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대아카데미아] 학위논문

도시 가로의 리버빌리티(livability) 개념과 해석에 관한 연구

서민호 국토연구원 국토관리‧도시연구본부



목 차

제1장  서 론

제2장  이론적 고찰
  2.1. 도시와 공공공간
  2.2. 가로의 제(諸) 개념
  2.3. 도시 가로와 리버빌리티 개념

제3장  연구방법과 분석 틀
  3.1. 연구문제 설정
  3.2. 선행연구 및 방법론 검토
  3.3. 연구방법 및 체계 정립

제4장  도시 가로 현황‧실태와 이용자 의식의 리버빌리티 해석
  4.1. 도시 가로의 현황 조사‧분석
  4.2. 도시 가로의 이용실태 조사‧분석
  4.3. 도시 가로 리버빌리티 관점의 이용자 의식 분석
  4.4. 도시 가로의 현황‧실태와 이용자 관점의 리버빌리티 해석 결과

제5장  도시 가로 물적 용간요소의 이용자 효용과 리버빌리티 해석
  5.1. 이용자 집단별 효용가치와 중요도 분석
  5.2. 가로 특성별 이용자 효용가치와 중요도 분석
  5.3. 도시 가로 물적 공간요소의 이용자 효용에 대한 리버빌리티 해석 결과

제6장  결 론






  도시는 물리적으로 밀집된 공간에 서로 이질적인 사람들이 한데 어울려 다양한 정치·경제·사회·문화적 활동을 벌이는 인간 삶의 거대한 용광로라 할 수 있다. 이러한 도시의 대표적 공공공간인 도시 가로는 오랜 도시의 역사 속에서 경제적 부를 유통시키고 축적하는 시장(市場)임과 동시에, 대중의 회합과 공론을 형성하는 공공영역이었다. 또한 시민들의 여가와 유흥의 무대, 도시민이 서로 교류하고 학습하는 사회·문화적 교류의 장(場)으로서 기능해 왔다. 그러나 산업혁명 이후 도시화와 자동차의 확산·보급 가속화로 도시 가로는 차량의 통행을 위한 교통 공간에 제약되었다. 그 결과 공공공간으로서의 가로의 역할과 기능은 계속 축소되어 왔다.

  이러한 상황에서 1968년 5월의 파리 68운동과 1969년 암스테르담 회복 운동은 도시민으로서 공간에 대한 권리를 회복하고 도시 공공공간이 삶의 질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반추하게 하는 계기를 제공하였다. 현대 사회의 개인 소외와 물적 환경의 격차와 관련한 ‘삶의 질’의 논의가 도시 환경이 도시민의 생존과 안전, 다양한 도시활동과 경제·사회·문화적 기회를 보장하고 있는 지에 대한 논의로 구체화 된 것이다. 이 논의의 핵심에는 도시에서 공공의 삶이 가장 활발히 영유되는 대표적 공공공간인 도시 가로가 ‘살기 좋음’을 포용하는 데 얼마나 적합한지와 관련한 ‘리버빌리티’(livability) 개념의 구체화가 있었으며, 도시 공공공간 차원에서 리버빌리티가 어떻게 개념화되고 해석될 수 있는지는 현재까지 주요한 화두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우리의 도시 가로에 대한 여러 논의들은 도시를 살아가는 다양한 사람들의 ‘살기 좋음’을 포용하는 공공공간의 본질에 대한 고려는 배제한 채, 물적 환경의 쾌적성이나 장소적 이미지 등에 한정된 단편적 차원에서 해석되고 있다. 또한 도시 가로가 도시설계 차원에서 중요한 계획대상으로 자리매김하고 있고 도시재생의 실현에 있어 가로 활성화가 핵심 전략으로 주목되고 있는 현 시점에서, 도시 가로가 어떠한 삶을 담아야 하고 도시민이 원하는 모습은 어떠한 것인가에 대한 고민도 거의 없었던 것도 사실이다.

  이에 본 연구는 도시 가로의 ‘살기 좋음’이 무엇인지를 리버빌리티의 개념을 통해 개념화하고, 리버빌리티 관점에서 우리 도시 가로의 실태를 현황은 어떠한지, 이용자 관점에서는 어떻게 해석되고 있는지를 분석하고자 하였다. 또한 도시 가로가 ‘살기 좋음’을 잘 포용하기 위해서는 어떠한 개선이 요구되고 어떤 방향성을 가져야 하는지를 알아보고자 하였다. 이를 위해 도시 가로 역할과 기능을 중심으로 ‘살기 좋음’에 대한 리버빌리티 개념을 도시 가로 차원에서 조작적으로 정의하였다. 그리고 사례 연구를 통해 도시 가로의 물적 여건을 분석하고, 리버빌리티 관점의 이용자 의식과 행태를 해석하였다. 그리고 이용자들이 인지하는 도시 가로의 물적 공간요소에 대한 가치를 효용 차원으로 정량화하여 컨조인트 분석하고, 이용자 집단이나 물리·지역적 여건, 장소성·쾌적성·접근성 측면에서 리버빌리티 해석을 구체화하였다.

  공공의 삶과 도시 가로의 역할과 기능을 도시 가로의 리버빌리티 관점에서 고찰한 결과, 현대적 관점의 도시 가로는 도시민의 일상과 가장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고, 공공공간의 다양한 역할과 기능을 대부분 수용하는 장소였다. 또한 정치·경제적 기능의 집적지외에도 통행과 경제활동, 여가와 휴게, 사회·문화적 교류의 기능을 동시에 수행하는 공공공간으로 기능하였다. 도시와 삶의 질에 대한 다양한 논의들을 도시 가로의 관점에서 종합한 결과, 도시 가로의 리버빌리티를 논의하는 것은, 도시민의 삶과 직결되는, 즉 생존과 안전 뿐 아니라 다양한 도시 외부활동에 대한 욕구를 충족시키는 조건에 대한 문제를 논하는 것이라 판단되었다. 또한 궁극적으로 최근 도시 시민사회의 많은 권리적 요구와 도시 공공성의 발현을 통해 도시와 공공공간을 살기 좋게 만드는 것과 연결되어 있었다. 이러한 관점에서 도시 가로의 리버빌리티란 도시 가로가 얼마나 ‘살기 좋음’을 잘 포용하고 있는가 또는 도시 가로가 얼마나 생활하기에 적합한가를 규정짓는 특질(特質)을 의미한다고 정의할 수 있다.

  본 연구에서는 도시 가로의 리버빌리티 개념을 중심으로 우리 도시 가로가 ‘살기 좋음’을 잘 포용하는 가로이며, 이용자들은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를 분석하였다. 그 결과 이용자들은 도시 가로에 연접한 음식점과 카페를 가장 많이 이용하고 있으며, 가로의 보도나 인접한 공원·광장을 주로 이용하고 있음이 확인되었다. 이는 많은 이용자들이 도시 가로를 사회적 교류와 휴식의 목적으로 이용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며, 주거나 일터와 가까운 곳에서 여가나 휴식, 사회적 교류 활동을 향유하고자 하는 의지가 드러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그리고 우리 도시 가로는 과도한 교통공간 기능 확대로 보행공간의 형평성 측면에서 불균형이 발생하고 있었다. 특히 많은 차량 통행과 보행혼잡, 보행 장애물 등은 이용자들이 도시 가로를 이용하는 가장 큰 장애요인이었으며, 가로에서 수용해야 할 많은 사회적 교류의 위축을 가져올 우려가 있었다. 이러한 상황의 개선을 위해서는 우선적으로 보도 확충이 시급하다고 판단되었으나, 이용자들이 오히려 적정한 보행혼잡을 선호하고 있다는 점도 주목할 필요가 있었다.

  도시 가로의 리버빌리티 관점에서 이용자 의식을 해석한 결과, 먼저 주거 밀집지 주변 가로의 이용자들은 쾌적성 관련 여건을, 상업 밀집지 가로의 이용자들은 접근성 관련 여건을 상대적으로 중요하게 고려하고 있음이 확인되었다. 이는 주거 밀집지 가로가 주로 통행과 주거지 접근·이동, 여가와 휴식 목적으로 이용되고, 상업 밀집지 가로가 보도나 광장·공원 등 가로 연접공간이 많이 이용되는 행태적 차이에 기인한 결과라 해석될 수 있다. 결과적으로 주거형 가로와 상업형 가로의 ‘살기 좋음’은 각기 다르게 이해되고 해석되어야 한다는 판단이 가능하다. 두 번째로 도시 가로 이용자들은 리버빌리티를 판단함에 있어 쾌적성 측면의 물적 여건을 일차적으로 고려하며, 쾌적성 관련한 물적 여건이 열악할 경우 그 불편을 크게 의식하고, 일정 수준이 확보되었을 경우에는 쾌적성보다는 장소성에 관한 판단에 의존하는 경향을 보이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는 쾌적성 관련 물적 공간 여건은 이용자들의 일차적인 지각을 통해 직접적으로 판단되는 경향이 강한 특성에 기인하다고 판단된다. 즉 쾌적성 관련 물적 공간의 질적 수준은 그 열악함의 수준이 클수록 이용자 개인의 인지화 과정에서 더욱 중요한 요인으로 고려되어 개인의 심리적 대응의 관점에서 개선요구가 더 큰 경향이 있다고 추론할 수 있다. 따라서 도시 가로의 리버빌리티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일차적으로는 쾌적성 측면에서 가로활동의 장애를 유발하거나 상대적으로 열악하지 않는 수준으로 물적 여건을 확보하는 것이 선행될 필요가 있다. 세 번째로 도시 가로의 리버빌리티를 증진시키기 위해서는 물리적 가로 접근 뿐 아니라 심리적 거리감과 사회·경제적 교류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 중요하게 고려될 필요가 있다고 판단되었으며, 그 중요한 실마리는 체류시간·활동 증대를 가능케 하는 가로 연접공간의 용도인 것으로 확인되었다. 도시 가로 이용실태와 이용자 의식을 종합한 결과, 물적 여건과 이용자의 심리적 거리감에는 많은 차이를 보이고 있었다. 이는 이용자들이 가로로의 접근·체류·이동시간 소요에 비해 체류시간이 상대적으로 길 경우 심리적 인지 거리·시간이 짧은 것으로 인식하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따라서 가로변 연접 건물에 카페·음식점, 도·소매 판매시설 등 가로 내 사회·경제적 교류활동을 지원할 수 있는 시설을 어떻게 밀도 있게 배치할 것인가가 접근성 측면의 리버빌리티를 향상할 수 있는 중요한 열쇠가 된다고 판단되었다.

  도시 가로에 리버빌리티 개념을 도입하고 해석하는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점은, 도시 가로를 둘러싼 지역·입지‧환경적 맥락을 어떻게 이해하고 연계하며, 이용자들의 행태와 의식, 그 이면의 요구들을 어떻게 해석하고 반영할 것인가라 할 수 있다. 도시 가로를 차도, 보도, 연접 건물과 용도, 가로시설물, 차량과 사람이 온전히 하나로 통합된 관점에서 이해하려는 노력이 그 출발점이 될 수 있으며, 이러한 노력에서 우리가 우리 도시 가로에 올바른 우리의 삶의 모습을 담을 수 있는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 하겠다.




<저자 인터뷰>

1. 도시설계 전공을 선택하시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 도시에서 태어나 도시에서 자라고 대부분의 시간을 도시에서 보내온 저는, 각기 다양한 사람들이 서로 한데 어울려 무수한 활동들을 파생시킬 수 있는 거대한 도시라는, 공간이 어떤 방식으로 작동되고 그 양상을 담는 공간은 어떠해야 하는 지가 늘 궁금했습니다. 도시설계는 다양한 도시활동을 수용하는 공간들을 체계적으로 계획하는 학문이지만, 그 실체는 결국 경제‧사회‧문화 등 다수와 관계되는 인간 삶의 대부분의 양상을 공간이라는 관점에서 해석하는 것이기 때문에, 결국 인간 삶의 전체적 모습을 다양하게 해석해 볼 수 있는 도시설계는 제 인생을 통해 탐구해 볼 수 있는 도전적 분야라 판단하였습니다.


2. 논문 주제를 선정하시게 된 이유와 논문을 통해 독자들에게 꼭 전달하고자 했던 내용에 대한 설명을 부탁드립니다.  

☞ 우리는 도시생활의 많은 일상을 사람들과 어울려 보냅니다. 주중에는 집 또는 회사 앞 거리에서 만남을 갖고 산책을 하며, 주말에는 가로수길이나 경리단길 등 사람들이 북적이는 가로를 찾아 여가활동을 하거나 지인들을 만나 시간을 보냅니다. 그렇다면 우리가 삶의 많은  시간을 할애하고 있는 가로라는 공간이 과연 이러한 우리의 삶을 얼마만큼 잘 담아내고 있는지, 이러한 가로를 계획할 때 우리는 삶의 모습을 가로라는 공간에 어떻게 반영해야 하는지 우리의 관점에서 깊게 생각해 보았을까요? 바로 이 지점이 제가 논문 주제를 선정하게 된 근원적 질문이라 할 수 있습니다. 비록 많은 부분에서 부족하긴 하지만 저는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조금이나마 이 논문에서 구하고자 하였습니다.


3. 논문을 쓰는 과정에서 어려움이 있었다면 어떤 것들인가요?

☞ 저는 국토와 도시를 연구하는 국책연구기관에서 직장활동을 하고 있어서 직장생활과 학위논문을 병행하는 다른 학우에 비해 좋은 조건을 갖고 있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학위논문과 직장활동의 병행이 가장 어려웠던 것 같습니다. 연구활동 중에는 한 가지 주제에 대해 깊이 숙고하기 시작하면 몇 날 몇 주가 순식간에 지나가고, 그 과정에서 많은 연구내용의 결과나 인과, 중요한 이슈들이 정리되기 마련입니다. 특히 도시설계는 실제 공간과 그 공간을 이용하는 사람들의 다양한 행태를 직접 관찰하는 것에서 그 해답을 찾아야 합니다. 하지만 직장활동을 병행하는 저로서는 그 집중의 시간을 오랫동안 지속시키기가 어려웠습니다. 천만다행스러웠던 일은 지도교수님께서 제가 자칫 놓칠 수 있었던 연구질문과 주제, 주요 쟁점과 연구 전개의 큰 흐름을 일관되게 유지할 수 있도록 끊임없이 조언해주시고 독려해 주신 점입니다. 그 덕택에 포기하지 않고 자그마한 결과를 이룰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4. 논문쓰기를 앞둔 후배들에게 조언 한마디를 부탁드립니다.

☞ 논문을 마치고 나니 비로소 이제 제가 연구를 시작할 수 있는 최소한의 경험을 얻었다라는 반성을 하게 됩니다. 제 경험에서 논문을 시작할 때 가장 시간을 투자해야 할 것은 왜 이 논문을 써야 하는 것인지, 즉 근원적 연구질문을 가장 쉬운 수준까지 고민해보라는 점입니다. 그리고 논문을 통해 많은 것을 이루려 하지 말고, 기존의 관련 학문에 내가 이 논문을 통해 보탤 수 있는 자그마하더라도 새로운 발견이 무엇인지를 깊게 고민해 보았으면 좋겠습니다. 이 두 가지를 자신이 납득할 수 있게 정리한다면, 좋은 논문을 쓰실 수 있을 거라 확신합니다.
출처 : 고려대학교 고파스 2024-04-29 10:17: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