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사회는 소비사회이다. 물질적으로 풍요한 이 사회에서 사람들은 많은 재화와 서비스를 소비하고 있다. 인간은 일생을 호모 컨수만스(Homo consumans, 소비하는 인간)로 살고 있다. 인간의 소비행위는 소비경제학과 소비자행동론에서 많이 다루어 왔다. 하지만 이들 관점만으로는 호모 컨수만스를 완전히 이해하지 못한다. 인간의 소비를 진정으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문화적이고 상징적인 측면을 고려해야 한다. 즉, 소비재는 그 실용성과 상업적인 가치를 넘어서 문화적인 의미를 지니고 그것을 전달하는 능력을 이해해야 한다. 예를 들어, 선물을 구매하고 증정하는 소비행위는 의미를 소통하는 문화적 행위이다. 발렌타인데이의 초콜렛, 화이트데이의 사탕, 빼빼로데이를 막대과자는 단순한 소비재가 아니다. 소비는 문화적인 고려에 의해서 형성되고 촉진되며 구속받고 있다.

이 책의 저자인 그랜트 맥크래켄(Grant McCracken, 1951~  )은 소비재의 문화적, 상징적 속성에 대해서 체계적이고 포괄적으로 접근하고 있는 소비인류학자이다. 1988년에 출판된 이 책은 소비가 철저히 문화현상이라는 데 초점을 맞추고, 사람들은 왜 소비에 몰두하고 소비재가 새로운 문화와 사회에 어떤 기여를 하는가에 대해서 분석하였다. 이 책은 크게 3가지 파트로 나누어져 있다. 제1부 ‘역사’에서는 근대적인 소비의 형성과 문화와의 긴밀한 관계를 맺어가는 과정을 검토하였고, 제2부 ‘이론’에서는 문화와 소비의 관계모델을 제시하였다. 그리고 제3부 ‘실제’에서는 소비재에 부여된 문화적 의미의 여러가지 용법을 분석하였다.  

그는 소비재를 만들어 내는 디자인 및 생산 시스템은 완전히 문화적인 작업이며, 모든 소비재들은 문화적인 의미로 가득차 있다고 하였다. 문화적으로 구성된 세계에서 광고와 유행시스템을 통해 소비재로 문화적 의미가 이동되고, 다시 소유, 교환, 치장, 처분의례를 통해 개개인의 소비자에게로 문화적 의미가 이전되는 경로를 제시한 것은 그의 탁월한 견해이다.  영리한 마케터는 물리적인 상품 그 자체를 판매하지 않는다. 그 속에 문화적 의미를 부여하고 스토리를 입힌다. 즉, 그 소비재(artifacts)를 가지고 삶이라는 무대에서 소비의례(ritual)를 수행할 소비자들에게 대본(script) 제시한다. 그리고 광고와 유행시스템을 통해 역할(role)과 청중(audience) 알려주고, 대본을 확산시킨다. 문화적 의미가 담긴 소비재(의례인공물)을 구입한 소비자는 소유의례(possesion ritual), 교환의례(exchang ritual), 치장의례(grooming ritual), 그리고 처분의례(divestment ritual)를 행하면서 그 의미를 받아들이고 타인과 커뮤니케이션 한다. 발렌타인데이의 초콜렛 선물, 여성들의 매일의 화장과 치장, 각종 수집행동, 명절소비 등에는 이러한 과정이 진행되고 있다.

이 책은 소비의 문화적 분석을 통해 인간과 사회를 더 이해하고자 하는 사람들에게 유익한 책이다.  소비자를 더 잘 이해해야 하는 경제학, 경영학, 소비자학 전공자와 디자인이나 산업공학을 전공자들에게 일독을 권한다.  특히 마케팅, 영업, 광고 분야의 전문가가 되고 싶은 분들에게는 필독서이다. 이 책과 함께 장 보드리야르의 를 읽으면 사용가치 이면에 존재하는 사물의 소비의미에 대해 더 폭넓게 이해 할 수 있다.


박 철 경상대 교수·경영학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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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고려대학교 고파스 2024-05-05 07:03: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