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인터뷰> 이창근 금속노조 쌍용자치부 정책기획실장



쌍용차 문제가 우리의 삶에 던지는 질문



  이야기는 2009년 쌍용차가 2,646명의 노동자들을 대상으로 하는 정리해고안을 내놓으면서 시작된다. 이에 맞선 노동자들의 77일 공장 점거 파업으로 시작된 싸움은 26명 노동자와 그 가족들의 생을 앗아갔고, 남은 이들에게는 47억원의 손해배상금을 요구했다. 그리고 지난해 11월 대법원은 ‘정리해고 무효’라는, 그해 2월의 원심을 완전히 뒤엎었다. 긴박한 경영상의 문제로 해고가 불가피했다는 판단을 내린 것이었다.  
  이에 불복하여 70m 높이의 굴뚝에 오른 이가 있다. 쌍용차 해고노동자들의 싸움이 시작된 지 7년 만의 일이었다. 본지는 세 달 가까이 경기도 평택 쌍용자동차 공장의 굴뚝 위 폭 1미터 남짓한 좁은 공간에서 투쟁을 이어나가고 있는 이창근 금속노조 쌍용자치부 정책기획실장과 전화 인터뷰를 진행했다. 그곳에서의 생활은 어떨까. “1인용 텐트 속에서 김정욱 사무국장과 함께 지내고 있습니다. 고공이라 무거운 바람이 많이 붑니다. 벌써 많은 시간이 흐르다보니 무엇보다 물리적인 체력의 한계를 느낍니다. 가족들이 그립고, 또 사람들이 그립지만, 이런 마음이 커지면 안 된다고 스스로 다잡고 있습니다.” 수화기 너머로 들리는 목소리는 담담했다.



하루숙박료 50만 원짜리 텐트
  
지난 2월 9일 수원지법은 굴뚝 농성을 하고 있는 김정욱 사무국장과 이창근 실장을 상대로 쌍용차에서 낸 ‘퇴거 단행 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였다. 이에 따라 2월 19일까지 농성을 풀지 않으면 20일부터 한 명당 하루 50만원씩의 간접강제금을 징수하겠다고 했다. 이에 대한 입장을 물었다.
  “사측에서 일방적으로 요청한 것을 법원이 받아준 결정입니다. 안 내려가는 것이 아니라 못 내려가는 것인데, 이러한 결정에 대해 안타깝게 생각합니다. 사태가 해결되기 전까지는 내려갈 수 없습니다. 나도 내려가고 싶지요. 그런데 내려갈 수가 있겠습니까? 제가 내려가서 가족들의 얼굴을 볼 수 있겠습니까? 지난 7년 동안 거리가 좋아서 거리 위에 있었던 것이 아닙니다. 지금 여기에서 내려가면 또 거리로 나갈 수밖에 없습니다.”
  그는 쌍용차 문제가 이처럼 장기화된 이유에 대해 절박함의 온도차와 그로부터 연유한 무자비한 폭력을 들었다. “이 사안을 절박하게 보지 않았던 사람들이 더 많았다고 생각합니다. 우리는 정말 절박했는데, 권력을 가진 사람들과 사측은 우리만큼 절박함을 느끼지 못했던 것이죠. 절박함을 체감하지 못한 사람들이 약간 더 우세했던 것이 여기까지 왔습니다. 2009년에 벌어졌던 진압은 너무나도 폭력적이었습니다. 그러한 폭력이 투쟁의 복원력까지 말살시킨 셈입니다. 말하자면 투쟁의 아킬레스건을 끊어 놓았던 폭력이랄까요.”



투쟁의 기록, 기록이라는 투쟁

  이창근 실장은 7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끊임없이 투쟁을 기록해왔다. 최근 발간된 󰡔이창근의 해고일기󰡕는 4년 간 그가 쓴 칼럼을 묶어낸 칼럼집이다. “말이 상대에게 가닿지를 않는 상황에서 온전히 맨몸뚱이의 언어로 말하고 싶었습니다. 그때 내가 써내려간 말들은 손에 잡히는 대로 던지던 나의 무기였습니다. 그것이 해고일기를 미친 듯이 써 내려갔던 이유였던 것이죠. 복직이 되면 출간해볼 생각이었지만 이렇게 책이 나오게 되었네요.”
  지난 7년의 투쟁을 돌아보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일을 물었다. “오랜 시간이었기 때문에 여러 가지 일들이 너무나도 많았습니다. 그래도 가장 가슴 아팠던 기억을 꼽자면 열세 번째 희생자인 임무창에 관한 것입니다.” 2011년 2월 26일 심근경색으로 생을 마감한 쌍용차 무급자 임무창 씨는 이미 2010년 4월에 그의 아내를 잃었다. 남편이 생계를 위해 막노동하러 나갔을 때 아파트에서 투신자살했던 것이다. 임무창 씨는 남겨진 두 아이를 보살피며 지내다가 끝내 잠에서 깨어나지 못했다. 이창근 실장은 글에서 그의 죽음을 여러 번 언급하며 “남겨진 아이는 둘, 통장 잔고는 4만원이었다.”고 적었다. 그의 죽음은 이창근 실장의 마음에 깊은 슬픔을 안겨줬을 뿐만 아니라 투쟁의 동력을 제공했다. 쌍용차를 잊고 있었던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였다. 연대의 불씨를 당긴 것이다.




배제된 자들의 입장 이해하려는 노력 필요해

  이창근 실장은 쌍용차 문제가 하루빨리 해결되기만을 바랄 뿐이라고 덧붙였다. “여기서의 1분 1초가 공포이며 고통입니다. 이 시간에서 하루라도 빨리 탈출하여 다른 시간 위에 서고 싶습니다. 뒤틀리고 엉킨 것들을 반듯하게 풀어내, 문제가 해결되는 것을 보고 싶습니다. 복직은 이제 작은 문제에 불과합니다. 우리의 문제에서 출발하여, 인간에 대해 우리 사회가 취하고 있는 태도가 더 나아지길 바랍니다. 이 문제가 발생하고 해결되는 과정에서 우리 사회가 품었던 질문들이 모두에게 공유되기를 바랍니다. 투쟁 이후에는 그 질문들이 우리 사회의 몫으로 남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후회하기는 아직 이릅니다. 후회는 투쟁 이후로 남겨놓고 싶습니다.”
  마지막으로 그의 투쟁을 바라 볼 대학원생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을 물었다. “세상을 동그란 구에 비유할 수 있다면, 하나의 시각으로는 그것은 온전하게 파악될 수 없습니다. 하나의 시각으로는 구의 이면과 측면까지 볼 수 없기 때문이죠. 여러 시각들이 있을 것이고, 대학원생들만이 볼 수 있는 시각도 존재할 것입니다. 각각의 입장이 모두 다르고 시각도 모두 다를 수밖에 없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자신과는 다른 입장에서 바라볼 수 있는 감각을 체화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주류에서 배제된 자들의 시각에서 바라보고자 할 때 구가 가진 다채로운 각들이 보일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러한 시각을 체화하려는 노력, 장외 투쟁에 연대하고 공감하려는 시도를 단순한 진보적 악세사리로 취급할 것이 아니라, 세상을 제대로 이해하고 살아가기 위한 방법으로 인식해야 합니다. 다양한 학문 분야의 전문가들이 이러한 비주류의 감각을 일깨우고 고민의 축들을 다양하게 세워서 사회의 갈등을 해결하고 공감을 이끌어내는 것에 기여하기를 바랍니다.”





■ 인터뷰: 신아현, 최은혜 기자
■ 정리: 최은혜 기자

출처 : 고려대학교 고파스 2024-05-04 01:42: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