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7월 고 김지훈 학우가 군 복무를 하던 중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건이 발생했다. 하지만 유가족들은 김 학우가 사망한지 7개월이 흐른 지난 1월, 순직이 아닌 ‘일반 사망’ 결정이 내려졌다는 통보를 받는다. 진정서를 제출하자 공군은 지난 8월 12일, 재심의 과정을 통해 김 학우에 대해 순직 처분을 내렸다.

그러나 유가족은 다시 한번 청천벽력과 같은 소식을 접하게 된다. 가혹행위 혐의를 받고 있는 가해자의 처벌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은 것이다. 이에 유가족은 지난 달 11일, 가해자들에 대한 제대로 된 처벌을 요구하는 재정신청서를 제출했다. 고 김지훈 학우의 아버지 김경준 교수를 만나 자세한 내용을 들어보았다.

아드님이 세상을 떠난 지 벌써 일 년이 넘었다. 많은 일이 있었을 것 같은데, 어떻게 지내고 계신지?

겉모습만 살아있을 뿐이지 속은 다 죽었다. 그냥 지훈이 사건에 관련된 사람들의 잘못된 행동을 보고 어떻게 하면 그들 스스로가 잘못된 것을 깨닫게 할 수 있을지 매일 생각한다. 제대로 된 결과를 내어 달라고 끝없이 얘기하고, 매일 새벽 밤 새가면서 글을 쓰면서 지낸다. 지난 일 년간 어떻게 지냈냐는 물음이 올 때마다 나름 열심히 잘 살고 있다고 얘기는 했지만, 사실 제 속은 그렇지 않았다. 아들의 죽음 자체만으로도 힘든데 관련자들의 태도가 더욱 힘들게 하는 것 같다.

고 김지훈 학우는 평소 어떤 아들이었나.

내 친구이자 내 선생 같은 아들이다. 내가 어떤 얘기를 하면 지훈이는 항상 엄지 손가락을 치켜 들면서 ‘아버지, 잘하고 있어요’라며 나한테 격려를 많이 해주는 아들이었다. 항상 고마웠다. 나이도 어린 녀석이 어떻게 이렇게 생각이 깊을까 항상 그런 생각을 하면서 지냈다. 사실 나는 좋은 친구를 잃은 셈이다.

얼마 전 지훈 씨의 이메일이 공개됐는데, 그 때 심정이 어땟는지.

사실 지훈이 메일 같은 것이 있어서 나에게 전해주겠다고 했을 때 보고 싶지 않다고 했다. 세상 떠난 다음 날, 지훈이의 글을 봤을 때의 심정을 또 느끼고 싶지 않았다. 그래도 아버님이 보는 게 낫지 않겠냐는 수사관의 말에 집 말고 학교(직장)로 보내라고 했다. 지금 아내가 많이 아파서 혹시나 가슴 뛰는 이야기가 있으면 그 부분은 빼고 얘기하려 했다. 다음 날 소포가 와서 봤는데, 지훈이가 가장 힘들었던 순간을 읽으니 많이 힘들었다. 마치 지훈이가 이 메일을 나에게 보냈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훈이의 억울함을 풀어줄 수 있는 하나의 사건이 될 것이라 생각해 큰 힘은 됐지만, 모든 수사가 끝난 이후에 이걸 보내는 것은 너무나 비상식적이고 잘못됐다고 생각한다.

지난 달에는 공주대 김 모 교수의 명예훼손적인 발언 때문에 문제가 됐었다

우리 지훈이가 세상을 떠나게 된 것도 육체적인 가혹행위보다는 정식적인 가혹행위였다. 소위 교수라고 하는 사람, 공군을 빛낸 인물로 선정된 사람이 천 여명이 넘는 사람들, 다른 공군 훈련병 앞에서 그런 모욕적인 발언을 했다는 건 한 중위가 우리 아들한테 가했던 가혹행위를 우리 가족에게 한 셈이다. 이 문제에 대해서는 반드시 짚고 넘어갈 것이다. 다양한 견해를 표현할 수는 있지만 공적인 자리, 특히 교육을 하는 자리에서 그런 발언을 할 수 있다는 것은 비정상적이다. 걱정스러운 것은 그 교수라는 사람의 발언이 개인의 생각이 아니라 공군 상층부의 생각을 대변하고 있지 않을까 하는 건데. 그것이 큰 문제라고 본다.

언론에 노출되는 것을 꺼려하지 않으시는 것 같은데

내 얼굴, 내 이름이 나갈 때마다 주변 사람들이나 음식점과 같은 곳에서 쳐다보는 눈길들이 많다. 당연히 불편하다. 그런데 내가 노출을 꺼리지 않는 이유는 딱 하나다. 많은 사람들에게 지훈이가 정신병으로 죽은 것이 아니라는 걸 얘기하고 싶었다. 내 얼굴을 내보이고 내 이름을 얘기할 때 들어주는 사람들이 조금 더 신뢰하지 않을까 싶어서 있는 그대로 보여줬다. 나도 어딘가에 숨어서 자신과 가족을 위로하면서 살고 싶은데, 이렇게 직접 움직여야만 하는 상황이 너무 힘이 든다. 그래도 외롭게 떠난 아들에 비하면 비교가 되겠는가. 이보다 더한 일도 할 수 있다. 바라는 것은 세상을 떠나서 아들을 만났을 때, 그때 아들이 서운해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최근 학내에서도 서명 운동을 벌이거나 전학대회에서 김지훈 학우 관련한 가해자 처벌을 촉구하는 결의안이 채택되는 등 많은 움직임이 있었다. 이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같은 상황에서) 물론 다른 학교의 대학생들도 그렇게 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제가 경험한 고려대학교 경제학과, 정경대 학생들의 움직임, 그리고 학내기자들이 기사를 쓰겠다고 했을 때 너무 뜻밖이었다. 너무 고마웠고 너무 자랑스러웠다.

앞으로 학생들이 어떤 움직임을 보여줬으면 한다고 생각하시는 게 있나?

학생대표들 모임에서 결의안을 채택하고 서명운동을 받는 것들, 그 정도면 지훈이 사건과 관련해서 할 수 있는 일을 다 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더 할 일은 없다고 보지만, 그래도 대학생들 스스로 이 일을 그대로 나둬서는 안된다고 생각한다면 지훈이를 한 개인으로 보지 말고 젊은 우리들의 문제로 봤으면 한다. 사건이 진행되면서 봤던 사람들의 부도덕한 행위에 여러분들이 무언가 변해야 한다는 생각을 가진다면 고마울 것 같다. 젊은사람들이 깨어나서 기성 세대의 잘못된 관행을 꾸짖어 줬으면 하는 게 내 바람이다.

강은 기자(qamiso@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