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lumn] 볼 없는 움직임, 경기력의 차이를 만든다.

                                 볼 없는 움직임, 경기력의 차이를 만든다.

농구는 오프-볼(Off-ball)* 상황에서 어떻게 움직이느냐가 경기력의 수준을 가른다. 공격 상황이 가장 많이 나는 종목인 농구. 볼이 없는 선수들이 찬스를 내기 위해 어떤 움직임을 펼치는지 알아보자.

                                                                                                                                                                                                                          글 송승엽 기자 l 사진 점프볼 제공
                                                                                                                                                                                                               http://blog.naver.com/sportsku/220547104816



*오프 더 볼 무빙(Off the ball Moving):공이 없는 사람의 움직임. 볼을 보유하지 않은 선수들이 오픈 찬스를 내기 위해 컷-인이나 백-도어, 기브 앤드 고 등을 시도하는 움직임을 일컫는 단어이기도 하다.

▲ 오프 더 볼 무빙의 중요성

단체 종목 경기에서 성공적인 공격을 구사하는 조건에 볼 없는 선수들의 움직임이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체력적, 전술적 효율성을 감안했을 때 당연한 일이다. 농구뿐만 아니라 공격과 수비 전환이 잦고 넓은 경기장을 주기적으로 왕복해야 하는 단체 종목은 그 특성상 공격 찬스에서 슛을 성공시킬 확률이 높은 특정 선수들에게 자연스
레 의존할 수 있기 때문에 볼을 소유하지 않은 나머지 선수들의 무빙을 더욱 강조한다.

일단 현대농구에서 가장 빈번하게 사용되는 공격 개념들을 먼저 짚고 넘어갈 필요가 있다.

기브 앤드 고: 패스한 다음 방어자를 따돌리기 위해 움직이고, 리턴 패스를 받아 슛하려는 플레이. 방어자를 떨쳐 버리려는 움직임에는 여러 가지 있으나 가장 많이 사용되는 것은 커트 인이다.
[네이버 지식백과] 기브 앤드 고 플레이 [Give and go play] (체육학대사전, 2000. 2. 25., 민중서관)

커트-인: 방어자를 떨쳐버리려고 몸을 재빨리 움직이는 것을 커트라고 하며 안쪽으로 질러 들어가는 것을 커트 인, 바깥쪽으로 튀어 나오는 것을 커트 아웃이라고 한다.
출저:[네이버 지식백과] 커트 인 [Cut in] (체육학대사전, 2000. 2. 25., 민중서관)

커트-인과 커트-아웃은 현대 농구에서 꾸준히 사용되는 오프 더 볼 무빙이다. 수비수를 제치는 것부터 볼이 없는 상황에서 오픈 찬스를 만드는 것까지 두루 사용한다. 대부분 커트-인과 커트-아웃은 기브 앤드 고 플레이로 이어진다. 또 커트-아웃은 킥-아웃이나 A패스를 받아 캐치 앤 슈팅을 할 때 주로 사용한다.

백-도어 플레이: 방어자의 블라인드 사이드를 커트 인하는 플레이. 방어자가 프레스할 때 역을 찌르는 플레이로서 중요한 플레이이다. 즉 볼 소지자가 옆의 팀 동료에게 패스하려 하고 그 방어자가 오버 플레이 하여 그 패스를 저지하고자 하였을 때, 그 다음에 있는 팀 동료가 그 프레스하는 방어자의 후방에서 패스를 받아, 그때에 프레스되어 있던 팀 동료가 바스켓에 커트하면 이미 방어자를 앞질러 스타트한 상태로부터의 커트 인이 되어 그 커트 인은 유효한 것이 된다.
출저:[네이버 지식백과] 백 도어 플레이 [Back door play] (체육학대사전, 2000. 2. 25., 민중서관)

백-도어 플레이는 앞으로 전진하면서 찬스를 만드는 커트-인과는 달리 뒤쪽으로 움직여 허를 찌르는 오프 더 볼 무빙이다. 수비 뒤쪽에 틈이 생겼을 때 패스를 요청해 볼을 받는다. 대부분 뒤에 수비가 없는 상황에서 백 도어 플레이를 시도하기 때문에 볼을 받은 뒤 곧바로 공격을 펼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포스트에서 빅맨들이 자리를 잡을 때 매치업 상대의 허를 찌르기 위해 많이 사용한다.

▲ 활동량보다는 효율성

단순히 활동량이 많다고 해서 좋은 것은 아니다. 움직임이 간결하고 효율적일수록 볼을 잡을 확률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도자들이 선수들에게 강조하는 것 중 하나가 바로 볼을 받으러 가는 이동 반경이다. 예를 들어 슈터의 경우 자신이 자신 있게 슛을 쏠 수 있는 위치에서 볼을 잡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슈터를 포함한 스윙맨은 대부분 양쪽 45도와 90도를 넘나드는 8자 스윙 오프 볼 무빙을 주로 사용하는데 이동하는 과정에서 활동 경로나 범위를 필요 이상으로 넓게 잡으면 수비의 방해에 쉽게 막히게 된다. 이러한 경우 슛을 쏘는데 적당한 거리를 잰 뒤 움직이는 것이 도움이 된다.

▲ 영리한 움직임의 조건

그렇다면 영리한 오프 더 볼 무빙의 조건은 무엇일까.

첫 번째로 틀에 짜인 움직임을 피하는 것이다. 예를 들면 앞서 언급한 페인팅이 수비를 속이는 데에 효과적일 수 있지만 너무 과하게 사용하면 상대에게 읽히고 쉴 타이밍을 만들어주는 데에 그칠 수 있다.다른 움직임도 이와 같다. 여담으로 왼쪽을 고집하는 선수는 왼쪽으로 미리 가서 수비 자세를 취하면 된다는 이야기가 있다. 누구나 아는 사실이지만 실전에서 가장 요긴하게 사용되는 요소이다.

두 번째는 필요치 않은 움직임을 최대한 배제해야 한다. 경기를 보다 보면 시선을 볼을 가진 선수가 아닌 엉뚱한 곳에 둔 채 의미 없이 골밑이나 외곽을 서성거리는 선수를 종종 보곤 한다. 이럴 경우 함께 뛰는 동료와 활동 반경이나 위치가 겹치는 경우가 생긴다. 볼을 운반해야 하는 가드의 입장에선 골치 아픈 일이다. 이런 현상이 생기는 이유는 자신이 볼을 받기 위해 어느 위치로 이동해야 할지 모르거나 힘이 들어서 쉬고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차라리 짧게라도 의미 있는 움직임을 보이는 것이 좋다.

http://blog.daum.net/ekaejr811/456

△ 무빙과 패턴에 관심이 있다면 참고할만한 블로그.아시안게임 필리핀전에서
   경기를 뛴 조성민을 이용한 패턴과 그의 움직임을 잘 분석했다.


세 번째는 상황에 따라 적절하게 움직임을 선택하는 것이다. 날카롭게 직선으로 움직이는 것은 커트-인이나 기브 앤드 고 플레이를 하는 데 효율적이다. 반대로 에둘러 움직이는 것은 스크리너의 스크린을 받거나 페인트 모션을 취할 때 유리하다. 활동 반경이 넓음에도 불구하고 좋은 움직임을 보이는 선수들은 이렇게 적절한 움직임을 선택하는 판단력이 뛰어난 경우가 많다. ‘농구에 대한 이해도가 높다‘는 것은 단순히 농구 스킬이 뛰어난 것이 아니라 그 상황 상황에 대처하는 능력이 뛰어나다는 것으로도 해석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오프 더 볼 무빙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사실 스크리너의 역할이다. 스크린이야말로 수비를 가장 쉽게 떼어낼 수 있는 무기이기 때문. 아무리 활동량이 좋은 선수라고 해도 스크린 없이는 한계에 봉착할 수밖에 없다. 단순히 픽 앤 롤 상황에서의 스크린뿐만 아니라 미드레인지 부근에서 움직이는 스윙맨들에게 제공되는 스크린도 공격 상황에서 큰 비중을 차지한다. 좋은 슛 기회는 0.5초 사이에 결정되는 법. 함지훈, 이승현(체교11) 등은 개인 기량도 뛰어나지만 기가 막힌 스크린으로 슈터들에게 찬스를 제공한다. 이들이 KBL 무대에서 각광을 받는 이유다.

▲ 오프 더 볼 무빙은 조성민처럼!

현재 KBL에서 뛰는 선수들 중 가장 영리한 오프 더 볼 무빙을 구사하는 선수인 조성민의 움직임을 살펴보자.

http://sports.news.naver.com/videoCenter/index.nhn?uCategory=kbasketball&category=kbl&id=67490&redirect=true

△ 조성민이 슈터 롤을 받았을 때 어떻게 움직이는지 잘 보여주는 하이라이트다.


1) 우선 기본적인 활동 반경이 넓다. 대부분의 선수들이 3점라인 부근 혹은 그 안에서 스윙을 하면서 볼을 받는 것과 달리 3점 라인에서 좀 더 떨어진 위치에서 움직이며 볼을 받는다. 언뜻 보면 공격에 불필요한 움직임 같지만 만약 상대팀이 지역 방어를 서는 경우 라인에서 멀리 떨어져 있는 조성민의 위치를 정확히 파악하기 힘들다. 슛 범위가 길고 볼을 받는 과정에서의 투스텝이 넓기 때문에 두어 발짝 떨어져서 쏘아도 성공률이 높다.

2) 오픈 찬스를 만드는 루트가 다양하고 지역방어의 허점을 잘 이용한다. 그의 경기를 살펴보면 45도와 90도를 왕복하면서 볼을 캐치할 찬스를 노리다가 본인 매치가 더블 팀으로 나갔을 때 순간적으로 백도어-플레이나 커트-아웃을 시도해 수비를 떼놓은 뒤 슛을 던지거나 혹은 톱에서 간결한 기브 앤드 고 플레이로 수비를 떼어놓고 오픈 찬스를 만드는 장면이 적지 않게 나온다. 현재 많은 팀들이 사용하는 지역 방어의 허점을 잘 이용한 플레이다. 지역 방어를 펼치는 선수들이 수비자 뒤로 움직이는 백도어 무빙이나 커트 아웃을 40분 내내 견제하는 데는 한계가 있기 때문에 오프 더 볼 무빙을 잘 하는 선수는 이런 환경에서 오히려 이득을 볼 수 있다.

3) 스크린을 잘 이용한다. 조성민은 아이솔레이션 플레이 외에도 2:2 픽 앤 롤이나 훅(스크린을 감아 도는 움직임)등 스크린을 이용한 플레이에서 득점을 많이 만들어낸다. 그는 스크린을 부를 타이밍까지 조절하는데, 예를 들어 볼을 몰다가 스크리너를 호출, 픽 앤 롤 플레이를 통해 공간을 만드는 장면. 이런 상황에서 스크리너가 너무 빨리 오면 매치업 상대가 알아채고 공격자에게 바짝 붙기 때문에 스크린 받기가 힘들어진다. 그런 경우를 대비해 드리블을 천천히 치면서 페네트레이션 기회까지 보는 척 하는 여유가 있다.

이어지는 장면에선 스크린에 걸려 허우적거리는 틈을 타 크로스오버를 시도해 순간적으로 방향을 바꾼 뒤 곧바로 슈팅 혹은 스텝백으로 한 걸음 물러서 슛을 시도한다. 또는 알아채고 슛을 저지하러 왔을 때 밑으로 커트-인하는 선수에게 볼을 빼주고 그 선수가 마무리하는 식으로 공격을 마무리한다. 조성민의 개인기량과 스크린에 대한 이해도가 돋보이는 부분이다. 훅 같은 경우에는 싱글 스크린 외에도 더블 스크린을 시도하여 반대편으로 빠르게 움직이는 슈터들의 움직임을 구사한다. 여기서 조성민의 움직임이 특별한 이유는 스크린을 받아 움직이는 와중에도 찬스를 본다는 점이다. 사이드에서 던지는 장거리 외곽 슛만을 위해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골 밑 득점과 페인트 존 근처의 야투 찬스도 같이 보면서 나아간다.
출처 : 고려대학교 고파스 2024-05-15 18:29:4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