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인터뷰]

우리에게 ‘시간강사’가 가지는 의미는 무엇인가

김동애⦁김영곤 해고강사



"시간강사(時間講師): 전임이 아니고 매주 정하여진 시간에만 강의를 하고 시간당 일정액의 급료를받는 강사”[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

이 단어는 대학이나 대학원을 다니는 학생이라면 친숙하게 들어봤을 것이고, 실제로 ‘시간강사’를 만날 기회도 적지 않았을 것이다. 우리는 ‘시간강사’에 대해서 얼마나 알고 있을까? 본지에서는 ‘강사의 교원지위 회복’을 위해 국회앞에서 텐트농성 중인 “해고강사” 김영곤⦁김동애 강사를 만나 ‘시간강사’의 처우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누었다. 김영곤 강사는 “학업을 마친 많은 사람들이 시간강사로써 삶을 살아가고 있지만, 학교에서 학생을 가르치는 역할인 만큼 시간강사의 권리뿐만 아니라 학생의 배울 권리도 연계”해서 생각했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시간강사의 법적 지위

김영곤 강사는 “시간강사가 대학에서 고등교육을 하는 교육자라는 점에서 고등교육법의 규정을 따른다.”고 말하면서 고등교육법의 강사관련 내용을 소개했다. 고등교육법[국가법령정보센터] ‘제14조의 2(강사)’는 다음과 같다. ‘① 제14조제2항에 따른 강사는 학칙 또는 학교법인의 정관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계약으로 임용하며, 임용기간은 1년 이상으로 하여야 한다. ② 강사는 「교육공무원법」, 「사립학교법」 및 「사립학교교직원 연금법」을 적용할 때에는 교원으로 보지 아니한다. 다만, 국립·공립 및 사립 학교 강사의 임용·신분보장 등에 관하여는 다음 각 호의 규정을 각각 준용한다.’ 세부규정은 국립⦁공립 학교와 사립 학교로 나누어 정하고 있다(조항신설 2012.01.26.; 시행일 2016.01.01.).

2013년부터 대학 시간강사는 명칭이 ‘강사’로 바뀌었고 또한 계약 기간도 기존 6개월에서 1년으로 연장되는 개정법이 시행되었다. 시간강사의 처우가 점점 개선되어가는 것이 아니냐는 질문을 던졌다. “하지만 교육공무원법 등 강사의 처우개선에 필요한 법의 적용에 예외를 두고있어요. 그리고 학문적으로 훈련과정을 거친 ’시간강사’는, 재판에서 승소해야 퇴직금을 받았던 근로기준법뿐만 아니라 고등교육법에서 더 처우를 보장받아야 해요. 최종적으로는 ’시간강사’가 해당되는 모든 법들이 하나의 수렴점을 가져야 하겠지요.”

현재 시간강사들이 자신의 권리를 보장받고자 노력하고 있는 법적인 문제의 출발점은 어디인가 라는 질문에 김영곤⦁김동애 강사는 “이미 정리되어 있는 내용이 있을 것”이라며 시간강사 문제의 역사를 간략히 소개했다. “시간강사 문제는 1977년 강사를 교원의 범위에서 제외하면서 발생했어요. 우리나라 교육법이 처음 만들어졌던 1949년에는 대학교원의 범주를 '교수, 부교수, 조교수, 강사'로 구분하고 똑같이 교원지위를 부여했죠. 이때도 전임·비전임강사가 있었으나 큰 차이 없이 '강사'로 통칭했어요. 그러다 1962년 박정희 정권에 들어서면서 ‘차별’이 발생했어요. 전임과 비전임강사를 구분하고, 1977년 들어서는 교육법을 고쳐 제75조의 강사를 ‘전임강사’로 한정해 버렸어요. 여러 대학에 강의를 나가는 비전임강사들은 아예 교원의 범주에서 빼버린 것이에요. 그때부터 교원은 ‘전임강사, 조교수, 부교수, 교수’로 바뀌었어요. 비정규교수노조 임순광 위원장은 “해방 직후만 해도 교원이었던 시간강사들은 비판적 지식인을 배척하려는 박정희 정권에 의해 법적 교원 지위를 박탈당했고, 그 이후 강의할 의무만 있을 뿐 쉴 곳도, 연구할 곳도, 먹고 살 임금도 제대로 받지 못하는 대학의 유령으로 전락했다”(한국대학신문, 2013.01.13.)고 말하기도 했어요.”


시간강사들의 투쟁

김영곤⦁김동애 강사는 부부이기도 하지만 긴 투쟁을 같이 해온 ‘동지’이기도 하다. 농성을 언제까지 계속 할 것이냐는 질문에 이들은 “시간강사의 권리회복 뿐만 아니라 교권지위를 회복하는 날까지 농성을 이어갈 것”이라고 답했다.

김동애 강사는 1991년 2학기부터 1999년 2학기까지 여러 대학에서 강사로 뛰면서 ‘시간강사’로서 겪었던 경험을 이야기했다. “한성대에서 초기에 제시했던 처우를 지키지 않아 ‘민주화를 위한 전국교수협의회’(민교협)를 찾아가서 도움을 청했는데, 민교협은 ‘전국대학강사노동조합’(강사노조)에, 강사노조는 민교협에 가보라고 서로가 미루더라구요. 그래서 혼자 ‘직위해제 및 감봉무효소송’을 시작했어요. 일 년 후에 법원이 소송을 기각하면서 노동부에 질의해보라 하여 노동부에 가니 근로기준법으로 시간강사에게 퇴직금을 지급한 사례가 없다고 하더라구요.” 우여곡절 끝에 2003년 10월 30일, 김동애 강사는 대우교수와 시간강사 등으로 7년 6개월간 근무했던 한성대를 상대로 낸 퇴직금 청구 소송에서 “한성대는 김(동애) 교수에게 퇴직금 8백55만원을 지급하라”는 원고승소 판결을 받았다.

두 사람은 “강사의 근로자성 회복과 동일노동 동일임금을 보장”받아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현장에서는 잘 지켜지지 않는 두 요소를 법적으로 인정받은 사례를 알려주었다. “강사의 근로자성 인정으로는 대학교 시간강사도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한다는 대법원의 첫 판결이 있었어요. 1999년 서울대의 폭발사고를 계기로 근로복지공단에서 강사를 산재보험에 가입시키라고 했어요. 이에 연세대 등 55개 사립대학 법인은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산업재해보상보험료등 부과처분취소 청구소송 상고심(2005두13018)을 냈는데, 대법원은 원고패소판결을 내렸죠.” 재판부가 판결문에서 “시간강사는 총장 등에 의해 위촉돼 지정된 강의실에서 강의를 하면서 학사관리업무를 수행하고 그 대가로 강사료를 보수로 지급받으며 불성실하게 업무를 수행할 경우 재위촉제한 또는 해촉될 수 있는 점 등을 종합하면 대학교의 시간강사들은 임금을 목적으로 종속적인 관계에서 대학에 근로를 제공하는 근로자에 해당한다”고 밝힌 것이 향후 유사한 사례에 영향을 줄 것이라고 두 사람은 예측했다.

또한 동일노동 원칙을 인정받은 사례도 소개했다. 논문 대필과 임용 비리를 주장하며 지난 2010년 5월 목숨을 끊은 故서정민 조선대 강사의 유족이 조선대를 상대로 한 퇴직금 소송을 냈다. 쟁점은 고인이 '15시간 이상' 강의를 했는지 여부였다. 조선대 소송인단은 "고인이 강의를 준비하는 시간까지 일부 인정하더라도 강의내용, 사용한 교재가 같다"며, "15시간 미만으로 퇴직금을 지급할 필요가 없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고인의 업무가 정규교원과 동등하다는 점이 인정된다고 봤다.

지난 11월 6일, 서울행정법원 행정13부는 김영곤 강사가 중앙노동위원회에 제기한 부당해고 및 부당노동행위 구제재심판정 취소 소송에 대하여 원고 패소를 판결하였다. 하지만 계약갱신기대권을 인정받았는데 그 의미는 무엇일까? “재판부는 계약갱신을 기대할 수 있는 시간강사의 ‘계약갱신기대권’은 인정했어요. 부분적인 판결이지만 갱신기대권을 법적으로 인정받음으로써 발판을 마련했죠.” 이어서 갱신기대권에 대한 학교 측과 강사 측의 해석 차이에 대해서도 설명하였다. “몇 년 동안 계속해서 맡고 있던 강의일 경우 강사의 입장에서는 자연스럽게 다음 강의도 기대하게 되는데, 학교 측은 6개월 단위의 계약이기 때문에 더 계약할 의무가 없는 상황에서 계속 강의를 주는 선처”라고 해석한다는 것이다.


학교 구성원의 ‘시간강사’에 대한 인식

지난 11월 19일, 고려대 대학원 총학생회장이 공개를 요구한 ‘강사 소송비용과 출처’, ‘2012년 교무위원회 회의록’, ‘고려대 비박사 강사 현황’ 등에 대해서 고려대 본부는 비공개 결정을 내렸다. 고려대 교무위원회에서 비박사 배제 방침이 정당한 의결 절차를 거쳤는지 확인하기 위해 재판부가 공개 명령한 자료들을 제출하지 않았다고 원총은 주장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학생들에게 전하고 싶은 것을 물었다. 김동애⦁김영곤 강사는 “시간강사의 문제가 그들만의 문제가 아닌 학생의 배울 권리와 연결”되어 있음을 강조했다. 이것은 강사들의 일자리뿐만이 아니라 학생을 가르치는 역할과 관련된 문제이다. 시간강사들의 열악한 처우는 수업준비와 관련 연구의 불안정으로 이어진다. 결국은 학생이 제대로 배울 수 없는 상황이 발생한다. “궁극적으로는 모든 ‘시간강사’들이 전임교원의 위치에서 안정적으로 수업준비와 연구, 더 나아가서는 생활을 병행하여 학생들의 더 나은 배움의 권리를 보장해 주는 것이 필요”하다고 두 강사는 말했다. 학교는 가르치기 위해 배우는 곳이라기보다 배우기 위해 가르치는 곳임을 생각할 때, ‘시간강사’ 문제는 학생들이 깊이 고민해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인터뷰: 선민서, 김태완 기자
정리: 김태완 기자
출처 : 고려대학교 고파스 2024-04-28 01:27: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