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의원회는 교직원, 학생대표와 교수로 구성돼 학교의 발전방향이나, 학칙 제정 및 교육과정 관리 등의 기능을 수행하는 기구다. 최근 대학가에서 학과 통폐합의 바람이 불면서 학내 구성원들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하지 않았다는 지적이 제기됐고, 이에 학내 의견수렴을 위한 기구로 대학평의원회의 필요성이 대두됐다. 대학평의원회는 작년부터 꾸준히 설치의 필요성이 제기되어 왔지만 학교 본부는 올해 초에야 대학평의원회 도입을 위한 실질적인 움직임을 보였다.

2006년 개정된 사립학교법에 의거,대학평의원회 설치는 사립학교의 의무이다. 하지만 우리 학교는 의무화 된 후에도 대학평의원회를 설치를 미루다가 관련 소송에서 패한 뒤, 지난 3월 대학평의원회의 새로운 운영규정을 제정했다. 하지만 교수의회 의장단이 전격 사퇴하는 등 37명의 교수들로 구성된 교수의회가 크게 반발하면서 운영규정에 대한 논란이 크게 일었다.

운영규정이 논란이 되는 이유

대학본부가 공포한 운영규정에 따르면 평의원회 소속 교원대표를 교수의회 의원이 아닌, 별도의 ‘대학단위 회의체’를통해 선정하겠다고 했기 때문이다. 교수의회는 교수의회 시행세칙 제12조 1항에 따라 교수대표 평의원에 대한 추천권이 교수의회에 있다고 주장하며 학교의 결정을독단적이라며 규탄하기도 했다.

학교 측과 교수의회 측의 대학평의원회 교수의원 선출방식에 대한 의견을 좁히지 못하고 있다. 교수의회는 교수대표의 선거권과 피선거권이 교수들이 직접 선출한 대표들로 이루어진 교수의회에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학교는 교수의회는 추천권이 있지만 전원을 추천할 권한은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불완전한 대학평의원회

교수의회 의장단이 사퇴할 만큼 학교 본부와 교수의회간의 갈등의 골이 깊어진 상태에서 지난 4월 대학평의원회가 출범했다. 하지만 이는 완전한대학평의원회의 모습을 갖추지 못했다. 총학생회장과 대학원 총학생회장, 교우대표 2명, 교직원대표 2명과 총장 추천 인사 2명 등이 포함됐다. 평의원 위촉식 당시 5명의 교수 평의원은 끝내 위촉되지 않아 교수평의원이 없는 대학평의원회가 설치됐다.

여전히 교수 평의원 추천권한이 어디에 있는지를 두고 학교 본부와 교수의회가 설전을 벌이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손병석 교수의회 총무는 “이는 교수의회 규정을 무시한 처사”라며 “학교 본부의 추천위원회는 현재 학장단 중심으로 구성돼있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학교가 추천한 교수 평의원 5명 중 4명이 교수의회가 추천한 인물과 같다. 일각에서 나오는 학교 본부와 교수의회가 타협을 했다는 시각에 대해 손병석 총무는 “아무리 5명 4명이 일치하더라도 선출주체는 엄연히 다르다”고 입장을 확고히 밝혔다. 교수의회는 지난 30일 대학 본부의 임명장을 거부한다는 성명서를 발표하기도 했다.

총학생회도 교수의회가 제 목소리를 내는 데 돕겠다는 입장이다. 총학생회 신홍규 정책국장은 “교수의회가 학교의 일방적인 행태에 대해서 목소리를 내는 것을 환영한다”며 “대학원 총학생회과 연대해 투쟁에 동참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여전히 학교 측은 교수의회의 교수 평의원 전원 선거권 및 피선거권은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5명 중 4명의 교수의원의 추천권은 평의원 추천위원회에 위임하자는 입장이다. 또한 "교수의회에서 말하는 시행세칙은 학교의 공식적인 ‘규칙’으로는 제정된 바 없다"며 "이미 교수의회가 주장하는 바를 이미 어느 정도 수용했다"고 덧붙였다. 현재 교수의회는 학장과 학과장 선출에 투표권만을 가질 뿐 강제적인 추천권은 가지고 있지 않다.

한편 현재 연세대학교는 별다른 잡음 없이 대학평의원회를 출범시켰다. 구성원은 교원 6명과 직원, 학생, 교우 각 3명씩, 그리고 “대학발전에 도움이 될 수 있는 사람” 2명을 포함해 총 17명이다. 연세대학교에는 우리 학교 교수의회에 상응할 만한 기구의 부재로 추첨제를 통해 교원 대표를 선정했다. 그러나 추첨 이후의 최종 선정은 총장의 역할로 분류하고 있다.

배기림 기자(kirimb@yaho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