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과 역사를 통해 본 동아시아
- 제5회 고려대.메이지대 국제학술회의

김보광(BK21PLUS 한국사사업단 연구교수)


  지난 9월 11일(목)과 12일(금), 이틀에 걸쳐 본교 한국학관 대강당과 대회의실에서는 대학원생이 중심이 된 국제학술행사가 열렸다. 본교의 BK21플러스 사업단인 한국사사업단 및 한국어문학사업단이 일본 메이지대학의 대학원 문학연구과와 공동으로 개최한 행사였다.

  ‘第5回 高麗大學校-明治大學 國際學術會議’란 이름의 이 행사는 ‘文學과 歷史를 통해 본 東亞細亞’라는 주제로 개최되었다. 5회째를 맞이하는 이 행사는, 원래 고려대 한문학과의 심경호 교수 지도의 대학원생과 일본 메이지대 일문학과의 대학원생 사이에 비공식적으로 이어져오던 교류 행사가 확대된 것이다. 애초 대학원생 교류를 목적으로 하다가 단순한 교류가 아니라 대학원생이 중심이 된 학술교류로 확대하자는 공감으로, 고려대의 국문학과와 한문학과, 한국사학과, 메이지대의 일문학과와 사학과의 대학원생이 중심이 된 학술교류회의로 확대하여 1년에 한 번씩 양교률 오가면서 개최하는 방식으로, 1년에 2회 개최되고 있다. 이번에는 행사 협의가 늦어져서 2학기가 막 시작한 9월 초에 열렸으나, 보통 여름방학과 겨울방학 중에 개최된다.

  이번 행사는 이틀에 걸쳐서 사학 분야와 문학 분야로 나뉘어 진행되었다. 10일인 첫째 날에 이루어진 사학분야의 경우 총 여섯 주제의 기조강연이 이루어졌다. 메이지대에서는 요시무라 타케히코(吉村武彦), 이시카와 히데시(石川日出地), 사사키 켄이치(佐々木憲一) 교수가 한중일 삼국의 고대사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제시하는 기조강연을 가졌으며 이외에도 카토 토모야스(加藤友康) 교수가 헤이안 시대의 기록문화에 대한 이해를 증진시킬 수 있는 강연을 진행하였다. 특히 사사키 교수는 ｢長野市 大室 고분군 발굴성과와 그 의의｣라는 제목의 강연을 통해 메이지대학이 현재 발굴하고 있는 일본 나가노시의 고분에 대한 소개를 하였는데, 고분 유형이나 말 관련 유적을 통해서 백제나 신라와 연결되지 않은 제3의 세력이 동해를 거쳐 나가노 지역에 문화를 직접 전파했을 가능성을 제시한 점은 매우 흥미로운 발견이었다. 한편 절강대의 백승호 교수는 고대 한중일 삼국의 해상항로를 地緣政治와의 연관성을 통해 분석한 결과를 언급하였는데, 그 동안 항로나 이용세력 중심으로 살펴왔던 것에 비해 항로의 기항지 및 배후지의 정치세력에 대한 탐구를 진행했다는 점에서 매우 신선한 시도였다. 고려대의 송양섭 교수는 조선후기 군역제의 변동을 향촌사회의 변동성과 관련하여 설명하였다. 기조강연 이후에 이루어진 발표는 고대 백제의 對新羅戰에 대한 발표를 비롯하여 조선 영조대 의례의 정비, 현대 북한 가정의 존재양태에 대한 분석 등 여러 주제를 중심으로 진행되었다. 해당 발표들은 각 주제가 갖는 시대적 다양성을 잘 보여주면서도, 동시에 한국과 일본, 중국을 포함하는 동아시아 세계를 배경으로 하는 공간적 상호연관성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양교 대학원생들의 문제의식에 내포된 공통성과 특이성을 동시에 확인할 수 있는 자리가 되었다. 또한 각 발표마다 양교 대학원생들이 토론에 참여, 좀 더 발전적인 이해를 도모하는 시간도 마련되었다.

  한편 둘째 날 문학 분야 역시 총 여섯 주제의 기조강연이 진행되었다. 메이지대에서는 고노시다카미쓰(神野志隆光), 우부카타 토모코(生方智子), 마키노 아츠시(牧野淳司) 교수가 『일본서기』, 『작은왕국』, 『개편교주결』을 중심으로 일본 문학의 해석과 그 의미부여에 대한 강연을 진행하였다. 고려대에서는 정우봉이 19세기 조선의 善書 간행을, 심경호가 조선의 그림과 시문을, 강헌국이 염상섭의 초기 소설을 주제로 심도 있는 강연을 통해 이번 학술교류에 큰 의미를 더하여 주었다. 문학 분야의 발표는 A, B 두 개조로 나누어 진행되었으며 총 스무 가지의 주제가 다양하게 다루어졌는데, 한국과 일본의 중세문학부터 현대문학에 이르는 다양한 작품에 대한 양국 연구자들의 이해가 돋보이는 자리였다. 뿐만 아니라 작품 속에 투영된 서구 문화의 이미지를 분석하는 등 앞으로의 한·일 양국의 문학 연구가 나아갈 방향성을 제시하는 자리가 되었다.

  특히 이번에는 공동주최라고 할 고려대와 메이지대 양교뿐만 아니라 백승호 교수(중국 절강대 역사학과)의 발표를 비롯해 현재 본교에 연수 중인 2명의 옥스퍼드대학, 캠브리지대학 박사과정에 있는 학생도 발표를 해, 이 행사가 비단 학교간 교류행사를 넘어 대학원생 중심의 국제회의로 성장해 갈 가능성도 보여주었다. 내년 2월에 도쿄에서 열릴 학술회의에 대한 기대를 높일 수 있었다.

  이번 행사의 일본측 인솔 교수 중 한 사람인 사사키 켄이치(佐々木憲一) 교수가 “양국의 학문적 접근 자세가 다르다는 점을 확인하고, 이를 좁혀나갈 좋은 기회”라고 언급한 대로, 한국과 일본의 미래 젋은 연구자들인 대학원생들의 학술적 교류가 의미 깊었던 행사였다.

출처 : 고려대학교 고파스 2024-04-29 06:55:4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