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벨상을 수상할 수준의 훌륭한 과학자들의 일반인을 위한 좋은 책들은 대중들에게 특히 과학에 뜻을 가진 학생에게 큰 영향을 준다. 필자도 읽고 감명이 깊었다고 생각하는 몇 권의 책이 있다. 양자역학의 창시자로 노벨 물리학상을 수상한 슈뢰딩거의 , 역시 노벨 물리학상 수상자인 파인만의 , 그리고 이 글의 주제인 노벨 물리학상 수상자 베르너 하이젠베르크의 이다. 이러한 책들은 저자가 연구한 과학적 업적을 대중들에게 알기 쉽게 설명하는 것이 대부분이다.

그러나 은 과학적 설명을 포함하고 있지만 양자역학의 창시자로서 양자역학이 제기한 과학이란 무엇을 하는 것인가, 더 나아가 우리가 자연에 대하여 안다는 것, 즉 과학적 지식이 무엇인가에 대한 고찰을 하고 있다. 책의 제목에서 암시하고 있듯이 철학적 인식론에 대한 과학자로서 성찰이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과학의 한 분야를 연구하는 필자로서도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한 책이다. 이 책은 1955년 스코틀랜드의 세인트앤드류대학에서 개최된 기포드 강좌의 내용을 출판한 것이다. 기포드 강좌는 1888년 이래 지금까지 이어온 대중을 대상으로 하는 강좌로 자연신학–특정종교나 세계관의 고착으로부터 벗어나 과학적인 뒷받침을 받는 신학과 관련한 인간의 궁극적인 질문–을 보급하기 위한 목적으로 개최되고 있다.

양자역학은 20세기 초 이후 현대 문명을 만든 기반이 된 가장 중요한 과학적 업적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양자역학을 만들고 발전시키는데 가장 큰 공헌을 한 보어나 파인만 같은 물리학자조차도 양자역학을 이해하는 사람은 자신을 포함해서 아무도 없을 것이라는 말을 했을 정도로 우리의 일상 경험에 반하는 측면이 있다. 그리고 보어, 하이젠베르크 등이 창시한 행렬역학, 불확정성원리, 상보성(相補性), 확률이론 등으로 대표되는 코펜하겐 해석은 아직도 논란이 되고 있다.

1927년 솔베이 컨퍼런스에서 아인슈타인과 보어의 논쟁이후 보어, 하이젠베르크가 제시한 양자역학을 코펜하겐 해석이라고 부른다. 아인슈타인은 컨퍼런스에서 보어를 괴롭혔고, 그 후에도 양자역학은 불완전한 이론이라고 생각했다고 한다. 아이슈타인은 보어와 논쟁 중에 ‘신은 주사위놀이를 하지 않을 것 같습니다’ 라는 말로 양자역학의 확률적 해석의 문제점을 제기했고, 보어는 ‘아이슈타인 박사님, 신에게 명령하지 마십시오’라고 응수했다고 한다. 그러나 이 논쟁이후 코펜하겐 해석은 양자역학의 주류 이론이 되었다. 아인슈타인, 슈뢰딩거는 그 후에도 코펜하겐 해석의 문제점을 지속적으로 제기하였다. 아인슈타인은 지금도 자주 인용되고 있는 ‘물리적 실제의 양자역학적 기술이 완전하다고 생각할 수 있는가?’라는 제목의 논문(EPR논문)을 발표하였고, 슈뢰딩거도 소위 ‘슈뢰딩거의 고양이’로 불리는 원자와 같은 미시 계의 확률적 해석이 고양이와 같은 거시 계와 연결 되면 어떤 순간에 확률적 해석이 붕괴되는가를 문제 삼고 있다. 그리고 최근까지도 이러한 논란은 계속되고 있으며 여전히 과학자들 혹은 철학자들의 탐구 주제이다.

하이젠베르크는 에서 코펜하겐 해석의 의미를 현대 과학이 무엇을 하는 것인가의 고찰과 함께 철학적 의미를 제시 한다. 근대 서양과학이 데카르트 철학의 영향 하에 자연 현상을 설명하는 방법으로 뉴턴의 고전역학을 포함하여 독단적 사실주의(dogmatic realism)의 바탕위에 만들어졌고, 아인슈타인도 그 선상에 있기에 그가 코펜하겐 해석을 수용하지 못했다고 주장한다. 독단적 사실주의는 지금도 여전히 많은 과학자들이 믿고 있는 바와 같이, 자연 과학은 객관적인 단 한 가지 참을 추구하여 서술한다는 생각이다.

그러나 실제로 과학은 한 가지 자연현상에도 객관화 될 수 있는 여러 가지의 서술들이 있고, 일상적인 경험들도 이와 같은 동시에 참인 여러 서술들로 나타낼 수 있다는 실질적 사실주의(practical realism)를 주장한다. 그리고 양자역학이 이러한 예로, 원자 내 전자의 운동을 서로 모순되는 입자성과 파동성으로 같이 나타낼 수 있는 상보성을 주장한 코펜하겐 해석은 현대 과학의 합당한 이론임을 주장하고 있다. 양자론을 포함하여 현대 과학이 이해하기 힘든 다른 이유로 언어의 문제를 제기한다. 현대의 과학은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관찰할 수 없는 원자의 아주 미세영역이나 무한한 우주의 영역을 대상으로 하고 있고, 이를 설명하기 위해서 일상생활의 언어는 한계가 있다. 과학자들은 수학이라는 언어로 상호 소통을 명백할 수 있고, 보편법칙의 최고 엄밀한 규정은 수학적 추상으로만 가능하다. 따라서 일상적 언어로 표현된 과학개념은 매우 제한적이다. 이 책에서 말하는 것은 중요한 과학적 이론은 자연의 근본을 이해하는 것은 물론 이해하는 방법도 제안해야 하는 것이다.

전승준 이과대 교수 화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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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고려대학교 고파스 2024-05-15 13:42:5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