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남녀대학농구리그] Come Back ! 반가운 부활. 정희원


                                                                                                                                                                                                                                                글 송승엽 기자

                                                                                                                            
                                                                              http://blog.naver.com/sportsku/220470096894

오랜 기다림이었다. 누구는 고개를 돌렸고 누구는 기어이 희망을 놓지 못했다.
그리고 그는 보란 듯 다시 일어났다. 정희원(체교13, F)이라는 이름이 새겨진 유니폼을 입고.



지난 9월 2일 열린 2015남녀대학농구 리그에서 고려대가 성균관대를 94-72로 꺾고 연승을 이어나갔다. 여기까지만 본다면 그저 고려대가 치른 수많은 게임 중 하나로 보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뚜껑을 열어보면 벤치를 달궜던 이호영(체교12, C)를 비롯, 유태민(체교15, G)-김한성(체교15, G), 유상준(체교15, G) 등 경기에 잘 나서지 못했던 신입생들이 대거 경기에 투입되었다.


이 경기에서 정희원은 풀타임에 가까운 시간을 소화했다. 신입생들이 대부분이었던 라인업에서 성숙한 모습을 보이며 팀을 이끌어나갔다. 자신이 필요한 부분이라면 슈팅이건 궂은 일이건 가리지 않고 시도했다. 18점 12리바운드. 더블더블이라는 우수한 기록이 이를 확증한다. 오늘 경기에서 본 그는 마치 ‘블루 워커’라는 바탕에 ‘득점’이라는 색을 덧칠한, 새로운 스타일의 농구를 펼치는 선수를 보는 듯 했다.


경기가 끝난 후 만난 그는 다소 지쳐보였다. 그러나 입가에는 기쁨의 웃음이 가시지 않았다. 몸 컨디션을 묻는 질문엔 “ 80~90%정도 올라온 것 같습니다. 다만 슛 감이 아직 완전하게 회복되지 않은 것은 아쉬운 부분인 것 같습니다.”라는 자체 평가를 했다.


용산고 시절 그는 알아주는 스코어러였다. 국내에서 주목받는 유망주임을 간접적으로 증명하는 청소년 대표까지 거친 그에게 고려대 입학은 날개를 달아줄 좋은 한수로 보였다. 그러나 입학 후 그에게 다가온 것은 부상이라는 악재였다. 강상재(체교13, F)와 최성모(체교13, G). 이종현(체교13, C) 등 동기들이 코트에서 주목받을 때 그는 벤치에 앉아 공을 만지며 그들을 바라볼 수 밖에 없었다.


차분히 때를 기다린 그에게 드디어 기회가 왔다. 이민형(체육84)감독이 그에게 기회를 주기 시작한 것이다. ‘고려대 완전체’가 모인 MBC배부터 프로-아마 최강전까지 그는 컨디션을 서서히 회복하며 부활의 기틀을 다져나갔다. 우선 아주 사소한 역할에도 온 힘을 다해 임했다. 궂은 일과 에이스를 막는 수비는 모두 그의 몫이였다.


팀 동료들이 화려한 공격을 성공시키며 관중들의 주목을 받을 때 그는 골밑과 외곽을 넘나들며 볼을 배급. 그 공격의 토대를 쌓았다. 그리고 그런 노력은 경기에서 빛을 발했다. 팀이 위기에 처했을 때는 항상 그의 손에 볼이 들려 있었다. 그의 말처럼 많은 휴식을 가졌음에도 불구. 과감히 그를 기용한 이민형 감독에게 감사하다는 말로 운을 떼던 그는 “ 이런 기회를 주신 것에 대해 보답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더 열심히 노력해야 하는데 아직은 노력을 하는 만큼 성과가 나오지 않아 아쉬운 부분이 있다”라는 겸손의 말을 남겼다.


그렇다면 오늘 경기는 어떻게 평가하고 있을까. 우선 그는 많은 득점을 올린 것에 대해 “많은 교체가 있었던 경기였다. 저는 그 중에서도 많은 출전시간을 부여받았고, 그래서 그에 걸맞는 경기를 펼칠 수 있었다. 이 활약이 그동안 감독님이 보내주신 믿음에 대한 저의 응답이었던 것 같아 기쁘다”라며 성숙한 모습을 보였다.


그에게 이번 정기전에 임하는 마음가짐을 물었다. “ 어떻게 본다면 저는 첫 번째 정기전을 치르는 것과 같아요. 재활과 부상 때문에 전에 열렸던 정기전에 참가하지 못했죠. 그래서 출전에 대한 간절함이 더 큰 것 같아요. 경기에 나가고 싶다. 최대한 죽기 살기로 열심히 해서 뛰어보고 싶다 라는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또한 이번 정기전에서 승리하기 위해서는 3학년들의 활약이 뒷받침되어야 할 것 같다는 코멘트에는 “동의합니다. 다행히 동기들이 정말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 있어서 기뻐요. 저 또한 좀 더 열심히 해서 동기들과 함께 기쁨을 나누고 싶습니다.”라며 굳은 마음가짐을 내비쳤다.


부활의 신호탄을 알린 정희원. 마지막으로 그에게 후반기 리그에 임하면서 중점을 두고 있는 것들에 대해 물었다. 그는 “일단 공격보다는 수비에 치중하고 싶어요. 수비를 잘 하는 선수로 기억되고 싶어요. 그리고 지금 (이)종현이가 빠져있는 관계로 팀의 리바운드가 많이 약해진 것 같아요. 여기에서 리바운드를 잡아주는 것이 바로 제가 해야 할 역할이라고 생각합니다. 오늘 경기를 되돌아보면 그런 부분에서는 괜찮았던 것 같습니다. 그러나 아직은 만족할 상황이 아닌 것 같아요. 아직은 좀 부족하지 않나. 그런 생각을 합니다. 그래서 그런 (박스 아웃)부분을 좀 더 열심히 연습해서 앞으로 있을 정기전과 후반기 리그, 대회에서도 경기를 잘 해나가고 싶습니다. ”


애플을 이끌던 ‘괴짜’이자 ‘천재’. 고(故) 스티브 잡스는 생전 이러한 말을 남겼다. '품질이 물량보다 중요하다. 한 번의 홈런이 2루타보다 낫다‘. 정희원은 오늘 경기에서 그가 그토록 원하던 ’부활‘이라는 홈런을 쏘았다. 분명히 그의 재능은 지속적으로 경기에 나서던 그 어느 선수에 비해서도 절대 뒤떨어지지 않는다. 다음 경기에서 그가 쳐낼 타격이 2루타일지 아니면 다시 홈런일지 아무도 모른다. 그러나 이것 하나만은 확실하다. 그는 오랜 시간 부재에 쌓인 불신이라는 ‘먼지’를 ‘실력’이라는 빗자루로 털어낼 수 있는 선수다. 이 경기를 통해 그가 자신감을 되찾고 지속적인 활약을 이어나가길 기대해본다.  
출처 : 고려대학교 고파스 2024-04-29 10:49: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