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우리학교 아이스하키부는 한 마디로 악으로 똘똘 뭉쳤다. 작년 정기 고연전을 경기 종료 3분을 남기고 연세대에게 동점골을 허용해 다시 16년 무승의 꼬리를 떼지 못했던 우리학교 아이스하키부가 올해 역사를 새로 쓰려한다.

우리학교 아이스하키부의 지난 고연전 성적을 보면 늘 ‘2%’ 부족했다. 고려대는 늘 후반 뒷심이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초반에 선제골을 넣지만 번번이 마지막에 골을 허용하고 말았던 전례 때문인지 선수들 또한 ‘역전 트라우마’를 갖고 있다. 다른 종목들에 비해 유독 오랜 기간 승리의 기쁨을 맛보지 못했던 아이스하키는 학우들의 외면을 받았다. 아이스링크를 찾는 학우들의 표정에 설렘이 없어진 것을 보면 이제는 현실을 냉정하게 직시할 때가 왔음을 알 수 있다.

연세대와의 현저한 실력 차이 때문?

올해 초 열린 제 95회 전국동계체육대회 대학부에서 우리학교는 준결승전에서 경희대를 10대 1로 완승을 거두고 결승전에서 연세대와 맞붙게 되었다. 결과는 6대4로 승리의 여신은 우리학교를 향해 웃어주었다. 초반의 선제골과 경기가 종료되기 전까지 득점을 허용하지 않았던 점이 승리의 요인이었다.

첫 단추를 잘 꿴 우리학교는 이어서 제 59회 전국 대학부 아이스하키 선수권대회(이하 대학선수권 대회)에서 경희대를 9대1로 광운대를 10대1로 이기며 연승행진을 이어갔다. 연세대와의 경기에서는 3대3으로 무승부에 그쳤다. 우리학교는 초반에 선제골을 넣었으나 연세대가 2피리어드에 두 골, 3피리어드에 한 골을 넣어 추월했다. 하지만 3피리어드 후반에 연이어 두 골을 넣어 아슬아슬하게 무승부로 경기를 마쳤다. 뒤이어 한양대와의 승부에서는 9대1로 완승을 거둬 연세대와 대학선수권 대회에서 공동 우승을 쟁취했다. 일본 와세다대학과의 친선 교류전에서는 1차전에서 4대 2로 이기고 2차전에서 2대 3으로 패해 1승 1패 총 6대5로 승리를 거머쥐었다.

객관적으로 봐도 좋은 성적이다. 특히 대학선수권 대회에서 연세대에게 뒤처지던 중 경기 종료 3분을 남겨 놓고 두 골을 넣어 승부를 마무리한 것을 주목할 만하다. 항상 뒷심이 부족하고 막판 체력과 집중력 부족을 지적 받던 우리학교 아이스하키에는 눈에 띄는 발전이다. 유독 우리학교 선수들이 제 실력을 발휘하지 못하는 곳은 정기 고연전이 열리는 목동 아이스링크장이다. 이에 작년부터 지휘봉을 잡은 김희우(체교85) 감독은 “선수들이 고연전 무승에 대해 심적 부담이 큰 편”이라고 말했다.

정기 고연전 승리할 수 있을까?

그렇다면 장기간의 무승 징크스로 정기 고연전에서 아이스하키의 승리를 보기는 정말 힘든 것일까. 이에 김희우 감독은 자신 있게 그렇지 않다고 대답했다. 작년 정기 고연전에서 안타깝게 동점골을 허용했지만 이번에는 그러지 않을 것이라는 자신감이 보였다. 무승 징크스, 트라우마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선수들이 정기 고연전에 심적 부담감이 크지만 지속적으로 멘탈 클리닉으로 이를 극복해가고 있다. 작년보다 더 단단해진 선수들의 체력과 집중력도 기대되는 요소이다. 작년부터 노력한 ‘약속된 플레이’는 올 해 더욱 끈끈해진 팀워크로  강화됐다.

▲웨이트 훈련을 하고 있는 고려대 아이스하키부

전지훈련과 체력훈련을 통해 단련된 선수들도 주목할 만한 포인트이다. 이번 고연전에서 저학년들이 공격의 주축이 되는 만큼 미국 전지훈련을 통해 부족한 개인기를 향상시켰다. 서영준(체교14, DF)은 대학선수권 대회에서 수비수임에도 3골 7도움으로 최다 포인트상을 수상해 루키로 떠올랐다. 이미 여러 차례 정기 고연전을 뛰어본 오세안(체교11, FW)의 관록 또한 승리에 큰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또한 작년 고연전에서 경기를 뛴 저학년 선수들이 그 경험을 토대로 이번 고연전에서는 더 큰 역량을 보여줄 것으로 기대된다.

선수들의 각오도 남다르다. 황두현(체교13, FW)은 2학년으로서의 역할을 다해 “더욱 강화된 팀워크로 경기에 임하겠다”고 자신 있게 말했다. 작년 고연전에서 멋진 활약상을 보여준 골리 박계훈(체교11, GK)은 “작년에 너무 아쉬웠다”며 “졸업반으로 마지막 정기전인 만큼 올 해는 꼭 승리할 것”이라고 결의를 다졌다.

하키뉴스 성백유 편집장과의 인터뷰를 통해 이번 정기전의 승부를 예측해봤다. 성백유 편집장은 이번 정기전을 ‘고려대의 승리를 기대해 볼만한 경기’라 말했다.

 Point 1. 강한 팀워크와 조직력

 “연세대는 개인기와 스피드가 강점이고 고려대는 팀워크와 조직력으로 승부를 본다. 선수 개인의 능력만 봤을 땐 연대가 우수하지만 고대 또한 이번 여름에 LA전지훈련을 통해 스피드와 힘이 향상된 것이 사실이다”

 김희우 감독의 말처럼 우리학교는 공격에 저학년들이 주축이 되기 때문에 선수의 개인기나 기술은 화려하지 못하다. 하지만 이번 여름 LA전지훈련에서 좋은 코치진들에게 트레이닝을 받고 전체적으로 체력을 향상시켜 개인기나 기술을 발전시키기 위해 노력했다. 또한 2,3학년 선수들이 작년 고연전에 연세대보다 많이 투입됐었기 때문에 경기 경험 상 더 노련할 것이라는 후문이다.

Point 2. 주목할 만한 1학년 선수들

기존 우리학교는 선수 스카우트에서 연세대보다 우위를 점하지 못했던 것이 사실이다.  성백유 편집장은 "올해 1학년 선수들은 연세대와의 스카우트 싸움에서 밀리지 않았다"고 말했다. 연세대는 학내에서 아이스하키부에 대한 배려와 지원이 많다. 그렇기 때문에 지금까지 좋은 선수들을 일찍 접촉하면서 우리학교보다 스카우트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었다. 하지만 작년에 김희우 감독이 부임하면서 우리학교는 스케이팅 머신을 도입하고 체계적인 훈련을 통해 좋은 기반을 닦아놓았다. 성 편집장은 “고대도 올 해 1학년 선수들 중에서도 고학년 급 선수들이 있어 기대해볼 만하다”고 평했다.

Point 3. 강한 골리

성 편집장은 아이스하키에서 골리의 역할은 5할을 넘는다고 말했다. 골리의 역할이 중요한 아이스하키에서 우리학교 4학년 골리 박계훈 선수가 경기를 뛴다면 올해도 큰 활약을 할 것으로 보인다. 성 편집장은 “고려대는 연세대보다 우수한 골리가 있다”는 점을 고려대 승리의 요소 중 하나로 꼽았다.

 마지막으로 성 편집장은 두 학교의 실력이 비등하기 때문에 초반 선제골을 어느 학교가 먼저 넣느냐에 따라 주도권 싸움이 되지 않을까 예상했다. 하지만 경기 당일에 발생할 수 있는 변수가 많기 때문에 예상은 예상일뿐이라는 말도 잊지 않았다.

우리학교 아이스하키부에게 ‘16년 무승’은 또 다른 한 번의 패배를 허용할 수 있는 변명거리가 아니라 배수의 진과도 같다. 이번 정기 고연전 아이스하키는 더 이상 물러날 곳이 없다. 선수들의 사기는 높고 실력은 이미 준비됐다. 그들에게 남은 것은 새로운 역사를 쓰는 것뿐이다.

김치연 기자(cykim1112@korea.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