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재가드 장태빈, 무딘 고려대를 깨우다

글 우윤의 기자

사진 이영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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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도고 재학 시절 장태빈(체교15, G)은 송도고가 배출했던 천재　가드들의 명성을 뒤이을 자원으로 기대받았다. 하지만 장태빈의 고려대학교(이하 고려대) 저학년 시절은 쟁쟁한 선배 가드들에 밀려 많은 출전기회를 잡지 못하면서 아쉬운 모습을 보였다. 올해도 들쭉날쭉한 출전기회 탓에 인상적인 모습을 보이기가 쉽지 않았다. 2일 명지대학교(이하 명지대)와의 경기에서 장태빈은 그간의 아쉬움을 떨쳐버릴 만큼의 좋은 활약으로 팀 승리의 가장 중요한 조각이 되었다.

명지대전에서 예상과는 달리 초반 어려운 시합을 하였다. 0-12로 시작해, 1점이 뒤진 채로 1쿼터를 마쳤다. “오랜만에 경기라 초반에 형들 몸이 좀 무거워 보였어요. 그래서 벤치에서 봤을 때 속공이 안 되고 있다고 생각했어요.” 장태빈의 말대로 경기 초반 선수들의 몸은 무거워 보였고, 세밀한 부분에서도 아쉬움을 남겼다. 2쿼터부터 김낙현(체교14, G)의 원맨쇼로 고려대가 10점 이상의 리드를 잡았고 내외각 및 제공권에서 우위를 점하며 좋은 모습을 보였다. 그 과정에서 장태빈은 팀의 중심으로 거듭났다. “감독님이 평소에도 가드니까 속공 많이 하고 게임을 휘젓는 역할을 주문하셨어요. 그래서 경기에 투입되면 속공을 활기차게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장태빈은 벤치의 기대에 100% 부응하는 모습을 보이며 고려대의 공격을 이끌었다.

장태빈이 이날 빛난 부분은 평소 강점이 있던 트렌지션게임 뿐만이 아니었다. 장태빈은 이날 4개의 3점슛 시도 중 3개나 성공하며 슛에 약점이 있다는 편견을 깨버렸다. 장태빈은 “슛은 자신감도 중요하겠지만 80%는 노력이라고 생각해서 일요일에 운동 쉴 때도 개인적으로 후배들과 계속 슛 개수를 늘려가면서 연습하다보니까 시합에서도 잘 들어가는 거 같아요.”라며 오늘 3점슛의 성공이 요행이 아닌, 고된 노력의 결과임을 강조했다. 장태빈은 23분의 출전 시간 동안 17점 4어시스트를 기록하며 팀의 완승까지 이루었다. “우선 후반기 시작하기 전에 팀원끼리 몸 상태를 끌어올리려고 고등학교 팀들이랑 연습게임을 많이 했는데, 감독님이 기회를 많이 주셨고 플레이도 자신 있게 했는데 그게 오늘 잘 이어져서 개인적으로도 만족스럽고 팀으로도 만족스러운 게임이었어요.” 경기가 끝난 후 만난 장태빈은 오늘 경기의 내용과 결과 모두 만족한다는 말을 남겼다.

장태빈의 명지대전의 활약과는 별개로 고려대에는 김낙현, 최성원(체교14, G), 김진영(체교17, G)등 기량 좋은 가드들이 많아 장태빈의 주전경쟁은 현재진행형인 상황. 장태빈은 “(김)낙현이형은 자타가 공인하는 최고의 가드이다 보니까, 연습 때 배우는 것도 많아요. (최)성원이형도 마찬가지입니다. (김)진영이는 신체 능력이 좋다 보니까 속공하는 게 굉장히 좋은 거 같아요. 경쟁이라면 경쟁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경쟁이라 생각하기보다는 각자 개개인마다 장점이 다르니까 앞으로 경기할 때 장점이 좀 더 두드러지게 플레이한다면 다들 더 좋은 모습을 보여줄 거 같아요.”라며 팀 내에서의 경쟁이라 생각하기보다는 각자가 더 좋은 모습을 보여 팀에 도움이 되겠다는 말을 전했다.

대학리그에서 남은 경기는 7경기. 6월 22일 예정된 중앙대학교(이하 중앙대)와의 경기가 선두 수성의 중요한 경기가 될 전망. 장태빈은 “중앙대에 초점을 맞추기보다는 팀마다 최선을 다할 예정이고, 물론 중앙대도 강한 팀이지만 중앙대가 신입생 위주로 플레이를 하다 보니까 우리 팀이 경험적인 면에서 나은 거 같아요. 4학년 형들도 있고 (박)준영이 (박)정현이도 있으므로 저희가 조금 더 집중하고 준비를 잘한다면 중앙대와도 쉬운 게임을 할 수 있을 거 같아요.” 라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또한 “부상 없이 시즌을 잘 마무리하고 싶고 정규리그와 통합우승, MBC배, 정기전 모조리 다 우승하고 싶습니다. 또 개인적으로는 연세대학교와 남은 경기까지 다 이기고 싶습니다.”라며 올 시즌의 목표에 관해 얘기해나갔다. 장태빈이 올 시즌의 목표를 모두 이룰지, 그 끝에 장태빈이 얼마나 성장해 있을지, 그 귀추가 주목된다.

인터뷰가 말미, 장태빈은 꼭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며 말을 이었다. “한 가지 더 말하고 싶은 게 있어요. 제가 하고 있는 암슬리브가 이종현 선수가 선물해 준거에요. 제가 요즘 좀 힘들 때 저도 모르게 (이)종현이형한테 연락을 했는데, (이)종현이형이 조언도 많이 해주고 저에게는 큰 힘이 되어서요. 감사하다는 말을 하고 싶어요.” 최근 몇 년간 대학 무대에서 고려대의 독주가 계속되고 있다. 그러기에 선수들 사이에서 주전경쟁을 이겨내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니다. 또 단순히 훌륭한 선수들이 모인 것만으로 이런 왕조가 만들어진 것은 아니다. 이런 선후배 사이의 끈끈한 정이 고려대를 하나로 만들고 농구의 정상에 오르게 한 원동력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