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원신문을 읽고]

신문에 없는 삶

생명과학대학 생명과학과 석박통합과정 박시훈



대학원 신문을 읽으며 들었던 몇 가지 의문과 평소에 하고 싶었던 말을 솔직하게 정리하여 본다. 학기 중에만 월간으로 출판되는 대학원 신문은 발행 주기와 구독자의 한계가 있다. 이런 의미에서 지난 9월호는 사회 전반 문제를 다루려는 시도는 좋았지만 월간지로서는 깊이가 얕고 자기광고적 기사들이 강하여 전단지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대부분의 기사들이  기자의 편집이 거세된 상태로 지면에 실려 있다고 생각되었으며 학술 동향의 경우 짧은 지면에 난해한 문장이 많아 이해하기 어려웠다. 쟁점기획은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전쟁이 시작된 이유도 설명을 해야 한다고 보며 우리나라의 반전운동은 병역문제와 관련하여 현실적인 문제가 있다. 실제로 본인은 며칠 전에 예비군을 다녀왔는데 예비군을 가지 않으면 수십만원의 벌금을 물고 다시 예비군 통지서를 받아야만 한다. (그렇다고 해서 전쟁에 찬성하지는 않는다.)

저자와의 대화에서 시인이 자신의 시를 평론가와 함께 풀어나간 부분은 개인적으로 처음 보는 구도여서 신선하다는 생각이 들었으나 결과적으로 심도 깊은 내용을 끌어내지는 못했다고 생각된다. 그리고 가치중립성은 신문의 정체성을 상징하는 중요한 요소인데 앞서 말했던 자기광고적 내용과 극좌편향적 꼭지들이 신문을 읽는데 피로감이 들게 하였다. 또한 이전부터 대학원 신문이 제기하던 문제들을 다음 호에서 더 이상 다루지 않는다는 점이 놀라웠다. 예로 환경 노동자 처우 문제는 4월호까지 다루던 문제였는데 어느 순간 사라졌다. 실험실을 청소하시는 아주머니 말씀으로는 파업한 날짜만큼 임금을 노동조합에서 지원해주고 토요일에는 모두 쉬기로 하였으며 결과적으로 잘 해결되었다고 한다. 아주머니들이 파업을 끝내기로 한 것에 대해 인터넷에서 자세한 내용을 찾아보았으나 관련된 기사는 찾을 수 없었다. 대학원 신문에서 이 문제를 책임지고 자세히 알려주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이다.

그리고 수료연구생 등록금 문제 역시 단발 기사로 그치고 말았는데 학교 측 방침과 대학원 총학생회 입장과 같은 것들도 전달할 수 있지 않았나하는 생각이 든다. 마지막으로 이공계 연구환경란은 실험하는 이공계 대학원생 입장에서 보았을 때 피상적이었다고 생각된다. 연구자의 실험결과 개입 문제는 실험의 재현가능성 문제와 관련하여 심도 깊게 다루어졌어야한다. 최근 문제 되었던 STEP cell 사태도 자기표절을 비롯하여 위의 문제가 관련되어 있고 심지어 자살한 연구자도 있다. 이제 대학원 수업에서 연구윤리과목이 필수로 지정되고 있고 인터넷의 발달로 논문을 읽은 실험자들이 실험을 재현한 뒤 빠르게 문제를 제기할 수 있다는 점, 그리고 리뷰 단계에서부터 다양한 시도가 이루어지고 있다는 점에서 연구윤리감시망이 확립되고 있다. 이후 기사는 보다 실험실 연구 환경에 대한 읽을거리로 채워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쓰고 보니 많은 불만이 있는 것 같지만 이러한 불만의 대부분은 대학원 신문에 대학원생이 없는 이상한 구조에 기인한다. 소수의 의견과 사회적 약자에 귀 기울이는 대학원 신문의 편집방향은 언제나 옳다고 믿는다. 그러나 우리의 목소리는 누가 들어줄 것인가? 이는 대학원 신문뿐 아니라 이 학교의 문제이기도 하다. 수천 명이 넘는 대학원생이 교정에 있는데 이들의 목소리는 너무 작고 희미하여 같은 대학원생에게조차 들리지 않는다. 누가 이 귀신같은 자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일 것인가? 그리고 우리는 도대체 무슨 말을 하고자 하는가? 내가 하고 싶은 말은 여기까지다. 부디 대학원 신문이 보이지도 들리지도 않는 이 작은 소리들을 담아주는 풍경(風磬)이 되었으면 한다.

출처 : 고려대학교 고파스 2024-04-29 14:11: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