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러스트│주재민 전문기자
학사제도가 전면 개편된 지 1년이 지났다. 학교본부는 2014년 1학기부터 학칙 개정에 따른 학사제도 변경안을 적용하기로 했다. 그중 논란이 되는 부분은 정정기간변경과 수강신청과목포기제도 폐지다. 과목포기제도를 폐지하는 대신 정정기간을 한 주 미뤄 학생들이 수업을 조금 더 판단하도록 한 본래 취지와 다르게 여러 곳에서 불만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정정기간 늦어 수업에 차질 생겨
학사제도 개편을 추진했던 명순구 전 교무처장은 “과목포기제도를 폐지하면서 학생들에게 선택의 기회를 더 주기 위해 정정기간을 늦춘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학생들은 대체로 미뤄진 정정기간에 회의적인 반응이다. 시간표가 늦게 확정되는 경우, 수업 3주차에야 처음 수업을 듣게 되는 과목이 생기기 때문이다. 박상은(사범대 영교11) 씨는 “2주차에 수강 정정을 한 후 수업에 들어가면 이미 진행된 4번의 수업 진도를 따라가기 힘들고 이전에 교수님이 공지한 내용도 제대로 전달받기 어렵다”고 말했다.
대부분 교수도 정정기간이 늦어 수업 운영에 차질이 생긴다는 입장이다. 3주차에 새로 들어오는 학생들을 위해 이전에 말한 내용을 다시 반복하는 시간을 가져야 하고, 조별과제의 경우 조 편성을 다시 해야 하기 때문이다. 하종호(문과대 철학과) 교수는 “정정기간이 늦어지면 수업 분위기가 어수선해지고 강의하기도 어렵다”며 “가능하면 수강정정을 학기 초에 진행하는 것이 수업 정상화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과목포기제도 폐지도 이견 많아
폐지된 과목포기제도에 대해서도 불만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과목포기 제도는 학기 4주차에 최대 6학점까지 포기할 수 있는 제도였지만 지난 학사제도 개편 때 폐지됐다. 문준영(문과대 철학11) 씨는 “정정기간을 늦춘 것이 과목포기제도 폐지의 대안이 될 수 있는지 의문”이라며 “학생 입장에선 시간표를 정정할 때 2주간의 공백이 신경 쓰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과목포기제도와 정정기간변경은 서로 보완책으로 작용하기보다는 별개의 문제라는 것이다.
학생의 수업선택권을 위해서 과목포기제도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다. 이철구(생명대 생명공학부) 교수는 “수업을 듣다가 자기 생각과 다르거나 벅차다고 느끼면 스스로 판단해서 포기하는 것도 좋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현수(문과대 한문14) 씨는 “학생들이 자율적으로 수업을 선택하기 위해선 과목포기제도는 필요하다”고 말했다.
실제로 본교를 제외한 서울대, 연세대, 중앙대, 한양대 등 서울 시내 대학 대부분이 과목포기제도를 운용하고 있다. 특히 서울과학기술대는 수업일수의 2/3선까지 과목포기를 허용하면서도 그 부작용을 최소화하도록 했다. 이화선 서울과학기술대 학사지원과 주무관은 “학생들의 편의를 위해 과목포기 가능 기간을 여유 있게 뒀다”며 “과목을 포기한 학생의 성적표에 과목포기를 의미하는 ‘W(withdraw)’ 표기를 하고, 철회한 학생을 성적평가 대상에 포함해 강의를 수강하는 학생들의 불만은 없다”고 말했다. 명순구 전 교무처장은 “과목포기제도 폐지는 학사관리의 엄정성, 신뢰성을 견지하기 위한 것”이라며 “예를 들어 조별 과제가 있는 과목을 포기하게 되면 다른 학생들이 피해를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당장의 변화는 힘들 듯
학교 측은 정정기간에 대해선 변경을 논의할 여지가 있지만, 과목포기제도는 다시 시행하지 않을 계획이라고 밝혔다. 박만섭 교무처장은 “정정기간이 학생, 교수들에게 불편하다면 의견 수렴 후 첫째 주로 환원할지 결정할 것”이라며 “그러나 과목포기제도는 학생들이 본인의 선택에 책임을 져야 한다는 배경에서 추진한 만큼 다시 변경할 계획이 없다”고 말했다. 이에 안암총학생회(회장=서재우)는 학사제도변경에 대해 학생들의 불만사항을 파악 중이며, 학교 측에 지속적으로 의견을 피력하겠다는 입장이다. 서재우 안암총학생회장은 “학사제도 변경에 대한 의견을 좀 더 구체화할 필요가 있다”며 “당장의 변화는 힘들지만, 내년에라도 개정되도록 학교 측에 의견을 제시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영상기자 video@kukey.com
출처 : 고려대학교 고파스 2024-05-07 03:53:3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