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중취재] ‘고파스 운영권 논란’, 전학대회에서 논의된 것들

뜨거운 감자로 떠오른 ‘고파스’

47대 총학생회 부정선거로 인해 학내가 떠들썩하다. 지난 1차 임시전학대회에서는 전 45대 학생회장 박종찬 씨 징계안으로 ‘제명’이 결정됐다. 총학생회장과 중선관위원장을 지낸 사람으로서 책임과 역할의 중요성을 알면서도 부정선거에 관여한 것이 그 이유이다. 징계가 결정되면서 몇몇 대의원들 사이에서 그가 운영하는 커뮤니티 사이트 ‘고파스’에 대한 논의가 불거졌다. 이내 고파스 운영 관련 긴급 안건이 발의되기도 했다. 고파스 운영권을 두고 다양한 의견이 오갔다. 9일 열린 전학대회에서 불거져 나온 고파스 운영권 논란, 그 흐름을 짚어봤다.

임시 안건 발의의 배경은?

총학생회칙 제5조 1항에 의하면 ‘본 회원은 모든 자치활동에 참여할 권리를 가진다’고 명시되어 있다. 박종찬 씨가 이번 사건의 징계로 본회에서 제명당하면 더 이상 회원으로서의 권리를 행사할 수 없게 된다. 이것을 근거로 진태환 동아리연합회 사회분과장은 전학대회에서 임시안건을 발의해 고파스에 대한 논의의 장을 만들었다.

고파스와 자치활동

자치활동이란 ‘학생이 집단으로 학교생활을 조직하고 운영하는 활동’을 말한다. 사실 고파스는 개인(박종찬)이 만들고 그것이 흥미를 끄는 컨텐츠들도 구성이 됐다. 이에 따라 학생들이 자연스럽게 모여든 것이므로 자치활동이 아니라고 볼 수 있다. 전학대회에서 이성민 전 경영대 학생회장은 “고파스는 회칙에 명시된 그 어느 것도 아니기 때문에 논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다”고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안보영 정경대 학생회장은 “개인이 만들고 운영해온 사이트라 하더라도, 공공성을 지니고 있는 우리 학교의 대표 커뮤니티를 운영하면서 학우들에게 영향을 미치는 것은 옳지 않은 것 같다”고 밝혔다. 여기에서 생각해 봐야 할 것이 하나 더 있다.

과연 고파스가 대표성을 가지고 있다고 말할 수 있을까? 그만큼의 공공성을 확보해왔나?

고파스가 학우들에게 어떤 영향력을 끼쳐왔는지 바라보는 관점에 따라 회칙 적용 유무가 달라질 수 있을 듯 하다. 고파스가 본교 대표 커뮤니티라고 할 만큼의 영향력이 실제로 없었다고 판단한다면 사실상 회칙에 의거하여 운영권을 제한하는 방향의 논의가 필요가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고파스라는 커뮤니티가 공공성을 지니고 있다는 주장에는 ‘사실상 모든 학생회 소식이 올라가고(이번 부정선거와 관련한 내용을 포함하여) 학내 언론들의 기사 또한 고파스에서 볼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공공성을 일체 부인할 수 없다는 의견이 있었다. 9일 열린 전학대회에서 설동연 경제포효반 학생회장은 “이번 부정선거와 관련한 소식만 놓고 보더라도 고파스가 아니면 관련 뉴스를 쉽게 확인할 수 없었으며, 이는 총학생회 측에서조차도 지금까지 고파스에 많이 의존해왔음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제명자와 졸업생의 차이를 둘 것인가

총학생회칙 제5조 1항, ‘본 회원은 모든 자치활동에 참여할 권리를 가진다’를 곱씹어 보자. 자치활동과 관련한 논의는 박종찬 씨가 ‘제명’되면 더 이상 회원이 아니기 때문에 관련 권한을 행사하지 못한다는 것에서 비롯됐다. 하지만 기억해야 할 것은 졸업생 또한 졸업하는 순간 우리학교의 정식 회원으로서 인정을 받지 못하게 된다. 전학대회에 참관인으로 참석한 사회학과 권순민 씨는 “우리 학교 내에는 과반 활동이나 동아리 활동에 있어서 졸업생들도 참여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졸업생과 제명된 사람 모두 회원이 아닌 것은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사실 고파스 운영권에 관한 논의가 이뤄진 근본적인 원인은 부정선거에 연루된 박종찬 씨의 ‘정당성’ 문제가 크다. 선례 없고 예측하지 못한 상황에 무조건 회칙대로만 적용하다보면 다른 학우들에게 예상치 못한 피해가 가게 될 가능성도 크다.

방향성 찾지 못한 논의는 결국 진전 없이 마무리돼

다양한 논의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어 복잡해진 상황에서 고파스에 대한 논의는 큰 결론 없이 마무리됐다. 이 날 전학대회에서 대의원들간의 논의는 고파스의 운영권을 ‘환수’하자는 입장과는 다소 거리가 있었다. 단, 이에 대한 어느 정도의 논의가 필요하다고 보는 것에는 상당수가 동의했다. 임시 안건을 발의한 진태환 씨는 “당장 해결방안을 찾기 보다는 논의의 장을 만들고 싶었다”며 “학우들도 이 같은 사안에 대해 생각해보셨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추후 전학대회에서 고파스 관련 논의를 이어가는 방향으로 결론지어졌다.

*11월 13일 방송

강은 기자(qamiso@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