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무섭게 내리쬐는 태양과 그 뜨거운 햇빛을 받고 있노라면 여름이 어느덧 성큼 다가온 것 같다. 따뜻하고 찬란했던, 2015년의 시작을 알린 봄이 벌써 떠난 것을 생각하면 김영랑 시인의 ‘모란이 피기까지는’에 나오는 찬란한 슬픔의 봄이라는 구절이 마음을 울린다. 봄은 사계절 중 첫 번째로 만물이 소생하는 계절이다. 그 느낌은 경쾌하고 발랄하며 모든 것을 새로이 시작하기에 좋은 그런 계절, 그것이 봄이다. 계절의 여왕이라는 5월이건만 왜 이리 더운지 내가 사랑하는 봄이 꽃 따라 진 것만 같아서, 만개한 꽃이 지고 찾아온 푸른 하늘과 무성한 녹음의 찬란한 봄에서 슬픔이 느껴진다. 비단 슬픔을 느끼는 것이 계절의 순환 때문은 아닐 것이다. 대학생이라는 신분아래 마주한 현실이, 몰랐던 세상을 알아가며 아름답지만은 않은 그 현실을 알아가기에 찬란한 슬픔이 느껴진다.

지성의 배움터인 고등교육기관 대학을 다니면서 대학생들은 보다 깊은 전공지식에 대해 공부하고, 사회로 나아가기 위해 지적 소양을 쌓는다. 대학생은 법적 성인이지만 학교라는 울타리에서 학생으로서 보호받을 수 있는 마지막 신분이기도 하다. 인생에서 가장 빛나는 시기로 가슴 뛰는 꿈을 가지고 두려울 것 하나 없는 것이 대학생이건만 우리는 오늘도 답답한 현실에 마주하며 꿈을 잊는다.

청년실업 100만에 청년실업률 10.2%의 상황에서 우리는 사회와 순응하며 어릴 적 가졌던 작은 꿈들을 뒤로한 채 오늘도 도서관에서, 토익학원에서 취업준비생이라는 신분을 갖는다. 어릴 적 장래희망 란에 공무원을 적었던 친구들은 없었는데 지금은 많은 친구들이 공무원을 준비하며 다시 제 2의 공부를 시작한다. 또 토익 900에 어학연수, 공모전 수상경력과 대외활동이 기본이 된 스펙 인플레이션의 취업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해 열정페이에 노동력을 팔아서라도 인턴이라는 스펙을 채우기 위해 전전긍긍하고 있다.

청춘은 인생의 시기에 있어서도 꽃 피우는 봄이다. 작은 봉우리를 가지고 그동안 노력의 결실을 꽃으로 피워내는 시기인 것이다. 그러나 현 시대의 청춘은 현실과 타협하며 젊은 날의 의무를 져버리고 권리는 행사하지 못하고 있다. 사회의 불의에 대해서는 침묵하며 스스로를 사랑하기 보단 탓하고 깎아내리며 미워하는, 바깥세상은 너무 아름답지만 내 안의 세상은 너무 답답한 이 찬란한 봄이 역설적이게도 너무 슬프다. 다시금 작은 봉우리에서 모란이 피어나길 바라며 오늘도 작은 저항을 해본다.

송아람(공공행정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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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고려대학교 고파스 2024-05-05 13:04:5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