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원보도]

강수돌 경영학부 교수 비민주적 학사행정에 반발해 주임교수직 사퇴



지난 11월 28일 경상대학 경영학부(세종캠퍼스 소속) 강수돌 교수가 인사조직 주임교수직을 자진 사퇴했다. 인사조직 주임교수직의 임기는 통상 2년 단위로 운영되며 강수돌 교수의 임기 종료 시점은 내년 1월 또는 2월이었다. 그러나 강수돌 교수는 최근 실시된 ‘김영곤 강사의 강의 개설 요청’과 관련된 경영학부 내의 표결 결과에 항의하여 조기 사퇴한 것으로 밝혀졌다.


경영학부 교수들 2회 연속 ‘김영곤 강사 강의 개설 요청’ 거부

‘김영곤 강사의 강의 개설 요청’과 관련된 경영학부 교수진의 표결은 이번이 두 번째다. 첫 번째 표결은 지난 2012년 11월 초에 실시되었다. 경영학부에서는 지난 2005년 2학기부터 2012년 2학기까지 7년간 <노동의 역사>, <노동의 미래> 과목을 강의해온 김영곤 해고강사에게 강의 개설 요청을 하고자 했으나 2012년 11월 초 대학 본부에서 ‘비박사 강의 불허’ 지침을 내렸다. 김영곤 해고강사의 경우 『한국 노동사와 미래』(전3권) 등 다수의 저술 경험을 박사학위에 준하는 경력으로 인정받아 지난 7년간 강의를 해온 바 있다. 그러나 학교 본부 측에서 갑작스럽게 ‘비박사 강의 불허‘ 지침을 내려 2012년 11월 강의 개설 요청이 좌절된 것이다. 이는 경영학부 내의 회의 및 표결을 거친 결과로 나타났지만 실질적으로는 학교 본부에서 김영곤 해고강사의 강의 개설을 좌절시키기 위한 형식적인 절차였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김영곤 해고강사가 시간강사의 권익 향상을 위해 국회와 교내에서 지속적으로 텐트 농성과 시위를 벌여온 경력이 학교 당국에 부담이 된 것이다.

두 번째 표결은 지난 11월 27일 실시되었다. 지난 11월 6일 진행된 김영곤 해고강사의 부당해임 관련 행정소송에서 김영곤 해고강사는 중앙노동위원회를 상대로 낸 부당해고 및 부당행위 구제 재심판정 취소 소송에서 패소했다. 법원 측은 김영곤 강사의 갱신기대권을 인정했으나 부당해고라는 김영곤 해고강사 측의 주장은 인정하지 않았다. 학교 측은 처음에는 김영곤 해고강사의 강의 요건이 충족되지 않아 해고된 것이라 주장했으나 김영곤 해고강사의 다수의 저술 경험이 박사학위에 준하는 경력으로 인정된다는 반박이 나오자 입장을 바꾸었다. “경영학부(세종캠퍼스 경상대학) 차원에서 촉탁강사 위촉 요청을 하지 않았기 때문에 강의 계약을 갱신할 수 없었다”는 것이다. 이에 행정소송 증인으로 참석했던 학교 측의 입장은 강수돌 교수는 경영학부 측에서 강의 개설 요청만 했다면 강의를 개설할 수 있다는 것이라며 지난 11월 26일 경영학부 교수들을 상대로 “경영학부/경상대학 차원에서 촉탁강사 위촉 요청을 하자”는 제안을 했다. 그러나 경영학부 내에서 실시된 비밀 투표 결과 압도적 다수가 강의 배정에 반대한 것으로 알려졌다.


비민주적 학사행정에 반발해 주임교수직 사퇴 결심

강수돌 교수는 이번 사퇴와 관련해 “학교 당국에서 경영학부에서 강의 개설 요청을 안 해서 안 된 것이라고 한다면 건전한 상식을 가지고 볼 때에는 개설 요청을 하면 되는 것이다. 그런데 재판 이후의 표결에서도 부정적인 결과가 나온 것이 안타깝다."는 의사를 전했다. 또한 강수돌 교수는 ”2년 전 11월 초 무렵에 본부에서 문건도 제대로 갖추어지지 않은 상태에서 비박사 강의 지침을 내렸다. 학부장과 학교 사이에 말이 오간 것으로 보이는데 학부장이 난색을 표명하며 내부 회의를 거치겠다고 했다. 학교 당국과 마찰이 되니 김영곤 강사에게 강의 개설 요청을 하지 않는 것이 좋겠다는 의견이 나왔다. 고려대학교가 진리와 정의, 자유를 모토로 내세우고 있다면 학사행정, 대학의 모습, 교과과정에 이러한 모토가 일관되게 반영되어야 하는데 겉으로는 경상대 차원에서 강의 개설 요청을 올리면 강의를 해줄 것처럼 허용하지만 학부 차원에서 강의개설 요청을 하지 못하도록 만들어놓는 식의 겉과 속이 다른 모습에 안타까움을 느낀다.”고 말했다.


현직 교수들 시간강사 문제 해결의 의지 있나

이어서 강수돌 교수는 “학자적 양심과 한 개인의 건전한 상식에 비추어 볼 때 이같은 상황에 대해 반발할 수밖에 없다. 최소한의 저항으로 조기 사퇴 의사를 표명했다.”라며 이번 주임교수직 사퇴의 배경을 설명했다. 한편 강수돌 교수는 “현직 교수들이 시간강사 문제 내지는 자신이 가르치고 있는 석·박사 과정 학생들의 장래 문제에 대해 심각하고 진지하게 생각하지 않는 것이 아닌가 싶다. 한편으로는 학교와 본부 차원과 갈등을 일으키는 것을 지나치게 두려워하는 것이 아닌가 싶다.”라며 우려를 표명했다. 이번 김영곤 해고강사의 강의 위촉 요청과 관련된 경영학부 교수진의 표결 결과는 교수사회에서 시간강사 문제를 시각의 일면을 보여주는 것이다. 이번 사안과 관련하여 현직 교수들에게 시간강사 문제를 해결하려는 적극적인 의지가 부족하다는 비판을 면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선민서 기자 minseo@korea.ac.kr
출처 : 고려대학교 고파스 2024-05-03 17:25: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