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들의 반전운동, 군사주의에 대한 저항

여옥(전쟁없는세상 활동가)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폭격소식이 연일 계속되는 요즘이다. 미국의 지원, 모른척 침묵하는 국제사회 그리고 이스라엘과 세계 각국의 무기거래 등의 이유로 인해 각국 정부들은 이스라엘을 압박할 수 있는 힘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침묵으로 동조하고 있다. 그러나 수많은 시민들의 국경을 초월한 연대는 계속되고 있다. 전세계 곳곳에서는 팔레스타인 연대집회(Gaza Day of Rage)가 열렸다. 영국 런던에서는 15만명이 거리로 나와서 가자폭격을 중단하라고 외쳤고, 자신의 정부에게 이스라엘과의 무기거래를 중단하라고 요구했다. 영국과 호주의 활동가들은 이스라엘 무기회사 엘빗시스템(Elbit System)을 점거했고, BDS 캠페인(불매Boycott, 투자철회Divestment, 제재Sanction)은 전세계적으로 확산되고 있다. 2003년 이라크전쟁 당시 활발했던 대중적인 반전운동이 실제로 전쟁을 막지는 못했지만, 그 이후 반전운동은 ‘전쟁을 멈추라’는 구호를 넘어 더 다양해지고 더 구체적이고 직접적으로 전쟁을 유지하는 그룹을 압박하고 나서기 시작한 것이다.


이스라엘 내부에서 군사주의와 싸우는 시민들

이스라엘 사람들의 대부분은 팔레스타인 공격을 찬성하고, 심지어 언덕에 올라 팔레스타인에 폭탄이 떨어지는 것을 구경하며 환호하는 모습이 알려지면서 이스라엘을 우리와는 다른 “악마”로 묘사하곤 한다. 이스라엘 정부가 점령과 폭격을 계속할 수 있는 것은 그들을 지지하고 그 명령에 따르는 사람들이 있고, 그것을 자연스레 받아들이게 하는 군사주의가 뿌리깊게 자리잡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보이는 이것만이 전부는 아니다. 이스라엘 내부에서 군사주의와 싸우며 팔레스타인 점령에 반대하는 활동을 하는 사람들이 있다. 징집연령이 된 이스라엘인 130여명은 총리에게 “점령을 정당화하고, 이스라엘 사회를 더욱 폭력적으로 만드는 군대에 들어가지 않겠다”는 내용의 편지를 보냈다. 가자지구 공격작전을 위해 다시 소집되는 예비군 중 일부도 병역거부를 선언을 했다. 최근에 병역거부를 선언한 우디 세갈(Udi Segal)은 가자 공습이 한창이던 7월 말 군 교도소에 수감되었다. 20일 후 풀려난 그는 “나는 내가 택한 길이 당장 점령을 멈출 수 없다는 것을 안다. 하지만 사람들이 나의 병역거부를 보고 군에 입대하기 전에 다시한번 생각해볼 수 있기를 바란다. 만약 이미 군 복무 중인 사람이라면 가자Gaza에 있는 사람을 죽이게될 버튼을 누르기 전에 한번더 생각해보기를 바란다.”라고 말했다.

병역거부가 지금 전쟁을 당장 멈출 수는 없다 하더라도, 팔레스타인의 민간인을 공격하라는 부당하고 잘못된 명령을 거부하거나 동참하지 않는 행동은 징병제 하에서 군대에 동원될 사람들에게 전쟁의 문제점을 직접적으로 알린다. 악마처럼 비치는 사회 그 내부에서 끊임없이 저항하고 거부하며 군사주의에 균열을 내는 이스라엘의 병역거부자들과 평화활동가들은 실제로 여러 폭력과 물리적이고 신체적인 위협 속에서도 활동을 꾸준히 이어가고 있다. 결국엔 우리와 같은 생각을 하고 있는 이 사람들이 언젠간 이스라엘 정부가 벌이는 학살과 그 학살을 가능케하는 내부의 지지를 바꾸어 낼 수 있을 거라 믿는다. 그래서 이들과의 연대는 이스라엘 사회의 변화가능성에 희망을 가지게 하기 때문에 반전운동에서 매우 중요하다.

전쟁은 저절로 또는 우연히 일어나는 것이 아니다. 꾸준히 준비되고 또 연습하기 때문에 일어난다. 우리 일상 속에는 수많은 전쟁의 원인들이 내재되어 있고, 만연한 군사주의 속에서 군사적이고 폭력적인 방법 외에 다른 방식의 해결에 대한 상상력은 사라져버렸다. 학교에서 안보교육이라는 이름으로 적에 대한 적대감을 배우고, 끊임없이 적을 만들어내며 대규모 군사기지를 건설하고, 일상적인 군사훈련이 이상하지 않다. 그런 지점에서 한국과 이스라엘은 다르지 않다. 반전운동은 전쟁을 일으키는 다양한 원인을 우리 일상과 사회구조에서 없애려는 노력과 활동이라고 한다면, 한국에서 병역거부를 포함해 군사주의에 대한 저항을 이어가는 사람들과의 연대 역시 필요하다.
출처 : 고려대학교 고파스 2024-04-29 08:30: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