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양한 국가에서 본교에 입학한 외국인 유학생들은 입학하기 전부터 학교에 다니는 지금까지 갖가지 어려움에 부딪힌다. 집을 구하는 것부터 생활 속 인격 모독까지, 외국인 학생들에게 발생하는 어려움은 혼자서 해결하기 힘든 경우가 많다.

집 찾는 것부터 난관

#중국에서 온 크리스(Chris, 경영대 경영14) 씨는 입학 후 학교 근처에 있는 부동산중개소를 혼자 돌아다니며 월세 53만 원의 방을 구했다. 하지만 나중에 똑같은 방에 사는 옆집 사람들은 월세가 45만 원임을 우연히 알게됐다. 한국어가 익숙치 않은 그에게 각종 부동산 용어는 방을 구하는 것을 막막하게 만들었고, 계약이 제대로 이뤄졌는지 확인할 수도 없었다.
  
외국인 학생의 어려움은 집을 구하는 것부터 시작된다. 외국인 학생에게 는 입학하기도 전부터 진을 빠지게 하는 일이 된다. 한국어가 익숙지 않은 외국인에게 법률·부동산 용어는 대단한 난관이다. 주변에 한국어를 잘하는 지인이 있어 도움을 구하면 그나마 다행이다. 법대 후문에서 부동산중개업을 운영하는 한 중개업자는 “이번 3월에만 우리 중개소에 외국인 20명 정도가 왔었다”며 “한국어를 못하는 학생들과 원활한 의사소통을 위해 이제는 한자로 된 계약서를 따로 갖춰 놓을 정도다”라고 말했다. 국제지원센터는 “직접 나서서 집을 구하는 걸 도와주진 않지만, 외국인 학생이 도움을 요청하면 도와줄 의향이 있다”고 말했다.

다양한 문화를 배려한 시설을 마련해야

#우즈베키스탄에서 온 데니스(Dennis, 경영대 경영14) 씨는 무슬림이어서 돼지고기가 들어간 음식을 먹지 못한다. 무슬림 학생들이 늘어나고 있지만 교내에서 돼지고기가 들어가지 않은 음식을 찾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편의점에서 파는 초코파이 조차 젤라틴이라는 돼지고기 성분이 함유되어 있어 먹지 못한다.

다수의 무슬림 학생들이 재학하고 있는 국민대에는 무슬림 기도실이 별도로 마련돼 있다. 아직 본교는 무슬림 학생들을 위한 기도실이나 학생식당 메뉴가 마련돼 있지 않다. 한양대는 무슬림 학생들이 먹을 수 있는 재료만으로 구성한 학식을 4500원에 판매하고 있다. 무슬림을 위한 학식을 제공하는 것에 대해 이정관(한양대 기계공학12) 씨는 “타지에 공부하러 온 외국인들을 위해 음식만이라도 배려해주는 것은 바람직한 일”이라며 “한국 학생들도 새로운 음식 문화를 경험해 볼 기회여서 의미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데니스 씨는 “우리 학교 안에서도 무슬림 학생이 먹을 수 있는 음식을 파는 곳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장학금 받기 어려워

#베트남에서 온 원옥참(Nguyen Ngoc Tram, 문과대 국어국문14) 씨는 한국어로 진행되는 전공수업에서 B이상의 학점을 받은 적이 거의 없다. 아무리 열심히 해도 모국어가 한국어인 한국 학생들과 경쟁하는 것은 힘들기만 하다. 그녀는 지금까지 베트남에서 국가장학금을 지원받은 것 말고는 본교에서 장학금은 받아본 적이 없다.

본교에서 외국인 학생들에게 주는 장학금은 ‘성적장학금’, ‘면학장학금’, ‘성적향상장학금’으로 3가지이다. 외국인 학생들에겐 국내 재학생에 비해 ‘성적향상장학금’이 부가적으로 있는 정도이다. 외국인 학생 중 장학금 수혜를 받는 비율은 전체 외국인 학생 중에서 15% 정도고, 성적장학금은 학점이 4.0이 넘어야 수혜 받을 수 있다. 하지만 외국인 학생들은 이 기준이 실질적으론 어렵다는 의견을 제시한다. 4.0 이상의 학점을 받아 장학금을 받아본 경험이 있는 말레이시아 한 학생은 “지금까지 영강만 들어서 학점을 잘 유지했지만 국강을 듣게 된다면 한국 학생과 경쟁해 장학금 받는 것은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외국인 배려 문화는 아직...

#중국에서 온 A 씨도 강의 도중 외국인이라는 이유로 인격 모독을 겪었다. 교수가 역사에 관련된 수업을 하는 도중 농담조로 ‘중국사람 수백 마리’라는 표현을 사용한 것이다. 수업을 듣던 모든 한국 학생들은 A 씨를 쳐다보며 재밌다는 듯 웃었고 A 씨는 그들의 웃음소리와 교수의 발언으로 씻을 수 없는 상처를 받았다.

글로벌대학을 지향한다는 본교지만, 이처럼 외국 학생들이 받는 심리적 상처를 비롯한 문제를 해결해 줄 시설은 부족하다. 국제지원센터에서 외국인 학생 상담을 담당하는 직원은 1명뿐 이다. 말레이시아에서 온 한 학생은 외국인 학생을 위한 시설이 너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문의할 사항이 있어서 찾아갔지만 학사지원부에 가보라고 했다. 그래서 학사지원부에 가봤지만 도움을 받지 못했다”며  “이제는 불편한 점이 있을 때도 어차피 해결될 수 없다고 생각해서 그냥 잊어버린다”고 말했다.

국제지원센터에서 근무하고 있는 문송이 씨는 “인력부족 문제로 외국인 학생 상담을 담당하는 직원은 1명 뿐”이라며 “열심히 일해도 한 사람이 많은 학생들을 담당해야 해 힘든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박인원(국제학부) 교수는 “외국인 입학생에 대한 제도적 관리는 반드시 필요하다”며 “외국인 학생이 소속감을 가지고 언제든지 찾아갈 수 있는 시설을 제공해야 안정적인 학교 생활을 할 수 있다”며 학교 차원의 제도적 지원 중요성을 강조했다.

강수환, 심정윤, 이영나기자 news@kukey.com

출처 : 고려대학교 고파스 2024-05-07 10:11: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