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당교양관 청소를 담당하는 A씨가 걸레질을 하고 있다.
학교의 아침을 열다
오전 4시 30분, 학교에 도착한 A씨는 10여 개의 강의실과 남녀 화장실의 쓰레기통을 모두 비우기 시작한다. 공식적으로는 6시에 근무를 시작하지만, 7시까지 쓰레기를 내다 버리기엔 시간이 많이 부족해 매일 4시 30분에 그는 작업복을 입는다. 추가 근무에 대한 수당은 따로 없다. A씨가 여자화장실에 들어간다. 입구에 들어서자마자 밤새 뒤섞인 변기 안 오물 냄새가 코를 찔렀다. 물을 제대로 내리지 않아 휴지와 오물로 막혀있는 변기를 A씨는 변기레버를 꾹 누르더니 아무렇지 않게 옆 칸으로 들어간다, 남자화장실 변기 앞은 오줌이 이리저리 튄 채 발을 놀렸는지 누런 발자국이 다닥다닥 그려져 있다. 화장실을 돌아 강의실로 들어간다. 바닥 곳곳에는 매일같이 닦아도 잘 지워지지 않는 커피 자국으로 얼룩져있다. 수 시간이 지난 듯한 얼룩은 아무리 박박 걸레질을 해봐도 희미하게 남아 잘 지워지지 않는다. 치우고, 쓸고, 닦고... 어느새 쓰레기봉투는 A씨의 키보다 더 높게 쌓인다.어떤 돌발 상황을 마주해도 평소와 별다를 바 없이 청소하던 A씨다. 청소는 미화원의 일이니 당연히 해야 하는 것이라고. 하지만 A씨는 학생들의 의식 개선도 필요하다고 말한다. “바닥에 커피를 쏟은 자국이나 화장을 지우고 버리지 않은 채 내버려 둔 휴지들은 내가 그냥 정리하면 돼요. 하지만 엘리베이터 안에 굵은 가래침을 모아 뱉어 놓고, 쓰레기통 빤히 보이는데 복도 밖에 내 던지고 가는 건 학생들이 신경 써서 조심해줬으면 해요.”
A씨는 1교시 수업이 시작되기 전까지 목장갑이며 고무장갑을 벗을 새도 없다. 목덜미로 흐르는 땀 줄기가 느껴질 때면 장갑을 낀 채로 슥 닦아낸다. 그리고 그 손으로 다시 화장실 세면대를 걸레질한다. “오전 시간이 제일 바빠요. 특히 수업이 시작되면 강의실은 미화원이 들어가서 청소할 수가 없거든요. 그래서 1교시 수업 전에 강의실은 무조건 다 청소해야 해요. 화장실 청소까지 끝내려면 눈코 뜰 새도 없죠.”
쓰레기를 모두 비우고, 비질과 대걸레질을 시작하자 A씨는 허리와 손목에 통증이 저릿저릿하게 오는 것을 느낀다. 통증이 다시 도진 것이다. 하지만 A씨는 아픈 부위를 손으로 몇 번 주무르더니 이내 청소를 시작한다. “의사가 일주일에 두세 번은 물리치료를 받으러 와야 한다고 하더라고요. 허리가 더 아프기 전에 병원에 가서 치료해야 한다는 건 알죠. 근데 비용도 부담 되고, 병원에 자주 가는 게 쉽지 않네요.”
열악한 미화원 복지, 휴게실‧식대
오전 청소가 끝나는 9시, A씨와 미화원들은 교양관 지하 3층에 있는 ‘창고’라고 적힌 공간에 모인다. 이곳은 미화원들이 유일하게 발을 뻗고 쉴 수 있는 ‘휴게실’이다. 환기되지 잘 되지 않아 탁한 공기가 곧바로 느껴진다. 몇 년 전에 비해선 많이 나아졌다. 휴게실조차 없었던 시절엔 계단 아래, 복도 끝에서 쭈그려 앉아 쉬는 게 ‘휴식’의 전부였다.
▲ 우당 교양관 지하, 미화원들의 '휴게실' 모습.
A씨는 집에서 챙겨온 도시락을 동료들과 함께 먹으며 늦은 아침 식사를 해결한다. 미화원이 받는 식대는 한 달 임금에 포함된 9만 원이 전부다. 하루에 아침과 점심을 먹는다고 가정하면 끼니 당 약 2000원인 셈이다. 한 끼를 2000원에 해결할 수 있는 바깥 음식은 그리 많지 않다. A씨가 자주 가는 국숫집의 가장 저렴한 잔치국수 가격도 3000원이다. “주로 휴게실에서 집에서 싸온 도시락을 먹어요. 배가 안 고파도 일은 해야 하니 먹을 때도 잦죠. 입맛이 너무 없을 땐 가끔 밖에서 사 먹기도 해요.”
젓갈과 물김치를 반찬 삼아 한 끼를 때우고 나면 오후 청소를 하는 오후 2시 전까지 한숨 돌릴 수 있다. 담요를 베개 삼아 몸을 뉘어 새우잠을 청하기도 한다. A씨의 옆에서 휴식을 취하던 동료 미화원 B씨는 기자가 왔다는 말에 벌떡 일어나 말을 이었다. “재작년 즈음 옥상에 미화원 휴게실을 만들어달라고 노조에서 건의했어요. 근데 학교에서 알아본다는 말만 하고 감감무소식이더라고요. 근데 또 여긴 공기가 너무 탁해 겨울에도 철문을 열어놔요. 추워서 감기에 걸려도 어쩔 수 없어요. 마스크 끼고 청소하는 것도 모자라 여기에서 쉴 때도 마스크를 껴야 할 지경이에요. 휴게실을 지상으로 좀 옮겨줬으면 좋겠어요.”
근로조건과 환경의 개선 필요해
오후 청소시간이 되자, 오전에 언제 청소를 했는지 모를 정도로 다시 쓰레기통이 가득 찼다. 바닥도 시커먼 발자국들로 뒤덮여있다. 비상계단 양 끝에는 먹고 버리지 않은 케이크와 커피음료들이 뒹굴고, 계단과 복도 바닥에 내뱉은 껌들은 까맣게 눌어붙어 떨어질 줄을 모른다. 오후 청소를 끝내고 나면 손 세정제와 휴지가 부족하진 않는지 다시 확인하고 일을 마무리한다.
오후에는 중간 중간 짬을 내 학생들을 상대로 서명운동을 한다. A씨뿐 아니라 본교 미화원들은 ‘용역근로자 근로 조건 보호지침 준수’를 위해 학생들의 서명을 받고 있다. 인원감축 문제를 노조에서 건의하면 용역회사는 학교에, 학교는 용역회사와 얘기하라며 서로 책임을 떠넘기기에 바쁘다. “올해부터 토요일 작업이 없어져 월요일에 해야 할 일은 더 늘어났죠. 게다가 사실상의 인원 감축을 한다고 해 지금 서명운동도 하고 있고요. 미화원의 노동 강도는 높아졌지만, 저임금과 열악한 복지는 여전히 해결되지 않고 있어요. 근로조건이 열악한 상태에서 계속 일을 하는 거죠. 이번에 노조와 용역회사, 학교 측 간의 교섭이 잘 돼서 근무조건과 환경이 개선됐으면 좋겠어요.”
▲ 오전 7시, 우당교양관에서 나온 쓰레기가 학관 앞에 잔뜩 쌓여있다.
오후 청소를 마저 끝낸 4시 정각, 다섯 명의 미화원들은 지친 몸을 이끌고 퇴근할 준비를 하러 터덜터덜 지하 휴게실로 내려간다. A씨는 어둑한 새벽 출근길엔 버스를 탔지만, 퇴근할 땐 날이 밝아 40분가량의 거리를 걸어간다. “한 달에 받는 임금은 식대를 포함해 약 130만 원이에요. 적지 않아 보일 수도 있지만 교통비와 통신비, 보험료, 생활비 등 필수적인 것만 제해도 수중에 남는 돈은 거의 없어요.”
미화원이 퇴근한 뒤에도 교양관에는 6, 7, 8교시 수업이 계속된다. 강의실 안 쓰레기통엔 다 마시지 않은 채 버린 커피와 음료수가 내던져져 쓰레기봉투 비닐 끝으로 액체가 흘러내린다. 가득 쌓인 쓰레기가 넘쳐흐르면 그 앞으로 쓰레기 더미가 쏟아진다. 하지만 아무도 거들떠보지 않는다. 내버려진 쓰레기들은 미화원들의 내일의 일거리이니 신경 쓸 필요가 없는 것일까. 이렇게 오늘 밤도 미화원들의 ‘일거리’는 쌓여간다.
글│심정윤 기자 heart@kukey.com
사진| 서동재, 심정윤 기자 news@kukey.com
출처 : 고려대학교 고파스 2024-05-04 14:40:5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