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62호] 2014년 11월 11일 (화) 12:48:36


  본교의 개운산 공원 내 기숙사 신축이 일부 주민들의 반발과 성북구청의 비협조적인 자세로 지연되고 있다. 본교는 2013년 12월 11일 성북구청 공원 녹지과와의 실무협의에서 기숙사 건립에 대한 계획안을 제출했다. 당시에는 외국인 기숙사로 계획됐지만 일반 학생들에게도 기숙사가 더 필요하단 의견이 반영돼 본교 모든 학생들이 이용할 수 있는 기숙사로 이용 대상자가 변경됐다.

반대에 부딪혀
  표면적으로 기숙사 신축에 반대하는 집단은 두 곳이다. 13개의 배드민턴 클럽이 연합해 만든 ‘개운산 배드민턴 협의회’와 족구 클럽, 테니스 클럽, 헬스클럽, 성북구 구민으로 구성된 ‘개운산 사랑 연합회’다. ‘개운산 배드민턴 협의회’는 본교와의 절충점을 찾는 것에 동의하는 입장이다. 개운산 배드민턴 협의회 김재원 감사는 “기숙사 신축이 이뤄지지 않는 것이 우리로선 가장 좋지만, 꼭 추진해야 한다면 기숙사 근처에 8개의 배드민턴 코트를 설치해 달라”고 말했다.

  ‘개운산 사랑 연합회’는 기숙사 신축에 반대하는 입장이 확고하다. 그들은 기숙사 신축이 개운산을 이용하던 구민의 여가활동에 차질을 빚는다고 주장한다. 기자가 단체의 한 대표와 연결을 시도했으나, 그는 ‘공동대표 7명이 다 같이 참석할 수 있는 공식적인 자리를 마련하자’며 인터뷰를 거부했다.

성북구 의회, 철회 촉구 결의안 통과
  주민들의 반대 입장을 적극적으로 대변하는 성북구 의회(의장=임태근)는 10월 21일 제230회 제1차 정례회 제3차 본 회의에서 ‘개운산 근린공원 내 고려대학교 기숙사 건립 추진 철회 촉구 결의안’을 통과시켰다. 의결된 결의문에는 ‘지역주민과 상생해야 할 고려대는 주민 수만 명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기숙사 건립을 추진하고 있다’는 내용이 적혀 있었다. 김춘례 의원은 “결의안 채택은 1만 명이 넘는 구민들의 뜻을 성북구 의원들이 함께 한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성북구 의회에서 채택된 결의안에 대해 시설부 권진택 주임은 “사유지를 본교와 단 한 번의 상의도 없이 제 3자가 결의안을 발의하고, 채택된 결과까지 알리지 않은 것에 황당하다”며 불쾌함을 표했다. 이에 김춘례 의원은 “의정활동 측면에서 민원을 받아들인다는 의미인데 그걸 굳이 고려대에 전달했어야 하는지 의문이 든다”고 말했다. 기숙사가 건축되려면 절차상 성북구청에서 기숙사 신축 계획안 등의 자료 검토 과정을 거쳐야 이에 대한 가결 여부를 최종적으로 판단하는 서울시 도시공원위원회에 제출될 수 있다.

본교생의 비판 이어져
  구민의 반발에 학생들은 비판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학생은 “얼마 전 신촌에 있는 대학들의 기숙사 건축이 주민의 반대에 부딪힌다는 기사를 보고 환경보호는 단순히 표면적인 이유라는 것을 알았다”며 “기숙사가 증축됐을 때 임대수요가 줄어드는 걸 우려한 것인데도 이를 드러내지 않은 채 자연보호를 내세우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주명(생명대 식자경13) 씨는 “일부 주민들이 저렇게 격렬히 반응하는 것은 원룸업자와 같은 주민들이 자신의 이권을 지키기 위한 것”이라며 “학생들도 우리의 권리를 지키기 위해 목소리를 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학교의 입장은 ‘합의점 도출’
  본래 개운산 근린공원 내 기숙사 부지는 학교법인의 사유지 82,840m²의 공간이기에 본교는 법적 소송을 통해 기숙사 신축을 강행할 수 있다. 하지만 본교는 주민들과의 합의점 도출에 주력하고 있다. 기숙사 신축 시 주민 편의시설인 △휴게실 △동호회실 △샤워실 등을 기숙사 근처에 설치해 주간 개방할 예정이며, 주민들의 운동시설인 △테니스장 △배드민턴장 △족구장 등을 마련해 평일은 무료 개방으로, 주말은 예약제로 운영할 계획이라 밝혔다.

  입장차를 좁히기 위해 본교는 ‘기숙사 관련 설명 팜플렛’을 14일 무렵에 배부할 계획이다. 이후 성북구 의원과 기숙사 건축에 대해 논의하는 자리를 갖고, 본교생을 대상으로 기숙사 신축에 관한 서명운동을 계획하고 있다. 권진택 주임은 “이화여대, 홍익대 등 많은 대학들이 기숙사 신축에 난항을 겪고 있는데 본교와 성북구가 이 문제를 잘 해결해 모범 사례로 남길 바란다”고 말했다.

  대학 알리미 자료에 따르면 2012년 4월 기준으로 본교 안암캠퍼스 기숙사 수용률은 11%(2,749명)였다. 이는 서울 소재 주요 사립대인 △연세대 30.6%(8,448명) △성균관대 22.2%(5,389명) △서강대 12.1%(1,222명)와 비교했을 때 낮은 수치다. 이에 본교는 2030년까지 기숙사 수용률 30%를 달성해 학생 8,840명의 거주지를 마련하자는 목표를 세웠다.


박하나 기자knock@kukey.com  
출처 : 고려대학교 고파스 2024-04-28 17:44: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