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전 전승이라는 대기록을 남긴 고연전이 끝난 지도 어느새 한 달이 지났다. 어떤 이에게는 그저 즐거운 고연전이지만, 그 이면에는 땀흘리며 열심히 고연전을 준비하고 힘을 쏟는 사람들이 있다. 조정환 (서문 09) 응원단장을 만나 고연전을 마무리한 소감과, 또 매년 불거지는 티켓 관련 논란에 대한 이야기를 직접 들어보았다.

Q 조정환 응원단장에게 ‘응원단’과 ‘응원’은 무엇인가. 응원단이라는 단체에 빠져든 특별한 이유가 있나.

처음엔 새터 때 친해진 선배의 권유로 관심을 가지게 됐다. 처음에는 열정적으로 무언가를 하는 응원단 자체에 대해 막연한 매력을 느꼈던 것 같다. 응원단에 쏟은 시간만큼 잃은 것들도 많지만, 응원단이 점점 ‘내 집단’ 이 되어갔다. ‘적’을 둔다고 하지 않나. 애정이 커진 만큼 응원단이라는 단체의 장점도, 단점도 눈에 보였다. 책임지고 보다 나은 단체를 만들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응원단장이 되는 과정은 전임 단장이 단장에 지원하고 싶은 단원들을 취합하고, 그 이후부터는 투표를 통해 선출된다. 이때 재학생 기획진과 졸업생 단원들의 의견도 반영이 된다.

Q 기타를 잘 치시는 걸로 알고 있는데, 다른 취미가 있나

창작을 좋아하는 편이다. 군대에 있을 때 혼자 있는 시간을 생산적으로 쓰고 싶어 기타 연습을 하기 시작했다. 남이 만든 곡을 연습하니 재미가 없더라. 그래서 좀 부족하지만 노래를 몇 번 만들다보니, 어느새 취미가 됐다. 그렇게 거창한 것은 아니다(웃음). 지인들에게 들려주면서 그 반응을 보고 더 열심히 하게 된 것 같다. 단상 위에서는 많은 사람들 앞에 서게 되니 혼자 있을 때는 혼자만의 시간 자체를 즐기는 편이다.

Q 입실렌티나 응티 같은 행사가 끝나면 ‘고려대학교 대나무숲’ 등에서 응원단장님에 대한 글을 쉽게 확인할 수 있는데, 인기(?)를 실감해본 적이 있나

SNS를 많이 하지 않는 편이라 직접 보지는 못했다. 가끔씩 지인들인 응원단 후배들이 캡쳐해서 보내주기는 한다. 볼 때마다 감사하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피부로 느껴지지는 않는다. 그런 말을 직접 들어본 적은 없는 것 같다(웃음).

Q 응원단의 ‘문화’에 대해서 한번 얘기해보고 싶다. 규율이 엄격하다고 들었다. ‘군대문화’에 대해서 비판도 받는 것이 사실이다. 이에 대해 어떤 생각을 하시는지 궁금하다.

‘군대문화’는 분명히 있었다. 지금도 군대로부터 비롯된 응원단 질서도 존재한다. 얼차려 문화라던가, 지금 시대와는 동떨어진 문화가 있었던 것은 사실이다. 그 부분에 대해서는 저도 뼈저리게 공감했던 바이고, 단원들도 그렇게 느끼고 있었다. 단체 내에서 누군가 총대를 매서 한꺼번에 뿌리 뽑아버리기엔 부작용도 있을 것이라 생각했지만, 그것이 무서워서 잘못된 질서를 그대로 두는 것은 아니라고 판단했다. 그래서 누군가 ‘욕'을 먹어야 한다면 내가 단장일 때가 적합하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임기 중에 응원단에 본래 있었던 얼차려 문화, 육체적으로 벌을 줬던 문화를 아예 없애버렸다. 믿기 어려우실 수 있겠지만, 기존에는 특정 응원동작을 한 채 버텨야 하는 벌도 있었다. 인간적으로 모욕감을 느낄 수 있는 것들을 없애버리려 했다. 이를 위해 연초에 단원들과 모여서 현재의 응원단 질서를 돌아보고 많은 회의를 했다. 타인의 시선을 의식해서가 아니라 내부적으로 정화를 하고 있는 과정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예전에 받았던 비판에 대해서 부정할 생각은 없다. 현재 건전한 문화를 정착시켜나가고 있는 상태라고 봐주시면 감사하겠다.

Q 고연전마다 티켓 관련 논란이 끊이지 않는다. 올해는 응원오티 당시 있었던 표 분배문제 때문에 직접 글을 올리기도 하셨는데. 당시 상황을 구체적으로 듣고 싶다.

티켓량은 한정되어 있기 때문에 티켓 추첨권을 나눠 드렸다. 티켓이 1000장이라고 치면 추첨권 2000장, 3000장씩 찍는 방식이다. 사전에 반 학생회에 연락해 예상 참석 인원을 조사했고, 그 보다 여유 있게 추첨권을 찍었다. 따라서 행사가 6시 시작이었는데 8시까지 추첨권을 드린다고 공지했었다. 그런데 생각보다 추첨권이 너무 빨리 동이 났다. 급하게 현장에서 400장 정도를 새로 제작하기도 했지만 추가수량을 제작하는 과정에서 시간이 지연됐다. 이번 일과 관련해서 많은 비판이 있었다는 것을 잘 인지하고 있고, 진행 과정상 미숙함이 있었다는 것도 인정한다. 또한 추첨권을 다른 종류로 분류해서 무작위로 섞어드렸다고 들었는데, 당첨자를 발표할 때 누구나 당첨자가 선정되는 과정을 볼 수 없었던 점 또한 사과드린다.

Q 응원단의 표 배분권에 대한 논란도 일었다.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또 앞으로 배분되는 표의 양이 바뀔 가능성은 있는지 묻고 싶다.

일단 응원단이 티켓 배분권을 가지는 것에 대해 충분히 정당성을 확보할 수 있다고 설명드리고 싶다. 고연전의 주체가 학교라고 생각해봤을 때, 고연전을 이루는 요소들은 선수들의 경기와 학생들의 응원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고연전 티켓은 비매품일뿐더러, 총학생회, 교우회, 대학원에도 표를 분배하는 것 자체가 학내 문화를 부흥시키고 고연전 참여를 유도하는 방편이라고 생각한다. 학교가 응원단 측에 표 배분권을 주고 있는 것은 응원의 가치에 대한 인정과, 이것이 이어졌으면 한다는 표현이라고 받아들이고 있다. 우리 학교 응원오티의 흥행에 고연전 티켓 배분이 어느 정도 기여한다고 생각한다. 연세대학교에서는 응원단이 표를 배분하지 않는다. 사견이지만 연세대에서는 표 배분 자체가 없기 때문에 학우들이 갖는 응원과 관련된 컨텐츠에 대한 흥미를 점점 떨어트리고 있다. 연세대는 밴드와 기수단이 한 울타리에 소속되어있지 않기 때문에 응원에 대해 소통하고 발전하기 힘들다. 연세대의 응원문화가 쇠퇴하는 주요 원인 중 하나다. 신촌에서 하는 응원오티는 없어지는 추세지 않나. 신곡을 발표하는 오티자리에 학우들의 피드백이 없으면 응원문화자체가 유지되기 굉장히 힘들다. 학우분들이 사랑해주시는 민족의 아리아도 처음에는 신곡이었다. 

또 꼭 말씀 드리고 싶은 것은 응원단이 운동부 선수들과 학우들을 이어주는 연결고리 역할을 한다고 생각한다. 농구대잔치 등이 열렸던 예전보다는 대학 스포츠 자체에 대한 관심이 많이 떨어졌지 않았나. 학우분들이 선수들의 이름을 아는 경우는 드물다. 그 부분을 응원단이 매울 수 있다고 생각한다. 홍보채널을 통해서나, 단상 위에서 학우들이 선수들에게 더 가까워지는 기회를 제공할 수 있다. 이런 역할이 인정된다면 응원단이 더욱 더 자극 받아 책임감과 자긍심을 가지고 일을 할 수 있을 것 같다. 수량 조정에 대해서는 유연하게 대처할 의향이 충분히 있다.

Q 학우들에게 하시고 싶은 말이 있다면

종종 학교에서 저를 알아보시고 격려의 말씀을 건네주시는 학우들이 있다. 정기전에서 단상 위에 올라가 했던 멘트들을 기억해주시는 분들도 있는데, 정말 감사하다. 응원곡만 쉴 틈 없이 계속 부르는 것이 아니라 진정성을 담은 응원을 이번 정기전에서 해볼 수 있었던 것 같아 다시 한번 학우분들에게 감사 드린다.

인터뷰 내내 조정환 응원단장은 학우들에게 감사 드린다는 말을 거듭했다. 응원단이라는 단체를 꾸려나가면서 내부적인 발전을 거듭하고 있다는 조정환 응원단장의 말에서 응원단과 학교, 또 그리고 학우들에 대한 진심이 느껴졌다. 전승 우승의 고연전과 함께 고려대학교 응원단도 한 뼘 성장했기를, 또한 성장하기를 기대해본다.

배기림 기자(kirimb@yaho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