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기영 교수

지난 5월 2일로 국회에서 125일간 진행됐던 MB정부 해외자원개발 국정조사가 끝이 났다. 적지 않은 문제점과 비리가 지적되고 적발되긴 했지만 공기업 기관장들에 대한 5차례의 보고를 빼면 이렇다 할 논점도 성과도 없이 끝났다는 점에서 실패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MB 해외자원개발이란 MB정부 기간에 벌인 석유, 가스, 광물 등 해외 자원을 개발/확보하려 했던 사업들을 총칭하는 말이다. MB정부는 틈이 날 때마다 해외자원개발의 의미와 성과를 홍보했고 대한민국이 자원 부국이 되는 것은 시간문제인 것처럼 보였다. 그런데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MB 해외자원개발은 대부분 생각할 수 있는 모든 부실 요인이 종합선물세트처럼 하나도 빠짐없이 들어간 총체적 부실이었다. 묻지마 투자를 했다가 천문학적 손해를 본 게 MB해외자원개발의 실체였다. 캐나다 국영 석유회사가 단돈 1달러에 매각한 정유회사를 석유공사가 경제성 평가는 고사하고 현장실사 한 번 안하고 무작정 1조 2000억원에 인수했다가 불과 3년만에 단돈 10억원에 매각한 것이 대표적 사례이다.

MB정부는 해외자원 개발에 40조원이 넘는 돈을 썼다. 말도 많고 탈도 많은 4대강 사업의 두 배나 된다. MB정부는 껍데기뿐인 자원외교를 포장하여 국민을 속이기에 바빴다. 국민의 세금으로 운영되는 공기업을 사기업 부리듯 해외자원개발로 내몰았고 MB측근 공기업 사장들은 앞뒤 가리지 않고 마구 투자하다가 천문학적 손실로 자원개발 공기업을 거의 고사상태로 빠트렸다. 그런데 온갖 거짓으로 홍보를 한 정부도, 묻지마 투자로 국민의 기업을 사지(死地)로 내몬 공기업 사장도, 사실상 그들을 배후에서 총지휘한 국가 최고통치권자도 사과 한마디 없이 슬그머니 무대에서 사라져 버렸다. 그러나 그들이 떠난 자리에는 파산상태의 공기업과 42조 원이나 되는 엄청난 부채가 남았다.

이런 엄청난 부실투자가 가능했던 이유는 한국 정치사회 시스템에 브레이크가 작동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사실 이제 와서 모두들 성토하고 있지만 MB 해외자원개발이 나 홀로 폭주를 할 때 누가 그것을 막을 수 있었는가? 고장난 시스템을 개선하지 않으면 이런 일은 언제든지 재발할 있다. 이것이 MB 해외자원개발이 우리에게 주는 교훈이다. 그 점에서MB 해외자원개발 국정조사는 이렇게 브레이크가 고장난 한국사회를 성찰하고 개선할 수 있는 중요한 계기였다.

하지만 국정조사는 결국 실패로 끝났다. 가장 큰 이유는 정부 여당이 온갖 방해를 하면서 국정조사를 파탄으로 몰고 간 데 있다. 새누리당은 MB해외자원개발 핵심 5인방, 전직 공기업 기관장 등 핵심 증인에 대해 처음부터 수용 불가의 가이드라인으로 갖고 있었다. 국정감사 대상인 공기업들은 야당의 자료 요구에 응하지 않는 경우 많았다. 방탄 국정조사라고 불리는 이유이다.

그러나 정부 여당의 방해는 충분히 예견됐던 것이다. 도둑이 순순히 협조할 리 없지 않은가? 그런 점에서 국정조사 실패 요인으로 야당의 전략부재, 의지 부족을 들지 않을 수 없다. 사실 새정치민주연합은 국정조사에서 철저히 산화함으로써 그런 정부 공작과 의도를 국민들에게 알렸어야 했다. 그런데 여당의 지연작전, 방해 공작에 끌려만 다녔다. 아니면 스스로의 힘과 능력으로 MB 해외자원개발의 실상을 파헤쳐야 했다. 당 밖의 전문가를 조직하여 종합적으로 문제를 파헤치고 비리를 찾아내야 했다. 그런데 야당의 국정조사는 전문가라 할 수 없는 의원 보좌관 중심으로 이루어졌고 전문가라 해봐야 회계사 2명이 동원된 게 전부였다. 실패는 예정된 것이었다.

다만 이번 국정조사 실패를 통해 한 가지를 분명히 깨달을 수 있었다.  MB정부는 지나간 정치집단이 아니라 현 정권과도 연결되어 있으며 이들은 우리 사회에서 매우 강고하다는 것, 그리고 그에 맞서 싸워야 할 야권은 무능하고 전투력조차 부족하다는 것, 따라서 정치권에 우리 문제해결을 기대하는 것은 단지 꿈에 불과했다는 것이다. 이런 자각이 성과라면 성과라 할 수 있다. 이제 국정조사 실패가 우리에게 주는 교훈은 분명하다. 이제 국민이 나서야 한다는 것이다. 각성된 시민들만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특히 미래를 짊어지고 갈 청년들, 대학생들의 관심과 비판이 절실하다. 과거 정치가 독재로 점철되던 어두운 시절, 한국의 청년 대학생들은 용기를 갖고 길거리에서 민주를 외쳤고 자신들을 희생해가면 민주주의를 지켰다. 이런 희생이 오늘날 한국의 번영과 민주주의를 가져왔던 원동력이었다. 이런 훌륭한 전통이 다시 살아나 삶의 희망을 잃어가는 국민들에게 다시 용기와 희망을 주기를 기대해 본다.

고기영

한신대 교수·정조교양대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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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고려대학교 고파스 2024-05-14 07:30: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