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대학가에 공존의 문화가 조성되기를 바란다


‘델마르’, ‘콩진호’, ‘안암동 김치찌개’가 위치한 안암동5가 101-66(안암동 개운사길 21-3) 건물을 둘러싸고 상인들과 건물주가 명도소송을 진행중이다. 2013년 8월 해당 건축물의 소유권을 획득한 건물주는 상인들에게 건축물 재건축을 명분으로 가게를 비울 것을 요구했고, 이에 상인들은 보조금과 권리금 및 인테리어비 등 초기투자금을 회수할 시간도 얻지 못한 채 쫓겨날 처지에 놓였다. 해당 건축물에는 대학생들에게 사건의 진상을 알리고 도움을 청하는 상인들의 현수막이 걸렸고, 총학생회에서는 상인들을 지지하는 행동을 시작했다.

일차적으로 이 문제는 임차인과 건물주 사이의 재산권 분쟁에 국한된 것처럼 보일 수 있다. 상인은 공간을 빌려 장사를 할 수 있고, 건물주는 부동산업을 통해 이득을 얻을 수 있으니 말이다. 그러나 상인들에게는 초기투자금 회수와 안정적 수익창출을 위한 시간이 필요하다. 특히 유동인구의 향상과 해당 상권의 활성화가 요구되는 골목상권은 더욱 그러하다. 임차인이 전체 임대차기간 5년에 관해서 계약갱신요구권을 가지는 것을 명시하는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상임법)은 바로 그러한 취지에서 만들어진 것이다. 5년도 외국에 비해서는 짧은 보장기간임에도 불구하고 건물주는 5년은커녕, 재건축 계획시 계약갱신을 하지 않을 수 있다는 상임법의 예외규정을 악용해 상인들을 몰아내고 있다. 건물주는 오직 자기의 이익을 위해 법을 악용하여 상인들의 노력이 결실을 맺는 데까지 필요한 시간을 빼앗고 있는 것이다. 이 문제는 결국 임차인의 최소한의 권리보다 건물주의 재산권에 손을 들어주는 상임법의 허점이 드러난 것이고, 한 걸음 더 나아가 개인의 사적 이익만을 추구하며 공동체적 가치들을 무시하는 천민자본주의적 행태가 현실화된 상징적 사건이다.

게다가 이 문제는 대학가에서 발생했다. 해당 건물이 재건축되어 신축원룸이 된다면 그 건물에 거주할 것으로 기대되는 사람들은 우선적으로 대학생들이다. 최소한 대학가에서 돈을 벌고 싶다면 자신이 누구를 고객으로 맞이하는가에 대해서 정도는 생각해야 할 것이다. 우리는 자신의 일을 통해 어떤 문화를 창출할 것인지 어떤 가치를 상기시키고 싶은지 진중하게 고민하고 도전하면서도 서로에 대한 존중을 결코 포기하지 않는 사람들이 모여서 만드는 창조적 공생의 거리와 동네를 바란다. 사회의 이권투쟁으로부터 대학생들을 지켜줌으로써 그들이 적어도 대학생 시절만큼은 다른 것에 매이지 않고 학문과 연구에 매진하고 자신의 고유한 길을 찾도록 도와주지는 못할망정, 돈을 버는 것이 인생의 전부라고 건물주는 자신의 행동을 통해 말하고 있다. 그런 의도가 아니었다면 건물주는 우선 상인들의 계약갱신요구권을 보장해 주고 그 후에 해당 건물의 재건축등을 검토해야 할 것이다.
출처 : 고려대학교 고파스 2024-04-30 21:05:3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