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심시간 북적이는 인파를 뚫고 정경대 후문 앞 골목 안쪽으로 걷는다. 길가에 늘어선 수많은 음식점들을 지나쳐 조금 걷다 보면 한적한 주택가로 접어든다. 골목 안 깊숙한 곳, 하숙집과 자취방들 사이 노란 간판을 단 소박한 음식점을 마주한다. 가게 이름은 지어미(旨魚味). 2005년부터 같은 자리를 지키고 있는 이곳은 ‘맛있는 생선 맛’이라는 뜻의 생선구이 전문점이다.


메뉴판은 단출하다. 고등어, 꽁치 그리고 삼치구이가 주 메뉴다. 기호에 따라 소금구이와 양념구이를 선택할 수 있다. 좀 더 풍성한 차림을 원한다면 생선구이에 찌개가 포함된 세트 메뉴를 청하면 된다. 이 집의 찌개로는 우리네 집에서 먹는 김치찌개, 순두부, 된장찌개가 있다. 밑반찬과 생선구이 그리고 찌개까지 완전한 한 상을 마주하면 어머니가 해주는 ‘집밥’의 느낌이 물씬 풍긴다.


하지만 단순히 식단의 구성이 집에서 먹는 것과 비슷하다고 해서 ‘집밥’이 되는 것은 아닐 것이다. 그 차이는 ‘정성’에 있다고 임동수(남·50) 사장은 말한다. 반찬 하나를 하더라도 좋은 재료로 맛있게 만들려 노력하고 조리 과정 하나하나에 시간과 노력을 들인다. 생선을 손질하는 과정이 그의 말을 증명한다. 신선도를 유지하기 위해 선상 냉동한 생선을 해동한 뒤 손질한다. 배를 가르고 흐르는 물에 구석구석 충분히 씻어 내장을 말끔하게 제거한다. 이후 임 사장은 미처 빠지지 않은 핏물까지 제거하기 위해 생선을 바구니 위에 널어놓는다. “핏물을 빼며 숙성하는 과정을 거쳐야 비릿내를 잡고 고소한 생선 특유의 향을 낼 수 있어요.” 손질된 생선은 간을 하고 다음 날에 판매할 분량만큼만 냉장 보관하는데 이렇게 매일매일 준비하는 것이 이 집 생선이 ‘물이 좋은’ 이유다.


고등어를 발라 입에 넣으면 겉은 바삭하고 속은 촉촉하다. 고등어 특유의 기름기가 속까지 배어 씹을 때마다 육즙이 흘러나온다. 부드러운 살은 가벼운 젓가락질에도 결대로 쉽게 찢어진다. 껍질이 타지 않으면서도 안까지 충분하게 익히는 비결은 생선 표면에 깊게 낸 칼집에 있다. 단시간에 두툼한 생선살의 깊은 곳까지 열을 전달한다. 상에 냈을 때 시각적으로도 보기 좋고 발라먹기도 편하니 일석 삼조다. 생선의 종류와 두께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보통은 강한 불에서 한 면당 3분 정도 구워낸다. 단시간에 충분히 익혀야 육즙이 빠지는 것을 막을 수 있다. 마지막으로 밥상에 낼 때 생선을 별도로 달군 돌판 위에 올린다. 식사가 끝날 때까지 온기가 남아 있기를 바라는 배려다.


생선을 잘 먹지 않는 학생들이 와서 맛있다며 남김없이 먹고 갈 때 가장 뿌듯하고 행복하다는 임 사장. 그의 음식 철학은 장인 정신을 갖고 음식을 만들어 손님들에게 먹는 즐거움을 선사하는 것이다. 정성이 가득 담긴 지어미의 밥상을 마주하면 날로 쌀쌀해지는 계절의 허기를 달래는 따스함이 느껴진다.



서동재 기자  awe@kukey.com
출처 : 고려대학교 고파스 2024-05-07 12:22: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