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러스트 | 주재민 전문기자
선착순이 아닌 수강신청
강의매매는 해당 강의에 이미 수강신청을 한 사람이 사례금을 받고 강의를 포기하면 강의를 구하는 사람이 즉시 신청을 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따라서 강의매매의 직접적인 증거를 잡아 처벌하기는 사실상 어렵다. 신창호(사범대 교육학과) 교수는 “수강신청은 모든 사람이 정해진 규칙에 따라서 하는 것”이라며 “돈으로 이를 거래하는 것은 일종의 범죄행위”라고 말했다. 김가현(문과대 심리11) 씨는 “수강신청 과정에 돈이 개입된다면 학생 간 불평등이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선착순으로 수업을 배정하는 것은 모든 사람에게 평등하기 위한 조치인데 강의매매는 이에 어긋난다는 것이다.
특정 학과에 수요 몰려
매 학기 반복되는 강의매매의 원인은 학생들에게 충분한 강의가 공급되지 못하는 환경에 있다. 실제로 강의매매가 가장 빈번하게 이뤄지는 학과는 정경대와 경영대로, 두 단과대는 제1전공 학생 외에도 이중·융합·복수전공 학생들이 많이 유입되는 대표적인 단과대다. 2015년도 1학기에 고파스에 올라온 강의매매 글의 약 70%도 정경대와 경영대 과목이다. 정경대의 경우 이번 학기에 열린 108개 강의 중 18개를 제외한 모든 강의의 수강 인원이 마감됐고, 특히 경제학과는 전체 46개 강의 중 마감되지 않은 강의가 5개에 그쳤다. 이처럼 치열한 수강신청 경쟁에서 탈락한 학생들이 손쉬운 대안으로 강의매매를 찾는 것이다. 임은희 대학교육연구소(소장=박거용) 연구원은 “고려대는 타 대학과 달리 제2전공제도가 의무인데도 강의개설이 충분히 되지 않아 강의매매 문제가 발생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게시판 모니터링 하는 대학도 있어
일부 대학은 성행하는 강의매매를 바로잡기 위해 학교 차원에서 강의매매 모니터링을 시행하고 있다. 이화여대는 이번 학기부터 강의매매 글을 통보 없이 삭제하고, 매매가 확인될 경우 해당 학생의 수강을 취소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본교는 강의매매를 일일이 규제하기엔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입장이다. 학적·수업지원팀 김승환 씨는 “수업매매를 적발하기도 쉽지 않을뿐더러 학교에서 먼저 나선다면 학생에 대한 검열로 비칠 수 있다”며 “학생들 차원에서 스스로 해결하는 시스템이 있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학교의 근본적 조치 필요해
하지만 강의를 사고파는 비정상적인 현상을 개선하려면 학교가 강의개설을 위해 더 노력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화윤 47대(2015년) 안암총학생회 교육국장은 “학생들이 원하는 강의를 듣지 못하고 사례금까지 줘가며 수업을 얻는다는 것은 비정상적”이라며 “학교 차원에서 강의 확충, 수강신청 서버개선 등의 근본적인 조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에 임금님 교무지원팀 주임은 “최근 4년간 등록금이 인상되지 않아 재정이 어렵지만, 꾸준히 전임교원을 확충하는 등 교육요건을 개선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에서는 강의매매의 해결책이 해당 과목의 강의 개설 확대로만 이어진다면 특정 학과의 강의만 늘어나는 결과로 나타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결국, 강의매매 문제는 학생들의 자정노력 학교의 강의확충과 더불어 편중된 강의 수요의 동인을 진지하게 고찰해야 해결이 가능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김영상기자 video@kukey.com
출처 : 고려대학교 고파스 2024-04-29 05:12:0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