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탈핵 가능하다

김익중 탈핵에너지 교수모임 공동대표, “한국탈핵” 저자, 동국의대 교수


3년 전 후쿠시마에서는 전대미문의 핵사고가 발생하였다. 이 사고로 일본 국토의 약 70%가 방사능 물질로 오염되었고, 북태평양의 오염이 진행중이다. 국토의 오염은 곧바로 밥상의 오염을 의미한다. 일본에서는 방사능에 오염되지 않은 식재료를 찾기 어려울 정도가 되었으므로 일본인의 방사능 피폭은 피할 수 없게 된 것이다. 앞으로 일본에서 암, 유전병, 심장병의 증가는 불을 보듯 뻔한 일이 되었다.

이런 사태를 보면서 우리 국민은 원자력의 위험성을 제대로 인식하게 되었다. 최근의 여론조사에서도 원자력발전소에 대한 인식에 변화를 살펴볼 수 있게 된 것이다. 그러나 우리 국민은 이 핵사고의 확률을 제로로 줄이는 방법인 탈핵(사고 나기 전에 원전을 모두 없애는 것)의 가능성을 의심하고 있다. 한국이 탈핵으로 갈 수 있을까?

필자는 한국의 탈핵이 가능하다고 단언한다. 그렇게 판단하는 이유는 다음과 같다.


1. 전 세계 원전산업의 현황

우리나라는 현재까지 원전의 개수를 늘려왔고, 앞으로도 그럴 것으로 예측된다. 그래서 우리 국민들 대부분은 세계의 원전 개수도 증가하고 있을 것으로 짐작하고 있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지 않다. 세계 원전 개수는 1954년부터 시작하여 지속적으로 늘어났다. 1990년도에 450개 정도가 되었다. 그러나 이후 원전 개수는 전혀 증가하지 않았다. 즉, 25년간 그 개수를 유지만 해왔던 것이다. 한국, 중국, 인도 등 개도국이 원전을 지속적으로 건설하였지만 세계 원전개수는 그 자리에 있었던 것이다. 그 이유가 무엇일까?

바로 유럽 등 선진국들이 원전 개수를 꾸준히 줄여왔기 때문이다. 유럽은 지난 25년간 약 50개의 원전을 꾸준히 줄였다. 매년 2개씩 줄인 셈이다. 또한 미국 역시 지난 30년 간 한 개의 원전도 짓지 않았다. 그냥 100 여개의 원전을 유지하고 있었을 뿐이다. 이것은 유럽과 미국의 원전들이 모두 노후원전이 되었음을 의미한다. 다시 말해서 선진국의 원전개수는 앞으로 20년 내로 굉장히 빠른 속도로 줄어들 것이다.

다시 정리하자면 세계 원전산업은 25년 전부터 답보상태에 있었고, 그동안 선진국은 서서히 손을 빼고, 그 빈자리를 개도국들이 메꾸고 있었던 것이다. 이것은 원전산업이 세계적으로 사양산업이 되었음을 의미한다. 모든 사양산업들이 초기에 이런 “손바뀜” 현상이 있었다.


2.  원전의 대안

선진국들은 지난 25-30년간 꾸준히 원전을 줄여왔는데, 그렇다면 이들은 어디서 전기를 생산했을까? 바로 재생가능에너지로부터 전기를 생산하였다. 선진국들은 태양광, 풍력, 지열, 수력 등 자연에너지를 이용하여 엄청난 양의 전기를 생산하고 있다. 그리하여 현재 지구상 전기의 약 20%를 자연에너지(재생가능에너지)로부터 얻게 되었는데, 이는 전 세계 원전이 생산하는 전기의 약 2배에 해당한다. 게다가 이 재생가능에너지를 이용한 전기생산량은 현재도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다. 독일과 덴마아크 등의 경우에는 2050년까지 핵발전소 뿐 아니라 화력발전소까지 모두 없애고 모든 전기를 재생가능에너지로 충당한다는 계획을 진행시키고 있을 정도이다.

우리나라는 어떤가? 우리나라는 약 70%의 전기를 화력발전에서 생산하고 약 30%의 전기는 핵발전으로 생산하고 있다. 2012년 기준으로 재생가능 에너지를 이용한 전기는 0.4% 정도로 세계 꼴찌 수준이다. 세계평균 20%인데 우리나라는 0.4%라니, 놀라운 차이다. 이렇게 큰 차이가 나게 된 이유는 우리 정부의 “원자력과 화력 중심주의” 때문이었다. 매년 원자력 예산은 늘고있지만 재생가능 에너지 개발예산은 줄어들었다. 올해도 마찬가지로 줄어들었다. 또한 원자력에 대해서는 “경제적이다, 안전하다” 라고 선전하면서도 재생가능에너지에 대해서는 “비싸다, 전기가 별로 안나온다, 전기가 간헐적으로 나온다, 우리 현실에 맞지 않는다” 등의 부정적인 선전을 해왔다. 세계가 향하고 있는 방향과는 정 반대의 길을 걸어왔던 것이다.


3. 원전의 진짜 대안

현재 세계의 원전 개수는 서서히 줄어들고 있고, 앞으로 20년 내로 전세계 원전의 절반 이상인 250 여개가 폐쇄될 것으로 예상된다. 개도국이 아무리 노력한다 해도 20년 내로 250개의 원전을 짓지는 못할 것이다. 20년 후의 세계 원전 개수는 현재의 450개에서 150개 정도가 줄어든 300개 정도가 될 것으로 예측된다.  

세계가 이렇게 탈원전으로 향할 수 있었던 것이 단순히 재생가능에너지의 개발 때문이었을까? 그렇지 않다. 재생가능에너지보다 더 중요한 요인이 있었다. 그것은 바로 “수요관리”였다.

현재 대개의 선진국들은 전기사용이 증가하지 않고 있다. 오래전부터 수요관리를 해왔기 때문이다. 이렇게 전기사용이 증가하지 않는 것이 가능했던 이유는 전기절약 등 국민적인 노력도 있었지만, 더 큰 이유는 “에너지 효율화사업”에 투자했기 때문이었다. 건물의 열효율을 높여서 난방비를 줄이고, LED 등을 사용하여 조명비를 줄이고, 산업체에서 대형 모터 등의 효율을 높여서 전기수요를 줄이는 등의 노력을 기울인 것이다. 이러한 에너지 효율화 산업에 정부와 기업이 투자한 덕분에 전기수요가 줄어들면서도 국가 총생산은 성장하는 일이 가능했던 것이다. 이렇게 전기수요가 늘지 않거나 줄어들면 더 이상 발전소를 지을 필요도, 송전탑을 지을 필요도 없어진다.

이렇게 원전을 줄이고 있는 선진국에서는 전기수요관리가 철저히 이루어지고 있다. 전기수요가 증가하지 않는 상황에서 태양광, 풍력 등 재생가능에너지가 급격하게 늘어나다보니 화력발전과 원자력발전을 줄일 수 있는 여지가 발생한 것이다. 선진국들이 원자력을 줄일 수 있었던 이유가 바로 이러한 “수요관리”에 있었던 것이다. 필자는 바로 이것이 한국탈핵의 구체적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이미 탈원전으로 향하는 나라들의 뒤를　따라가야 하는 것이다.

정부나 핵산업계의 용역을 받은 연구자들이 쓴 에너지 정책에 관한 보고서를 살펴보면 모두 재생가능에너지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평가를 하면서 원전이 “필요악”임을 강조하고 있다. 대안이 없으니 당분간은 원전의 증설을 허가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필자는 이제 그러한 낯 뜨거운 연구는 그만했으면 한다. 이미 다른 나라들이 탈핵의 길을 걸어가고 있는데, 그런 길은 없다는 어처구니없는 결론을 내는 이런 연구는 연구자들의 낮은 자존심을 증명하고 있을 뿐이다.

한국탈핵은 가능하다. 그 방법은 세계적 추세를 따르면 된다. 이미 탈핵으로 정책을 바꾼 많은 나라들이 있지 않은가? 그들이 했던 성공적인 정책을 그냥 베끼면 되는 것이다. 그 정책은 첫째, 수요관리이고, 둘째, 재생가능에너지 개발이다.

핵산업계의 “원자력 필요악” 설과 “원자력 대안부재설”은 허구에 불과하다. 눈을 뜨고 세계 에너지 시장의 변화를 살펴봐야한다.

출처 : 고려대학교 고파스 2024-04-29 15:23:5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