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전공학부 학생회가 추진 중이던 자전선도장학금 사업이 잠정 보류됐다. 직전 자유전공학부장이었던 김기창 교수가 장학금 모금 과정에 문제점이 있다며 장학금 사업에 학부 명의를 내줄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기 때문이다. 자전선도장학금 사업은 자유전공학부 학생회가 ‘학생이 학생에게 주는 장학금’ 마련을 모토(motto)로 진행해왔다.

김기창 전 자유전공학부장은 학생들이 직접 장학금을 마련하겠다는 학생회의 취지엔 공감하지만, 모금의 자율성과 수혜자의 심적 부담감 등을 간과할 수는 없다는 입장이다. 김기창 전 학부장은 “재학생이 돈을 모으는 것은 졸업생이 모금하는 것과는 여러 면에서 차이가 있다”며 “자율성이 침해되고 수혜자 입장이 곤란한 상황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윤재왕 전 자유전공학부 주임교수도 “기금 운용의 투명성과 지급대상자 선정 과정에서도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송우근 자유전공학부 회장은 “모금이 강제적이지 않았으며 수혜자 선정 과정 역시 학교 측에 위임할 수 있다”고 말했다. 송우근 회장은 “자전 소속의 장학생을 기부자로 우선 섭외 요청했지만 동참한 인원이 50%가 되지 않는 만큼 모금이 자율적으로 이뤄졌다고 생각한다”며 “대외협력처를 통해 학교 측이 장학금 지급대상자를 선정하고 지급 절차를 담당하면 투명성 역시 보장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학교 외부 집단의 이름으로 장학금을 제공하는 것도 고려했지만, 이는 자전 내부에서 장학금을 마련한다는 취지가 퇴색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일부 서약자들은 기금 모금에 강제성이 있었다고 주장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서약자는 “학생회 집행부가 자전선도장학금 서약서 앞으로 끌고 갔다”며 “좋은 일인데 하지 않는 것은 눈치가 보여 어쩔 수 없이 하게 됐다”고 말했다. 또 다른 서약자는 “서약하고 나중에 안 한다고 하면 취소할 수 있으니 일단 하라고 했다”고 말했다. 이에 송우근 회장은 “강압적으로 모금하거나 서약서 서명을 받으려는 의도가 전혀 아니었다”며 “자율성을 해칠 수도 있다는 의견을 받아들여 외부 캠페인이나 개별 연락도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자유전공학부 행정실 측은 대외협력처로 계정을 신설하도록 요청하는 학생회의 공문발송 요구를 거부했다. 이재몽 자유전공학부 행정실 차장은 “이제 행정실은 관여하지 않는다는 입장”이라며 “지금 상황으론 학교의 지원 없이 학생들끼리 자체적으로 진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송우근 회장은 “학생들이 심사하는 방식으로 무리하게 진행할 수도 있겠지만, 가정형편이 어려운 친구들이 학생들에게 노출되면 안 되기에 그럴 순 없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새로운 학부장과 이 사업에 대해 재논의해볼 생각”이라고 밝혔다.


<b>김진철 기자  steel@kukey.com</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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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고려대학교 고파스 2024-05-14 21:50: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