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성기’ 농구부, 올 상반기 성적을 살펴보자

현재 이민형(체교 84) 감독이 이끌고 있는 고려대 농구팀은 근래 첫 대학농구리그 통합우승과 아시아 퍼시픽대학농구 챌린지 우승을 거머쥐었다. 지난 9월 연세대학교를 상대로 KB국민은행 대학농구리그 결승전에서 마지막 두 차전을 승리함으로써 고려대학교 농구팀의 위상을 세운 바 있다.

가장 최근 열린 2014 대학농구리그 당시 맞붙은 우리학교와 연세대의 기록을 비교해보면 고려대학교가 전반적으로 우세하다. 득점, 리바운드, 어시스트 및 3점슛 성공률 면에서 우리 학교가 근소한 차이로 앞선 기록을 보여줬다. 하지만 우리학교 선수들의 자유투 및 자유투 성공률이 낮은 것은 아쉬운 점이다. 김지후와 이동엽을 제외하고 우리학교 농구부의 자유투 성공률은 50%에서 60%정도를 웃돈다. 우리학교 농구부의 시즌 평균 자유투 성공률은 65.32%인 반면 연세대는 평균 73.49%를 기록하면서 연세대가 상대적으로 우위를 점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이종현 부재에도 끄떡없는 두터운 선수층

우리학교 농구부의 이번 통합우승은 에이스 이종현(체교13, C)이 FIBA(세계농구월드컵) 출전으로 부재했다는 것을 감안할 때 시사하는 바가 크다. 챔피언 결정전 당시 이종현의 부재가 우리학교 농구부 경기력에 큰 영향을 줄 것이라는 우려가 많았다. 하지만 이내 문성곤-김지후-강상재 등 여러 선수들이 활약을 펼치면서 우리학교 농구부는 오히려 더 큰 가능성을 보여줬다.

문성곤(체교12, F)은 공격과 수비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는 선수로 꼽힌다. 195cm의 큰 키를 활용한 시원시원한 외곽 슛을 성공시키는 것뿐만 아니라 수비면에서도 꾸준히 제 역할을 다해줬다. 문성곤은 2014 대학농구리그에서 경기당 12득점과 평균 4.50리바운드를 기록했다.

4학년 선수들 중에서는 이승현과 김지후(체교11, G)가 단연 돋보인다. 지난 17일 진행된 신인 드래프트에서 그 능력을 증명 받은 바 있다. 이승현은 전체 1순위 지명권을 얻은 오리온스에게 지명됐다. 이승현은 오른손잡이 선수들이 막기 힘들어하는 왼손잡이의 이점을 타고나 득점 찬스에 망설임이 없으며, 원 맨 속공에도 능하다. 본래 포지션인 파워포워드 외에도 스몰포워드의 역할도 수행하며, 유도로 다져진 힘도 막강하다.

김지후는 KCC에서 4순위로 허재 감독에게 지명됐다. 허재 감독이 연세대학교에서 뛰고 있는 자신의 아들인 허웅이 아닌 슈터 김지후를 지명한 점은 많은 이들에게 회자된 바 있다. 이에 김지후는 “개인적으로 허웅 선수랑 친분이 깊어 재밌는 상황이라고만 느꼈을 뿐”이라며 “드래프트가 끝난 이후 KCC팀이 바로 필리핀으로 떠나 감독님과는 이야기를 나누진 못했다”고 웃어 보였다. 올해 대학농구리그에서 김지후는 경기당 12득점과 평균 2.8 리바운드를 기록했다. 김지후는 3점슛을 비롯한 슈팅능력은 인정받고 있으나 클러치를 비롯한 가드로서의 수비능력은 약점으로 평가되고 있다. 최근에는 1-1수비나 로테이션에서는 점점 안정되고 있는 양상이다.

‘이종현의 팀’이라고도 불렸던 고려대 농구팀은 올해 대학농구리그를 통해 많은 선수들이 높은 경기력을 가지고 있음을 보여준 셈이다. 게다가 이번 정기전에는 에이스 이종현 선수가 가세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우리학교 농구부의 승리를 더욱 기대할 수 있는 상황이다. 이종현은 206cm의 장신으로 빠른 스피드를 갖추고 있다. 이민형 감독은 “이종현 선수가 가지고 있는 높이의 장점을 살려 이번 정기전에서 고공 농구의 진수를 보여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우리학교 농구부가 강한 또 다른 이유, 우리는 하나!

이종현은 대학농구리그 챔피언 결승전이 시작하기 전, 동료들과 함께 유니폼을 입고 몸풀기에 임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이 같은 모습은 유난히 ‘단합’을 강조하는 고려대학교 농구팀, 우리학교만의 특유의 문화다. 이에 대해 이민형 감독은 “수없이 많은 경기를 치루며 쌓아온 우승과 승리에 대한 자부심이 팀이 잘 뭉치게 한다”고 전했다.

현재 대표팀이 만끽하고 있는 ‘가족적’인 분위기는 이민형 감독이 부임한 후 지난 몇 년간 쌓아온 공든 탑이라고 볼 수 있다. 2009년 당시 터져 나왔던 잡음들은 온데간데 없다. 이에 반해 연세대학교의 최대 약점은 선수 개개인의 기량이 아닌 어수선한 팀 내 분위기로 인해 집중력 저하가 우려된다는 점이다. 2014 아시아-퍼시픽 대학농구 챌린지에서 정재근 전 연세대 감독은 심판판정에 반발하며 심판에게 한 거센 항의에 논란이 일면서 직무정치 처분이 결정됐다. 이제 두 달이 되가는 은희석 감독 체제의 연세대 농구부가 얼마나 조직력을 갖췄을지가 이번 정기전 승패의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은희석 감독의 연대 농구부는?

은희석 감독은 ‘스피드 농구’를 추구한다. 이에 따라 포인트가드 김기윤의 출장 시간을 늘렸다. 비록 최근 정기전 10년 동안의 전적은 8승 2패로 우리학교가 절대 우위를 점하고 있지만, 허웅-김기윤-김준일의 기량은 위협적이다. 이승현에 이어 드래프트 2순위로 지명된 김준일은 이종현, 이승현에 버금가는 ‘빅맨’으로 꼽힌다. 올해 대학농구리그에서 평균 9.50의 리바운드를 기록하며 이종현이 빠진 우리학교와의 리바운드 싸움에서 공격적인 자세를 취했다. 이에 비해 우리학교에서 이종현을 제외하고 가장 높은 리바운드 기록을 자랑한 선수는 강상재 선수로 경기당 평균 6.38의 리바운드를 기록했다. 우리학교 농구부는 이종현의 ‘높이’를 앞세워 리바운드 싸움에서 앞서 있지만, 연세대도 이에 뒤지지 않는다는 점을 경계해 리바운드 싸움에 더 치열히 달려들 필요가 있다. 

결국 정기전은 정신력 싸움

‘정신력’은 이민형 감독이 정기전 승리를 위해 강조하는 또 하나의 요소다. 이 감독과 선수들은 "정기전은 그 어떤 경기보다 외부적인 요소들이 크게 영향을 끼치는 경기"라고 전했다. 지금까지 연세대를 상대로 꾸준히 승리를 거둔 것이 오히려 이번 정기전의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승현은 “계속해서 잘해왔다는 점이 오히려 부담감을 더한다”며 “현재 전반적인 분위기는 좋지만 정기전은 항상 그 승부를 예측할 수가 없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이민형 감독은 “많은 대회에서 연대에게 압도적으로 승리했다”며 “하지만 그에 대해 자만하지 않는 정신력이 관건이다"고 덧붙였다.

이번 정기전에서도 뜨거운 전성기를 이끌고 있는 노련한 4학년들의 깔끔한 마무리를, 그 전성기를 이어받으려 하는 저학년들의 활약을 기대해본다.

배기림 기자(kirimb@yaho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