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7대(2015년) 안암총학생회(회장=서재우, 안암총학)와 염재호 총장이 6월 3일 ‘총장과 학생의 대화’에 함께 했다. 이 행사에선 주거권, 교육권 및 등록금, 학생 자치권을 주제로 대화가 오갔다. 백주년기념관 국제원격회의실에서 오후 5시에 시작한 ‘총장과 학생의 대화’에는 안암총학이 추천한 5명의 학생대표가 패널로 참석했다.

이날 학생패널들과 총장 간에 나온 대화 내용의 사실관계와 현재 진행 상황을 되짚어봤다.

신축 기숙사 세부사항 공표 어려워
학교 측과 학생 측은 기숙사 신축의 필요성에 공감했지만, 세부적인 기숙사 신축 계획과 성북구청에 공문을 제출하는 데 있어서 견해차를 보였다. 유종헌 미디어학부 학생회장은 내국인을 수용하는 기숙사를 요구했다. 외국인보다 내국인의 기숙사 수용률이 낮은 만큼 내국인 수용 기숙사가 필요하고, 학교가 시행한다던 행복(공공)기숙사 사업 조건을 충족해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이에 관리처 관계자는 지역주민과 내국인 입주비율에 대한 협의를 진행 중이기에 해당 내용을 당장 밝히긴 어렵다는 견해이다. 하지만 그는 학생에게 값싼 기숙사를 제공하길 원한다며 “해당 사업을 계속해서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행복기숙사는 공적 지원으로 기숙사비를 낮춰 월 25만 원 이하로 제공하는 한국사학진흥재단의 사업이다. 행복기숙사 사업에 선정되기 위해선 수용인원 중 15%가 지방 출신과 저소득층, 장애인 학생으로 구성돼야 한다.

또한, 유종헌 학생회장은 본교가 성북구청에 기숙사 계획안을 제출할 것을 촉구했다. 이에 염재호 총장은 “성북구청에 공문을 제출했지만 거부당한 경험이 있다”며 신중하게 공문을 제출할 것이란 입장을 보였다.

6월 30일 우원식 의원과 김영배 성북구청장의 면담 기록에 따르면 김영배 구청장은 대학이 학생에게 기숙사 장사를 하지 않는다면, 성북구도 학생에게 주거환경을 제공하고 싶다고 말했다. 또한, 개운산 부지는 원칙적으로 기숙사 건립이 불가능하나 학생들을 위해 제재하지 않은 것이라며 고려대는 기숙사 건축 과정에서 적법한 절차를 따르고 지역주민에게 무엇을 할 것인지 약속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러한 김영배 구청장의 입장에 대해 본교 관계자는 “기숙사 부지가 서울시 공원계획에 포함돼 성북구청의 허가가 필요한 것이지 해당 부지는 본교의 사유지”라며 “성북구청은 개운산 일부 부지의 공원계획에 대한 부분만 판단하면 된다”고 밝혔다.

‘교육과정’의 의미가 서로 달라
학교 측과 학생 측은 교육과정의 범주를 서로 다르게 두어 ‘교육과정에 학생 참여’를 제대로 논의하지 못했다. 학교 측은 교육환경과 교육과정을 구분했지만, 학생 측은 교육과정에 교육환경이 포함된다고 봤다. 이남호 교육부총장은 “학생이 개선을 요구할 수 있는 것은 교육과정에 대한 문제가 아니라 교육환경의 문제”라며 “교육과정의 경우 학생과 교육자 모두를 경험해 본 선생님들이 더욱 잘 이해하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학생 측은 교육환경 또한 교육과정에 포함되는 것이라며 포괄적인 영역에서의 의결권을 주장했다. 신승민 교육국장은 “강의 운영방식과 평가제도 등에 대한 전반적인 교육과정에서 학생들은 희망 사항을 요구할 권리가 있다“고 말했다.

학생 추천 회계전문가 참여 요구
등록금 부분에서 학교 측과 학생 측은 법인의 법정 부담금을 학교가 부담하는 것과 등록금심의위원회(등심위) 인원 구성에서 주로 의견 차이를 보였다. 신승민 교육국장은 법인이 법정 부담금을 학생의 등록금으로 대납하고 있다며 반발했다. 염 총장은 법인 대부분이 법인 사학연금을 대납하는 것을 사례로 들었지만, 곧이어 고려중앙학원의 대납을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대학교육연구소의 발표 자료에 따르면 2013년 고려중앙학원이 부담한 법정 부담금 비율은 59.5%로 2013년 서울 사립 일반대학 법정부담전입금 비율의 평균인 56%보다는 높았다.

학생 측은 다음 등심위에서 학생이 추천한 전문가도 참여하게 해달라고 주장했다. 현 등심위는 학생위원 6명과 학교위원 6명, 총장 추천 회계전문가 1인으로 구성돼있다. 설동연 등심위 학생위원은 “회계전문가는 총장이 추천하므로 사실상 학교 측의 입장을 대변하고 있다”며 말했다. 학생 측의 요구에 대해 윤택상 예산팀 부장은 “7월 중 등심위에서 관련 내용을 논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학생회관 새단장 추진위원회는 청신호
학교 측과 학생 측은 학생회관 새단장 추진위원회(학생회관 새단장 추진위) 구성에 동의했고 공간 배정과 운영에서 소통의 필요성에 대해 공감했다. 하지만 공간관리위원회에서 학생이 의결권을 행사하는 것에선 입장차를 보였다. 신지영 학생처장은 “학생회관 새단장 추진위를 만들기로 한 것은 확정된 것”이라고 밝혔다. 김근우 동아리연합회 회장도 “협의 회의체를 만들자는 의견이 서로 같아 학생회관 새단장 추진위를 설립 준비 중”이라고 말했다. 7월 22일 학생회관 새단장 추진위 첫 회의에선 학생회관 리모델링에 필요한 사안들에 대한 사전검토 등을 진행할 예정이다.

하지만 공간관리위원회에 대한 논의는 위원회의 역할이 분명치 않아 난항을 겪고 있다. 현재 단과대의 공간배정과 운영은 각 단과대의 학사지원부가, 학생회관은 학생처가 담당하고 있다. 박순홍 시설부 주임은 “공간 배정과 운영은 규정에 따라 소속기관이 담당한다”며 “공간관리위원회는 주로 분쟁이 발생할 때 논의와 조정이 이뤄지는 곳”이라고 설명했다.


글│김진철 기자 steel@kukey.com
사진│조현제 기자 aleph@kukey.com
출처 : 고려대학교 고파스 2024-05-05 08:56: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