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병철, 『투명사회』, 문학과지성사, 2014.

자유인가 통제인가

『피로사회』로 독일 사회에 큰 반향을 일으켰던 한병철 베를린 예술대학 교수의 신작 『투명사회』가 번역 출간되었다. 이 책은 오늘날 인터넷과 소셜 네크워크 등의 발달로 정보가 모두에게 동등하게 공개됨으로써 중요한 화두로 떠오르게 된 ‘투명성’에 대해 전복적인 성찰을 시도한다. 그는 투명사회의 본질을 ‘디지털 파놉티콘’이라는 말로 설명한다. 이 사회를 살아가고 있는 우리 모두가 자발적으로 자신을 노출하고 전시하며 새로운 통제 사회의 건설에 동참하고 있다는 것이다. 저자는 특히 우리가 그것을 ‘자유’라고 오해한다는 점을 지적한다. 우리는 과연 더 많은 자유를 얻은 것일까, 아니면 더 심각한 통제를 향해 스스로 들어가고 있는 것일까. 한번쯤 깊게 생각해 볼만한 문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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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처드 뮬러, 장종훈 역, 『대통령을 위한 에너지강의』, 살림, 2014.

후쿠시마의 원전은 우리에게 어떤 의미인가

이 책의 서문은 이렇게 시작한다. “사람들의 문제는 무식함이 아니라 잘못된 것을 너무나도 많이 알고 있다는 것이다.” 19세기의 코미디언인 조시빌링스가 한 말이지만 마크트웨인이 했다고 잘못 인용되고 있다는 덧붙임은 이 책의 방향성을 말해주는 듯하다. 출간되자마자 "후쿠시마 원전 사고와 멕시코만의 석유유출 사고는 생각보다 큰 사고가 아니었으며, 그 때문에 에너지 정책의 근간이 바뀔 필요는 없다.”라는 어구가 가장 많이 인용되면서 논란의 대상이 되고있다. 미국연방정부의 과학기술자문단이기도 한 저자는 많은 의문을 제기한다. 글의 흐름은 우리가 일상에서 당연하게 듣고 넘기는 것 하나하나를 꼬집어내어 그것이 진짜일까라는 질문을 통해 답을 하는 방식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잘못된 지식은 "언론의 기사와 기업체의 과장으로 인해 왜곡되는 문제들이다.”라고 덧붙여 설명하고 있다. 차세대 에너지망의 선두에 서있는 스마트 그리드로의 전환방법으로 변동가격(dynamic pricing)을 주장하고 있는데 더 많은 전력을 필요로 할때 더 높은 전기요금을 부과하라는 것이다. 이렇게 유동적인 요금부과 방법으로 스마트 계량기를 제시하면서 캘리포니아의 사례를 들고 있다. 뜨거운 감자인 에너지에 대해 이러한 문제풀이적 관점에서 바라본다면 많은 것을 얻을 수 있을 것이라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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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에티우스, 『철학의 위안』, 이세운 옮김, 필로소픽, 2014.

삶의 끝자리에서 철학이 우리에게 보내는 메세지

로마제국의 위대한 철학자이자 시인 보에티우스의 『철학의 위안』이 새롭게 번역되었다. 정의채 신부와 박병덕의 번역 이후 2000년대 들어 처음 출간된 라틴어 원전 번역본이다. 서로마를 통치하던 테오도리쿠스는 보에티우스에게 반역죄를 선고한다. 퀴프리아누스의 거짓 날조로 인해 억울하게 누명을 쓴 보에티우스는 재산을 몰수당하고 사형을 선고 받는다. 유배지에서 처형 날짜를 기다리던 보에티우스는 삶의 끝자리에서 지나간 생애를 되돌아보며 철학적 명상을 이어간다. 철학의 여신과 그가 나누는 아름다운 운문과 산문이 병렬적으로 배치된다. 단테는 『향연』에서 이 작품을 언급했으며 토마스 아퀴나스는 『신학대전』에서 보에티우스의 이 작품을 근거로 최고선을 설명하기도 했다. 거짓 가치들이 횡행하는 오늘날 우리가 붙잡아야 할 진정한 가치가 무엇인지에 대한 빛나는 명상들이 펼쳐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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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래, 『만조의 바다 위에서』, 나동하 역, 알에이치코리아.

고도의 자본주의적 디스토피아

<만조의 바다 위에서>는 한국계 미국인 이창래가 발표한 다섯 번째 작품이다. 이창래는 지금까지 발표한 단 네 권의 소설만으로 영미권의 주요한 노벨문학상 후보로 떠올랐다. 이 작품에서 가상의 미래 사회는 크게 세 지역으로 나뉘고, 지역에 따라서 계급이 나뉜다. 최상위 계급인 차터 사람들은 높은 담을 세워 자신들을 다른 계급들과 구분하고, 나머지 계급의 사람들은 차터 사람들의 지시에 따라서 일을 하고 안정감을 제공받는다. 이 작품은 미래를 그린 디스토피아 소설이지만 ‘발전된 테크놀로지’를 작품 전반에 내세우지 않고, 공고화된 계급 사회를 비틀어 그림으로써 자본주의 사회를 비판적으로 고찰한다.  

출처 : 고려대학교 고파스 2024-04-29 06:24:5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