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수훈갑’ 정희원, "만족하기엔 이르다"

글 송승엽 기자

사진 미사키 기자

“수비가 되지 않았다” 정희원(체교13, F)의 경기 총평이다.

고려대는 27일 서수원체육관에서 열린 제 32회 MBC배 남녀대학농구 예선에서 한양대에 88-76으로 승리했다. 초반 2연승을 거두며 일찌감치 본선행을 확정한 고려대는 선수 전원이 고르게 활약하며 값진 승리를 거머쥐었다.

특히 정희원은 경기에 나선 선수들 중 가장 눈에 띄는 활약을 펼쳤다. 1쿼터에 올린 13점을 포함 21점 4리바운드를 기록, 손홍준(한양대14, F)에게 판정승을 거뒀다. 야투(5/5 100%)와 3점슛(3/6 50%)면에서도 합격점을 줄 만했다. 전매특허인 파이팅 넘치는 수비도 돋보였다.

정희원은 자신의 플레이에 박한 점수를 줬다. 경기 후 총평을 해달라는 말에 “처음부터 끝까지 수비가 안됐다. 점수차를 크게 내지 못했던 것도 그 때문이다,아쉽다”라는 평가를 내렸다. 2쿼터에 한준영(한양대13, C)에게 골밑을 내주며 위기를 맞은 것을 염두에 두고 한 말이었다.

실제로 오늘 경기 고려대의 수비는 다소 불안정했다. 문성곤(체교12)이 빠진 3-2 드롭존은 예전만큼 단단하지 않았다. 배경식(한양대14, F)에게 톱에서만 2개의 3점을 내줬다. 정희원도 이를 의식하고 있는 듯 했다. “감독님이 수비와 리바운드를 많이 강조하신다. 그런데 오늘 경기에서 매치업 상대(배경식)에게만 3점슛 2방을 맞았다. 공격을 잘한것보다는 감독님의 지시를 수행하지 못한것이 아쉽다”며 경기를 되돌아봤다.

정희원은 올해 4학년이다. 하지만 다른 동기들에 비해 많은 경기를 소화하진 못했다. 지독한 부상의 악령 때문이었다. 작년에도 무릎 부상으로 대부분의 시간을 벤치에서 보냈다. 용산고 시절 청소년 대표를 지낼 정도로 촉망받는 포워드였지만 경기에 나서지 못하면서 대중들의 기억에서도 점점 잊혀져가는 듯 했다.

그는 묵묵히 재활에 전념하기로 했다. 그 결과 건강한 모습으로 다시 코트에 설 수 있었다. 쉬는 동안 허슬플레이어로 변화를 꾀한 그는 알토란같은 활약으로 고려대의 살림꾼 역할을 하고 있다. 그동안 동료들에게 미뤄왔던 공격에도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정희원은 오늘 활약에 대해서 “건국대전에서 불만족스러운 경기를 했다. 동료들에게 미안한 만큼 이번 경기에서 더 집중하자고 마음을 먹은게 주효했다”라며 비결을 밝혔다. 이어 “단국대와 농대에서 한차례 겨뤄봤다. 결코 쉬운 상대가 아니다. 단단히 준비를 할 것이다. 또한 상대가 어떻든 간에 우리가 해야하는 플레이를 하겠다”고 답했다. 그다운 각오였다.

부상을 이겨내고 한결 더 성숙해진 정희원, 그는 지금도 계속 성장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