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 시간 기승을 부리던 늦더위도 이제는 지쳤는지, 아니면 어느덧 9월이 왔다는 것을 알리는 것인지 어느새 바람은 꽤나 선선해졌습니다. 또한 개강을 맞은 학교는, 아니다를까 그 화려한 활기참에 가득 차 있는 것 같습니다. 방학 동안 만나지 못했던 여러 친구, 선후배들과의 만남은 많은 학우들에게 큰 기쁨이 아닐까 하는데요. 언제나 그렇듯이, 새로운 시작이라는 것은 왕성한 에너지를 동반하는 것은 아닌가 생각해 봅니다.
 
개강으로 인해 분주해진 학교 분위기와는 별개로 방학동안 우리에게는 참 많은 일이 있었습니다. 대선을 앞두고 각 당에서는 당내 경선을 치른다고 난리법석을 떨었는가 하면, 아프간에 피랍되었던 이들이 41일 만에 풀려나 고국으로 돌아오기도 했습니다. 또한 사회적으로는 도급 택시의 문제점과 위험성이 부각되면서 많은 이들에게 불안감을 심어주었습니다.
 
그 와중에 우리 대학생이라면 조금은 더 관심을 가지고 지켜봤을 만한 일이 있다면 바로 '학력위조' 파문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신정아씨로 시작된 '학력위조' 파문은 마치 거대한 파도라도 된 듯 사회 곳곳을 휘몰아치며 집어삼키고 있는 듯합니다.

교수, 연예인, 문화 예술인 등 사회 각계각층에서 참 많은 이들이 이와 관련되어 언론에 오르내리면서 비판을 받고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이 비판을 조금은 신중히 혹은 조금은 다르게 바라봐야 하지 않나 생각합니다.
 
물론 학력을 위조했던 각 개인들의 삐뚤어진 욕망은 비판받아 마땅합니다. 하지만 과연 그 욕망을 태어나게 하고, 또한 그것을 현실화 할 수 있도록 원동력이 되어 준 것은 무엇일까요? 학벌을 중시하고, 그 학벌에 의한 인관관계를 중요시 하는 사회. 더 나아가서는 줄서기 관행. 어쩌면 우리 사회에 만연해 있던 학벌중시 풍토는 그들에게 학력위조가 아니면 이 사회에서 살아남을 수 없다는 위기감을 주었는지도 모릅니다.

학력을 위조했던 이들의 잘못은 용서받을 성질의 것이 아닐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단지 그들에게만 모든 잘못을 떠넘기는 것은 우리 사회의, 혹은 우리 모두의 잘못을 묵인하고 지나치려 하는 것은 아닐까요?

어쩌면 우리들도 이번 사건과 무관하다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대학생', '명문대'라는 간판은 이미 이 사회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명함을 지니고 있다고 볼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반대로 그렇기 때문에 대학생들만의, 혹은 대학생이기에 가능한 좀 더 건전한 비판이 가능하지 않을까요?
 
이미 학문의 상아탑이 아닌 취업 준비 학원이라고 불리는 대학이라고는 하지만, 아직은 때 묻지 않은, 그렇기에 가능할 수 있는 대학생들만의 건실한 고민과 비판을 기대해봅니다.  어쩌면 이러한 고민과 비판이 우리들을 좀 더 살찌우리라는 기대를 가지고 말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