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권수영 교수

2012년 페이팔의 공동창업자인 피터 틸이 스탠포드 대학교에서 Startup이라는 강의를 했고, 그 강의를 듣던 블레이크 매스터스라는 학생이 정리한 강의록을 블로그에 옮겼다가 조회수 100만을 넘기면서 ‘Zero to One’이라는 책으로 출간되었다. 이 책은 아마존과 뉴욕타임스에서 베스트셀러 1위를 하며 서점가에 돌풍을 일으켰다.

이 책의 메시지는 ‘경쟁하지 말고 독점하라’는 것이다. 작게 시작하고, 틈새시장을 찾아라. 남들이 생각하지 못한 것을 하려면 창조해서 Only One이 되어야 한다. 그러면 경쟁하지 않아도 된다. 구글은 항공사보다 작은 가치를 창출하지만 보유가치는 훨씬 크다. 2012년에 구글은 1600억 달러를 벌어들인 항공사보다 적은 500억 달러를 벌었지만 매출의 21%가 이익이다. 이익률로 따지면 항공사보다 100배가 되며, 구글의 시장가치는 항공사 전체의 3배가 넘는다. 끊임없는 도전과 상상력으로 진화하고 발전하는 구글은 0에서 1을 이룬 회사라는 것이다.

피터 틸의 시각은 남이 하던 것을 따라하면 경쟁을 해야 하지만 새로운 것을 창조해내면 독점할 수 있다고 주장해 기존에는 상상조차 하지 못했던 다양한 가치를 창출하도록 도모한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다. 그동안 우리는 사회가 정한 획일적인 잣대에서 자기와 설령 맞지 않더라도 그 경쟁에 뛰어들어 수많은 노력과 에너지를 낭비하지는 않았는가. 자신이 가장 하고 싶은 것, 잘 할 수 있는 것, 남들이 따라 하기 어려운 것에 집중한다면 더 많은 효익을 누릴 수 있다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자원이 한정된 상황에서 미래를 재창조 해나면서 우리 사회를 단순히 바꾸는 게 아니라 더 나은 사회로 바꾸도록 한다는 점에서 고무적이다.

그러나 이러한 시각은 High-return high-risk(고수익 고위험)가 아니라 High-return low-risk (고수익 저위험)의 퀀텀전략을 전제한다는 점에서 비평적으로 볼 수 있다. 구글의 성공은 사후적으로 성공하였지만 사전적으로는 엄청난 위험을 감수한 결과의 산물인 것이다. 벤처기업의 성공률이 미국의 경우 5%를 넘지 못하며, 한국에서는 0.6%에 불과하다는 통계도 나와 있다. 따라서 ‘Zero to One’ 전략은 개개인/개별기업이 위험을 얼마큼 감수할지에 대한 선택의 문제이다. 적게 먹고 발 뻗고 편안하게 잘 것인가, 많이 먹기 위해 끊임없이 고민하며 웅크리고 잘 것인가. 쉽게 편하게 얻어지는 것은 아무 것도 없으며 미래의 불확실성을 뚫고 갈 용기를 감내할 준비가 된 사람이 선택하는 길인 것이다.

따라서 자신의 능력과 성향에 따라 0과 1 사이의 수많은 스펙트럼에서 한 점이 결정된다. 스티브 잡스, 마크 주커버그, 래리 페이지와 같이 엉뚱한 발상과 끊임없이 변화를 추구하는 창조적 기업가는 독점적 이윤을 얻을 수 있다. 그러나 모든 사람이 다 획기적인 생각을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며, 다른 사람이 못 보는 기회를 포착하는 것도 아니다. 노력은 할 수 있겠지만 10년, 20년을 지속시킬 가치를 만들어낸다는 게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러므로 대부분의 우리는 1의 이익을 얻지 못한다 하여 좌절할 필요 없으며, 기존의 전통적인 방식과 사업이 경시되서도 안 된다.

한국 숲의 생태계에 대해 전 세계에서 수많은 식물학자들이 한국을 찾는다고 한다. 서양의 숲처럼 쭉쭉 뻗은 거목들만 있는 게 아니라 크고
작은 나무들과 다양한 식물들이 어우러져 숲을 이루고 있기 때문이다. 키 작은 나무가 키 큰 나무로 둘러싸여 햇빛을 덜 받아도 잘 자랄 수 있는 것은 서로 뿌리가 연결되어 서로를 도와주기 때문이라고 한다. 창조를 통해 미래를 이끌어가기 위해 독점하는 개인/기업도 반드시 필요하지만, 창조된 산출물을 보급 확산하기 위해 경쟁하고, 사회적 책임을 다하기 위해 이윤을 조금은 포기하는 것에 대한 가치도 인식되어야 한다. 상상력과 창의력이 당연히 존중되고 보상받아야 하지만 이와 함께 각자의 위치에서 자기의 역할을 담당하는 수많은 실무형 인재와 실행력 있는 기업을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이다. 1도 중요하지만 0과 1 사이의 무수한 점까지 포함해야 우리 사회가 온전하다고 할 수 있지 않을까.

권수영 경영대 교수. 경영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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