업을 계획대로 진행한다. 그러나 여기에서 또 다른 문제점이 발생한다. 이 방법의 경우 교수들의 문제점은 어느 정도 해소될 수 있지만 정정을 통해 두 번째 주부터 수강하는 학생들은 첫 주 수업을 놓치게 된다. 이에 대해 박다슬(행정 13)학우는 “교수님들 대부분이 첫 주에 진도를 나가시고 그 중에는 출석을 체크하시는 분들도 있다”며 “이 때문에 10개가 넘는 수업을 청강해야 하는 친구도 있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자신이 듣고자 하는 과목을 청강하지 않는 이상 학생 입장에서는 첫 주 수업을 놓칠 수밖에 없다. 이보다 더한 문제점은 출석 문제이다. 일부 교수들이 정정 기간에도 임시 출석부를 통해 출석여부를 체크해 성적에 반영하는 것이다. 정정 기간이 끝난 후에 수업에 참여해 출석 인정을 받지 못한 학생들은 성적에까지 영향을 받게 된다.

문제점을 극복할 수 있는 방안은 없나?

학생들의 강의 선택권을 보장하기 위해서는 수강신청 과목포기제도인 드랍제도가 부활하는 것이 한 가지 방법이 될 수 있다. 그러나 이와 관련해서 총학생회 이상진 교육복지국장은 “이미 학칙개정이 이루어진 상태이기 때문에 드랍제도에 관해 진행하고 있는 사업은 없다”고 밝혔다.

드랍제도가 다시 시행될 수 없다면 현재 수강신청 정정 제도 내에서 학생과 교수 모두가 만족할 수 있도록 변화가 있어야 한다. 우선 학생들의 혼란을 막기 위해서는 통일된 제도가 필요하다. 교수들 모두가 출석부가 확정되지 않은 수강신청 정정 기간에는 출석 여부를 성적에 반영하지 않는 것이 한 방안이 될 수 있다. 현재는 교수마다 다른 방식을 취하고 있어 학생들의 혼란이 가중된 상태이다. 드랍제도가 폐지된 현재로서는 학생들이 할 수 있는 것은 정정 때 신청하고자 하는 과목을 첫 주부터 청강하는 방법이 최선이다.

매 학기가 시작될 때마다 수강신청을 둘러싼 갈등은 존재한다. 결국 이 모든 것의 근본적인 원인은 학생들이 듣고자 하는 강의를 경쟁을 통해 선택할 수밖에 없는 수강신청 제도 자체에 있다. 학교가 학생들 모두 원하는 강의를 수강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김치연 기자(cykim1112@korea.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