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60호] 2014년 10월 13일 (월) 13:26:35



  “여학생 휴게실 매트리스에 쌓인 먼지를 보고 놀란 적이 있어요. 또, 수면실에 있는 이불이 조금 축축해 이용하기 꺼려져요.” 본교의 여학생 휴게실(여휴)을 이용해 본 학생의 이야기다. 본교엔 여학생을 위한 복지공간인 여휴가 곳곳에 마련돼 있지만 관리가 잘 안 되고 있는 실정이다. 시험기간에 학생들은 부족한 수면을 보충하기 위해 여휴를 찾는다. 8일, 오후 12시엔 점심시간을 이용해 동원 글로벌 리더십 홀(동글리) 수면실의 18개 침대 중 17개에서 여학생들이 수면을 취하고 있었다. 그리고, 가운데에 있는 소파에서 한 명의 학생이 자고 있었다.

조사 5곳 중 3곳 오염돼
  여휴는 크게 학교 차원에서 운영하는 시설과 단과대 학생회 차원에서 운영하는 시설로 나뉜다. 여휴 중 학생들이 가장 많이 이용하는 인문사회계 캠퍼스 동글리 여휴와 자연계 캠퍼스 과학도서관 여휴의 위생 상태를 조사했다. 또한 단과대 안에 위치한 여휴 중 타 학과 여학생에 대한 출입 제한이 없는 △정경대 여휴 △문과대 여휴를 중심으로 조사했다.

  위생 상태를 검사하고자 효소면역측정법을 기초로 한 집 먼지 진드기 측정키트인 ‘Mitey Checker’로 여휴 이불에 있는 집 먼지 진드기의 알레르겐의 량을 검출해 진드기의 마릿수를 알아봤다. 이 검사기는 진드기 알레르겐 정도를 ++(35㎍/㎡ 이상), +(약 10~15㎍/㎡), +-(약 5㎍/㎡), -(1㎍/㎡ 이하) 4 가지의 단계로 측정하며, 1단계 -에서 4단계 ++로 갈수록 심한 상태를 뜻한다. 여기서 35㎍/㎡란, 1㎡당 35 microgram의 진드기 알레르겐이 있다는 의미로, 350마리의 진드기가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는 것이다.

  조사 결과, 1㎡ 넓이에 알레르기성 질환의 원인인 집 먼지 진드기 알레르겐이 △동글리 가운데 소파: ++ △동글리 수면실 침대 이불: + △문과대 여휴(홍보관 2층) 이불: + △정경대 1층 여휴 이불: 2단계 +- △과학도서관 2층 여휴 이불: -로 나왔다.

  이러한 결과에 대해 본교 환경 보건학과 환경위해성 평가연구실 허은혜 연구원은 “우리나라 학교보건법에서 천식 등 알레르기를 유발할 수 있다고 규정한 10 ㎍/㎡(100 마리/㎡)을 초과하는 곳에서는 철저한 위생 관리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가장 진드기 많은 동글리
  동글리 관계자는 두 달에 한 번 이불 세탁을 하고, 공기청정기와 제습기를 이용해 수면실의 습도를 관리한다고 밝혔다. 또한 조교를 둬 밤마다 이불에 있는 먼지를 털고, 수면실 상태를 수시로 관리해 여름 같은 때 이불 상태가 좋지 않으면 세탁을 바로 해왔다고 말했다.

  집 먼지 진드기 연구소인 마이트 피디아에 따르면, 집 먼지 진드기의 성장과 생존에 온도와 습도는 가장 중요한 요인이다. 하지만 여학생들이 자주 수면을 취하는 동글리 가운데 소파는 진드기 검사 결과에서 가장 나쁘게 나타났다. 이에 양성평등센터 노정민 씨는 “가운데 의자는 따로 관리하지 못 했던 게 사실이고 앞으로 관리 방안을 알아볼 것”이라며 “동글리 수면실은 다른 여휴 보다 많은 학생들이 이용하는 만큼 앞으로 이불 세탁 주기를 줄이는 등의 노력을 하겠다”고 말했다.

단과대 여휴 관리는
  단과대 여휴는 자치공간으로 여겨져 물품 구비, 이불 세탁 등의 전체적인 관리가 학생회 차원에서 이뤄지고 있다. 특히, 미디어학부는 학생회 집행부에 복지국장이 따로 있어 복지국장이 이를 관리해왔다. 이불 세탁은 △정경대: 학기 당 1~2회 △문과대: 학기 당 2~3회 △미디어학부: 학기 당 4~5회 △생명대: 학기 당 3~4회씩 이뤄지고 있었다. 백승한 생명대 학생회장은 “이외에도 일주일에 2~3회 방문해 상태가 좋지 않으면 비정기적으로 이불 세탁을 한다”고 말했다.

    
  단과대 여휴 출입 조건은 단과대마다 차이가 있어, 미디어학부의 경우 미디어학부 여학생들 중 신청자에 한해 출입을 가능케 했고, △정경대 △문과대 △사범대 △생명대는 본교 여학생이면 출입이 가능하도록 했다. 이에 김서연 미디어 학생회장은 “미디어 여휴는 지하 1층에 있어 학생들의 안전을 위해 출입 신청을 받는다”며 “출입신청을 하는 학생은 약 3분의 2 정도”라고 말했다.
학생들의 책임감 필요해

  진드기뿐만 아니라 여휴 이용실태도 문제가 된다. 7일부터 8일까지 여휴 곳곳에 쓰레기가 버려져 있는 모습을 쉽게 발견할 수 있었다. 정경대의 수면실엔 다 마신 커피 컵과 종이 등이 버려져 있었고, 쾌적한 여휴의 공기 질을 위해 구비해 둔 공기청정기는 꺼져있었다. 문과대 여휴의 출입문엔 ‘음식물 반입 금지’라는 안내사항이 붙어있었지만, 곳곳에 먹은 후 치우지 않은 떡볶이 봉투와 빈 과자 봉지, 음료수 병 등이 쓰레기통 밖에 버려져 있었다. 이수민(문과대 사회14) 씨는 “먹고 곧바로 치우지 않아 바닥이 끈적끈적할 때가 있어 사용하기 찝찝한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여휴의 바닥 청소나 쓰레기 정리는 정경대와 미디어학부의 경우 미화노동자가, 사범대와 생명대의 경우 학생회가 맡고 있다. 하지만 단과대 학생회장들은 여휴 사용자들이 이용한 자리의 뒷정리 필요성에 입을 모았다. 민예지 문과대 학생회장은 “학생회 차원에서 시설관리를 해야 하지만, 환기나 청소 부분까지 정기적으로 관리하긴 힘들다”며 “학생들이 여휴를 사용한 후 자리를 정리해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박하나 기자knock@kukey.com  
출처 : 고려대학교 고파스 2024-05-06 16:31: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