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10월호 사설

가당치 않은 학교의 표창원 박사 강연 불허


지난 9월 9일 고려대학교가 또 다시 사람들의 이목을 끌었다. 지난 봄 몰카사건과 여름의 성폭력 사건에 이어, 이번 가을에는 표창원 박사의 강연회 대관을 취소했다. 사실상 표 박사의 강연을 불허한 것이다. 몇몇 네티즌들은 ‘역시 고려대다’, ‘또 고려대냐’라는 이야기들을 하고 있고, 적지 않은 이들이 이에 공감을 표하고 있다. 많은 언론들은 학교 측이 표 박사의 강연을 불허한 이유를 ‘정치적 편향성’ 때문이라고 보도하며, 이에 대한 학교의 입장을 들을 수는 없었다고 밝혔다. 그런데 지난 9일자 고대신문은 학생처에서 강연을 불허한 이유가 ‘정치적으로 민감한 사항에 대해서는 대관을 허용치 않는다’는 내부 방침에 의거한 것이라고 보도했다. 그리고 학생처는 ‘국정원 문제에 대해서는 대학이 정치적 중립을 지켜야 한다’는 입장도 천명했다고 한다.

하지만 원인이 무엇이든 표 박사의 강연을 불허한 것은 사리에 맞지 않는다. 우리는 그간 계속해서 본교가 대학 본연의 목적과 기능을 무시하고 이윤추구에만 혈안이 되어 있다는 점을 비판해왔다. 그래서 여기서 다시 대학의 근본적 지향에 대한 이야기를 하지는 않겠다. 그리고 ‘정치적’이라는 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에 대해서도 일단 불문에 붙이겠다. 하지만 이런 본질적인 것을 배제하더라도 이번 처사는 잘못된 것이다. 명백한 이중잣대를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정치적 편향성을 판단하는 주체는 학생이라는 것을 차치하더라도, 우리는 그간 소수의 대자본과 기득이익만을 대변하는 정치적으로 편향된 여러 사람들이 본교에서 숱하게 강연을 해온 것을 알고 있다. 그런데 학교는 한 번도 이들에게는 정치적 편향성을 문제 삼지 않았다.

정치적으로 민감한 사안에 대한 중립이라는 논리도 궁색하다. 이미 지난 수 십 년 간, 특히 지난 몇 년 간에는 더욱 두드러지게, 정치적으로 민감한 사안들에 본교의 교수들이나 교우회장들이 본교의 직함을 내놓지 않고 각기 지향에 따라 적극적으로 개입을 해 온 것이 사실이다. 그런데 학교는 이들에게 무슨 제한을 가했는가? 왜 학교의 제한은 항상 기득이익에 반하는 말과 행동을 하는 힘없는 이들에게만 가해지는가? 게다가 국정원 대선개입이 대학의 중립을 운운해야하는 사안인지도 의문이다. 이미 현 정권이 임명한 검찰에 의해 국정원의 대선개입이 단순한 의혹이 아닌 사실로 밝혀진 상황이다. 선거부정으로 촉발된 혁명의 도화선 중 하나인 4. 18항쟁을 매년 학교차원에서 크게 기념하는 고려대학교가 아니던가.

우여곡절 끝에 표 박사의 강연은 많은 본교 학생들의 호응 속에 끝났지만, 학교는 향후에 다시는 이런 당치않은 일을 하지 말아야 한다.    
출처 : 고려대학교 고파스 2024-05-14 19:40: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