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4년 정기 고연전 축구경기 전반 34분, 팽팽하게 공격을 주고받던 0대0 상황. 페널티박스 안에서 공을 보고 쇄도하던 이정훈(사범대 체교11, FW) 선수를 이수정(연세대 스포츠레저12, DF) 선수가 잡아챘다. 심판은 휘슬을 불었고, 고려대의 페널티킥이 선언됐다. 공을 찰 준비를 하는 허용준(사범대 체교12, FW) 선수 앞으로 황한준(연세대 체교11, GK) 골키퍼가 다가섰다. 골키퍼는 키커에게 다가가 눈을 마주치며 웃었고 몸을 위협적으로 부풀렸다. 허용준 선수는 골키퍼는 안중에도 없다는 듯 공을 천천히 바닥에 놓았다. 그는 연습한 대로 침착하게 골을 성공시켰고, 그 골은 결승골이 됐다.



80% 성공률의 심리싸움

페널티킥이 선언되면 키커는 골라인 중앙에서 약 11m 떨어진 곳에서 공을 찬다. 키커가 찬 공이 골라인을 넘는 데 걸리는 시간은 0.4초, 골키퍼가 공의 방향을 판단하고 몸을 날리는 데 걸리는 시간은 0.6초다. 따라서 이론상 골키퍼는 키커의 공을 막을 수 없다. 하지만 실제 경기에서 페널티킥 성공률은 70~80%밖에 되지 않는다. 페널티킥을 실패하는 가장 큰 이유는 키커가 심리적 압박감을 견디지 못했거나, 골키퍼와의 심리싸움에서 패했기 때문이다. 실제 A매치 경기에서 페널티킥이 선언됐을 때, 골키퍼가 키커에게 귓속말을 하거나 눈을 마주치려 하는 장면을 많이 볼 수 있다. 극도의 심리싸움에서 누가 승리하느냐, 그것이 골의 성패를 좌우한다.



키커의 도박, 파넨카 킥

파넨카 킥(Panenka kick)은 골키퍼가 방향을 예측하고 몸을 날리는 것을 역이용하는 킥이다. 키커는 공을 강하게 차는 척 하다가 순간적으로 발의 힘을 빼고 가운데로 툭 차 넣는다. 파넨카 킥은 1976년 UEFA 유로 결승 승부차기에서 체코슬로바키아의 안토닌 파넨카(Antonin Panenka)가 처음 시도한 것을 계기로 이름 붙여졌다. 골키퍼에게 파넨카 킥은 무례할 만큼 굴욕적이다. 이미 한 쪽 방향으로 몸을 날린 골키퍼는 천천히 날아오는 공을 바라볼 수밖에 없다. 때문에 파넨카 킥을 성공한 팀은 상대편의 기를 확실히 죽일 수 있다. 하지만 골키퍼를 제대로 속이지 못하거나 킥이 너무 약할 경우 오히려 어이없게 실패할 가능성도 있다. 즉, 파넨카 킥은 키커에게 양날의 검인 셈인데, 웬만한 강심장이 아니면 시도하기 힘들다.



심리적 압박을 털어내는 루틴

심리적 압박을 이겨내기 위해 운동선수들은 자신만의 루틴(routine)을 만든다. 스포츠 심리학에서 루틴이란 ‘선수들이 최상의 운동수행을 발휘하는 데 필요한 이상적인 상태를 갖추기 위해 자신만의 고유한 동작이나 절차를 가지는 것’을 의미한다. 호날두가 프리킥을 차기 전 뒤로 다섯 발자국 물러선 뒤 심호흡을 하는 동작이 축구에서 가장 유명한 루틴이다. 루틴을 정하게 되면 자신이 어느 정도 상황을 통제한다고 느끼기에 심리적으로 안정감을 찾을 수 있다. 2014년 정기 고연전 축구 경기에서 페널티킥을 성공시킨 허용준 선수는 “항상 페널티킥을 차기 전, 볼을 신중하게 세운 뒤 디딤발을 한 번 눌러주고, 뒤로 여섯 발을 간 뒤 왼발이 앞으로 향해 있도록 선다”며 “14년 고연전 당시에도 이 루틴 동작을 해 심리적으로 안정이 됐다”고 말했다.


이준 기자  june@kukey.com


출처 : 고려대학교 고파스 2024-04-30 05:15: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