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동의대전 직후, 짜릿한 승리를 즐길 만도 하지만 김호근(행정79) 수석코치는 아무렇지 않은 척 선수단을 이끌고 서둘러 버스에 올랐다. ‘당연히 이긴 듯이 돌아가자’는 의미였다는 게 선수단의 생각. 다음 경기 승리를 위해 감정을 숨기고 냉철히 선수들을 분석하고 있는 김호근 수석코치와 서면으로 인터뷰를 진행했다.

Q1. 우선 동의대전 총평을 하자면?

선수들의 승리에 대한 의지가 경기 끝까지 유지됐고 그 분위기가 끝내기 홈런으로 이어졌다고 생각한다. 첫 경기에서 패배한 후에 진행된 타격훈련에서 타자들의 컨디션이 좋아졌던 것이 이번 경기까지 이어졌다.

Q2. 지난 건국대전에서는 경기 초반 투수들의 제구가 흔들리며 패배한 만큼 이번에는 선발 투수로 고려대에서 제구가 가장 좋은 임양섭(체교14)을 선발로 올렸다. 임양섭의 피칭에 대해서도 한 마디 부탁한다.

경기운영을 할 줄 아는 선수라 생각한다. 동의대전에선 특히 상대 타자의 타이밍을 뺏는 완급조절과 스트라이크 존 구석으로 넣는 제구가 좋아서 범타유도가 아주 잘 되었다. 그러나 스피드가 빠르지 않아 볼카운트가 유리한 상황에서 던진 높은 코스의 공이 장타가 되어 실점으로 연결된 점은 앞으로 보완해야한다.

Q3. 하이라이트인 9회 말 끝내기 홈런에 대해서 묻지 않을 수 없다. 2사 1루에 1점 차로 지고 있었고 다음 타자인 김원욱(채교14)이 감이 좋지 않았기 때문에 2루 도루 후에 단타로 동점을 먼저 만들고 연장전을 노리는 전략도 생각해볼 수 있었다. 그런데 대주자 기용이나 도루 시도가 나오지 않았는데 타석에 들어선 주장 송상민(체교13)을 전적으로 믿었는지?

(팀 내에서) 타구 비거리가 가장 좋은 선수가 바로 송상민이다. 또한 요즘 타격 밸런스와 타이밍이 가장 좋은 선수이기 때문에 9회, 장타를 기대했던 차에 끝내기 홈런이 터졌다. 작전과 도루도 생각은 했지만 우리 중심타선이 다른 팀과 비교해도 약하지 않기 때문에 (우리 선수들을 믿었고) 굳이 작전이 필요 없다고 판단했다. 도루는 기본적으로 선수들에게 자율적으로 맡기며 상황에 따라 뛰지 않는 것만 지시하고 있다.

Q4. 작년 타격 부진으로 마음고생이 심했던 송상민이 올해 연습경기에서부터 살아나고 있는데 코치로서, 선배로서 조언 한 마디 해주자면?

자질과 앞으로의 잠재력이 무궁무진한 선수라 생각한다. 타석에서 너무 많은 생각을 가지고 있어 소극적인 타격을 보이곤 하는데, 좀 더 적극적이며 과감한 타격자세를 요구하고 있다.

Q5. 시즌 초반이라 그런지 투수들의 제구가 잘 잡히지 않고 있다. 구위 못지않게 뛰어난 제구력으로 이닝 이터 역할을 해줬던 김주한(체교12, SK)과 김기웅(체교12, KIA)의 공백이 다소 크게 느껴지는데 앞으로의 투수 운용 계획을 어떻게 생각하고 있나?

맞다. 우리 팀에서 앞으로 가장 보완해 될 부분이 투수의 불안정한 제구력이라 느끼고 있다. (지금 재학생 투수들이) 12학번 투수들보다 제구력에 약점이 있지만, 각 투수의 장점을 고려하여 매 경기, 각 상황에 알맞은 임무를 잘 수행할 수 있는 투수를 기용할 계획이다.

Q6. 선발 포수 이상욱이 경기 도중 부상으로 교체되었는데 몸 상태는 괜찮은가? 다음 경기에 출전 여부는?

(큰 부상이 아니고) 근성이 매우 강한 선수이므로 출전에는 문제없을 것이다.

Q7. 2루수 김원욱이 수비에서 아쉬운 장면을 보여줬다. 김하민(체교14)의 복귀 이후 줄곧 외야수로 출전했던 것이 2루 수비에 부담으로 작용한 것 같은데 이후 수비 위치에 변화를 줄 생각인지?

현재 내야수, 특히 2루수들이 한 경기를 (온전히) 소화할 수 있는 몸 상태가 아니다. 크고 작은 부상을 달고 있다. 비록 실점으로 연결되는 실책을 저질렀지만 고교시절과 1학년까지 내야 수비를 봤던 (김)원욱이가 선발 2루수로 출전하는 것이 최상의 선택이라 생각하고 있으며. 경기 후반에는 대타, 대주자, 대수비 등의 선수 교체로 경기운영을 하고 있다.

Q8. 작년 고려대는 경기당 평균 도루 3.77개라는 무시무시한 스피드를 자랑했는데 올해 두 경기에서는 단 한 개의 도루만 성공시켰다. 팀 스타일의 변화가 있는 것인가?

이제 두 경기를 치른 것에 불과하다. 하지만 (작년에) 무리한 도루로 인해 팀의 득점 흐름이 끊어지는 경우가 많았다고 분석이 되어 도루 시도도 완급이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Q9. 예년과 달리 신입생 타자들이 많이 기용되고 있는데?

훈련과 연습경기를 통해 실전에서도 충분히 본인의 역할을 해줄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기 때문에 (학년에 제한없이) 기용하고 있다. 그리고 15학번 선수들 대부분이 재활 중에 있어 경기출전이 어려운 상태라 참으로 답답한 심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