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시장에서 옵션 계약(option contract)이란 미리 결정된 미래의 특정 시점에 주식 등의 특정 상품을 사전에 정해진 가격에 사고 팔 수 있는 권리(right)를 의미한다. 미래에 거래할 상품의 가격을 미리 정해 놓는다는 점이 특이한데, 옵션이 의무가 아닌 권리인 이유는 옵션을 보유한 측에서 상황에 따라 해당 계약 내용을 행사할 것인지 아니면 포기할 것인지를 본인에게 유리하게 선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양쪽 모두에게 공정한 계약이 되려면 옵션을 보유하려는 측에서 일정 비용을 지불하고 옵션을 구매해야 한다. 즉, 계약이 이루어지는 시점에 상대방에게 프리미엄을 지불해야 하는데, 이 프리미엄이 곧 계약 시점에서 합의된 옵션의 가치 혹은 옵션 가격을 의미한다. 반대로, 옵션을 팔게 되면 프리미엄을 지급받는 대신에 프리미엄을 지불한 상대방이 행사하는 권리에 응할 의무가 생긴다. 그렇다면 공정한 옵션의 가치는 어떻게 측정될 수 있을까? 이것이 옵션가격결정 이론의 핵심이다.

아직 만기가 남아 있는 옵션의 가치는 크게 내재가치와 시간가치로 구분할 수 있다. 옵션의 내재가치는 기초가 되는 상품의 현재 가격과 미리 정해진 행사 가격으로 결정된다. 반면, 옵션의 시간 가치는 이자율에 따라서도 달라지지만, 더욱 중요한 요소가 바로 기초상품 가격의 변동성에서 기인하는 불확실성(uncertainty)이다. 재무적인 관점에서 우리는 보통 이러한 불확실성의 정도를 위험(risk)이라 부르는데, 이는 상방 위험(수익 가능성)과 하방 위험(손실 가능성)을 모두 포함하는 개념이다. 기대수익이 같다면 일반적인 투자자들은 위험을 회피하려는 경향을 갖고 있으나, 재미있게도 옵션을 사려는 투자가들에게는 기초자산의 변동성이 커질수록 또 잔존 만기가 길수록 옵션이 매력적인 상품이 된다. 이는 옵션 자체가 권리를 의미하므로 하방 위험의 정도가 계약 시점에 지불한 옵션 프리미엄으로 한정되어 있는데 반해, 상방 위험은 옵션이 행사되는 미래 시점에서의 기초상품 가격에 따라 매우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즉, 효율적인 시장에서는 기초자산의 변동성이 커질수록, 또 옵션의 잔존 만기가 길어질수록 옵션의 미래 가치 변동성도 커져 옵션이 더욱 위험한 상품이 됨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시장에서 평가되는 시간가치가 커져 가격이 높게 형성된다.

옵션가격결정 이론을 강의하면서 우리 각자에게 주어진 인생의 가치도 어쩌면 옵션과 같이 내재가치와 시간가치로 구분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 적이 있다. 이는 인생이 마치 옵션 계약처럼 우리에게 주어진 일종의 권리이기 때문이다. 젊은 시절의 인생이 그 자체로 아름답고 가치가 있는 이유는 이미 이뤄놓은 인생의 내재가치  때문이라기보다는, 우리 각자의 남은 인생에 주어진 불확실성의 다른 표현인 무한한 가능성에서 오는 커다란 시간가치 때문이 아닐까? 당장 쓰라린 실패를 맛보았다고 해서 우리 인생의 가치가 0이 되지 않는 이유는 바로 옵션처럼 남은 인생 동안 어떤 일도 이뤄낼 수 있는 가능성에 있는 것이다. 이미 지나간 일보다는 앞으로의 내가 해낼 수 있는 가능성을 바라보면서 나아가다 보면, 본인도 미처 몰랐던 스스로의 놀라운 인생의 가치를 발견하게 될 날이 반드시 오리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내 인생에 대한 권리는 내 자신에게 주어져 있고, 내가 지금 살아있는 한 내 인생의 가치는 0보다 크다는 사실을 잊지 말자.

김배호
경영대 경영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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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고려대학교 고파스 2024-05-15 03:46:3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