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허건(공공행정 08학번) 씨는 포스코 재단에 취직했다가 딜로이트로 이직했다. 사진｜김민지 기자 minimin@[t

“남들이 말하는 ‘스펙’은 없었지만 ‘경험’은 있었죠.” 허건(공공행정학과 08학번) 씨는 2014년 12월부터 ‘딜로이트 안진회계법인’ 인재개발본부에서 근무하고 있다. 그는 해외연수 경험도, 토익 스피킹을 제외한 영어 성적도, 한자‧한국사 자격증도 없다. 하지만 그는 2014년 4월부터 8개월 동안 포스코재단에서 근무했고 같은 해 12월 딜로이트 인재개발본부로 이직했다. 취업난이지만 길은 있다고 말하는 ‘취업 성공생’에게는 어떤 특별함이 있을까? 그의 취업성공 비결과 스토리를 들어봤다.

자신을 표현하기 유리한 상시채용
허건 씨는 2014년 2월부터 본격적인 취업준비를 시작했다. 상반기 공개채용(공채)를 노리고 기숙사, 수업, 도서관의 동선을 반복하며 열심히 준비했지만 결과는 좋지 않았다. “상반기 공채는 잘 안됐죠. 서류 몇 개 붙은 것마저도 면접에서 떨어졌어요.” 그는 취업준비 기간 동안 부담감이 가장 힘들었다고 말했다. “당시 과 후배들에게는 제가 다양한 활동도 많이 하는 소위 ‘잘 나가는 선배’로 보였나 봐요. 그런데 공채에 다 떨어지니까 스스로도 자신감이 많이 떨어졌어요. 빨리 어딘가 붙어야겠다는 조급함과 강박관념이 커졌죠.” 공채에 좌절하자 그는 상시채용을 노렸다. 그는 현 직장 딜로이트에도 상시채용을 통해 들어갔다. “상시채용은 공채와 달리 정해진 형식이 없어요. 내 마음대로 나에게 유리하게끔 질문을 만들고 나를 표현할 수 있죠. 그리고 정말 그 직업을 원하는 사람만 지원하니 허수가 없고, 소수를 채용하기에 기업 측에서도 엄선해서 뽑아요.” 결국 4월 그는 상시채용으로 포스코 재단에 재무 관련 부서에 합격했다.


직무 적합성이 가장 중요해
하지만 포스코재단에서 업무를 시작한 지 6개월이 채 안 돼 그는 이직을 결심했다. 직무 적합성 때문이다. “포스코에 들어올 때는 이곳이 평생직장이 될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지만 일을 할수록 ‘내가 이 일을 해야 되나’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저는 인사 업무를 하고 싶었으니까요.” 인터뷰 내내 그는 직무적합성을 강조했다. 자신이 하고 싶은 직무를 찾지 못하면 취업도 힘들고 취업이 돼도 이직을 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요즘도 후배들이 취업준비 관련해서 많이 물어봐요. 저는 그때마다 제일 먼저 어디서 일할 것인지를 생각하지 말고 무슨 직무를 할 것인지 생각하라고 말해요. 안 그러면 업무에 쉽게 만족을 하지 못하고 저처럼 이직하게 되니까요.”
그는 직무적합성이 첫 취업에도 가장 중요하다고 했다. 우선 자신이 원하는 직무를 찾고 그에 맞는 대외활동‧인턴‧아르바이트를 해야 스토리가 생기기 때문이다. “많은 대외활동, 인턴, 해외봉사, 자격증 모두 자신이 지원한 직무랑 관련이 없으면 아무 소용없어요.” 그는 인사 분야를 예로 들었다. “제가 했던 대외활동 중에 삼성드림클래스, 교내 멘토링, 평창 스페셜 동계올림픽 번역 경험, GPTW(Good place to work) 일하기 좋은 기업 선정 서포터즈 활동을 인사 직무와 엮었어요. 자격증, 영어성적보다는 인사에 관해 얼마나 알고, 경험을 쌓았는지가 중요한 거죠.”


취업난을 뚫을 방법은
허 씨도 지금이 취업난이라고 이야기했다. “포스코에 다닐 때 포스코 인턴을 지원하는 후배들을 위해 무료 특강을 한 적이 있었어요. 이공계 3명, 인문계 6명이 들었는데 그중에 인턴이 된 건 이공계 1명뿐이었어요. 그때 취업난이 단적으로 와 닿더라고요.” 하지만 그는 취업난을 뚫을 수 있는 방법은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직무적합성을 위한 다양한 교외 경험과 뻔뻔함을 꼽았다. “자신에게 맞는 직무가 뭔지 모를 때는 직무 별로 관련 대외활동을 해봐요. 그리고 요즘 인턴이 금턴이라는 불리는 이유는 인턴이 취업의 가장 큰 무기이기 때문이에요. 물론 인턴도 되기 어렵지만 실무자 입장에서 업무와 조직생활을 해본 사람과 아닌 사람의 차이는 크죠.” 뻔뻔함에 대해 묻자 그는 자소서를 최대한 많은 사람에게 보여주는 것이라고 조언했다. “저는 자소서를 다 쓰고 부모님, 저를 비난할 수 있을 정도의 친한 친구, 경력개발센터에 보여줬어요. 부모님은 가장 제일 잘 아는 사람이고 기업 인사 임원들과 연배가 비슷하세요. 자소서를 쓰면 꽁꽁 숨기지 말고 주변 사람들에게 보여주면서 고쳐나가세요.” 그는 마지막으로 취준생 스스로가 자신을 탈락시키지 말라고 말했다. “탈락을 결정짓는 건 스스로가 아니라 면접관이에요. ‘난 영어성적이 없으니까 떨어질 거야’, ‘해외 연수도 안 다녀왔는데 안 되겠지?’라는 생각은 버려요. 나를 판단하는 사람은 내가 아닌 면접관이라는 걸 잊지 말고 자신감을 가지세요.”

김민지 기자  minimin@kukey.com
출처 : 고려대학교 고파스 2024-05-04 17:16: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