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면 시론인터뷰

연구중심대학으로 변모하기 위한 체질개선

박정호 본교 대학원장

박정호 본교 전기전자전파공학부 교수는 현재까지 약 1년 반 정도의 기간 동안 일반대학원 대학원장직을 역임했다. 대학원 학사지원부에 따르면 박정호 원장의 예정된 임기는 약 3개월 뒤인 9월5일까지라 한다. 본지에서는 박정호 원장을 만나 지금까지 대학원장을 역임하면서 주력한 바와 남은 임기 동안 어디에 집중할 것인가에 대해 들어보았다.

먼저 대학원장으로서 취임 당시 어디에 주안점을 두고 있었는지 물었다. “고려대학교는 여전히 학부 중심 대학입니다. 교육의 기능에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그러나 앞으로는 연구중심대학으로 변화해야 합니다. 세계 대학평가에서 상위권에 랭크되는 대학들은 대부분 연구중심대학입니다. 체질을 바꾸지 않으면 고대는 상위권으로 진입할 수 없을 것입니다. 학부보다 대학원이 고려대학교의 중심이 되어야 합니다. 이러한 변화 과정에서 제가 대학원장이 되었습니다. 저는 기존의 관습을 개선하여, 고려대학교를 연구중심대학으로 변화시키는 것을 핵심과제로 삼고 대학원장으로서의 역할을 시작했습니다.”

학교가 제시한 자료에 따르면 고려대의 학부생 대비 대학원생 비율은 45%로 국내외 주요 연구중심대학(카이스트 60%, 포스텍 74%, 하버드 65%)보다 낮은 편이다. 연구중심대학으로 고려대학교의 체질을 개선하기 위해 박정호 원장은 1년 반 동안 구체적으로 어떤 일을 해왔을까? “핵심적으로 대학원의 정원운영 문제와 조교제도 개선, 이 두 가지 문제를 다루었습니다. 각 학과에는 고정된 정원이 있고, 이를 자신의 지분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수십 년 전에는 이처럼 티오를 고정시키는 방식이 적절했을지 모릅니다. 그러나 사회적 수요는 시대에 따라서 변합니다. 변화에 맞춰서 연구업적을 낼 수 있고 실적을 올릴 수 있는 곳에 우선적으로 정원을 배분하여, 대학원을 탄력적으로 운영해야 합니다. 탄력정원제를 도입하는 과정에서는 반대가 많았습니다. 정원이 줄어든 학과에서는 불평의 목소리가 나오기 마련입니다. 그러나 필요한 일입니다. 가령 최근에 각광받고 있는 융합 분야 등의 학과를 새로 신설하기 위해 기존에는 각 학과에서 한 명씩 일괄적으로 티오를 줄여왔습니다. 그러나 이런 접근보다는 사회적 수요에 따라 학과별 정원을 조정하는 것이 맞다고 봅니다.”

대학원생들은 자기 전공과 관련된 일을 해야 한다

“조교제도도 개선하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기존의 조교는 연구조교와 행정조교로 구분되어 있었습니다. 저는 대학원생이 행정일로 동원되는 것에 반대합니다. ‘행정’조교라는 명칭이 있다는 것 자체가 조교제도의 근본적인 개선이 필요하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대학원생은 연구활동이나 논문작성 등을 통해 전공과 관련된 경력을 쌓아야 합니다. 그렇지 않고 행정일에 대학원생들이 동원되는 것은 문제입니다. 연구조교와 수업조교는 있을 수 있겠지만 학교행정일은 학교에서 담당해야 합니다. 자기 전공과 관련된 분야의 경험을 할 수 있는 조교직은 좋습니다만, 사무실에 대학원생들이 앉아서 전공과 무관한 일을 하며 시간을 보내서는 안 됩니다.”

탄력정원제와 조교제도 재편 외에도 원장은 대학원의 발전을 위해 신입생 유치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대학원 지원자는 갈수록 적어지는 추세이고, 이에 대처하지 못하면 학생들의 수준도 떨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대학원의 경쟁력을 높이려면 우수한 학생들이 대학원에 들어와야 합니다. 우수한 학생을 유치하는 가장 확실한 길은 모교출신들이 대학원에 진학할 수 있도록 독려하는 것입니다. 이를 위해 학석사 과정이 연계될 수 있도록 지원하는 방안을 경영대학에서 시범적으로 운영했습니다. 또한 내년 2014년 1학기 입학생을 2013년 2학기 입학생들과 더불어서 미리 선발하는 조기 신입생 모집안도 마련했습니다. 뿐만 아니라 외국인 학생들 유치도 있습니다. 한국에서 장학금을 받는 외국인보다 자국에서 장학금을 받고 들어오는 외국인이 더 우수한 경우가 많습니다. 외국에서 국비 장학금을 받고 한국으로 온 유학생들이 고려대학교에 입학할 수 있도록 공을 들였습니다.” 신입생 유치에 공을 들이는 것은 학교로서 마땅히 해야할 일이겠으나, 재원은 한정돼 있으므로 장학금으로 신입생 유치를 유도할 경우 자연스레 현재 재학생들에게 돌아갈 수 있는 복지 혜택은 줄어들 수밖에 없다. 이에 대해 원장에게 물었다. “현안은 주로 대학원총학생회를 통해서 해결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원총은 대학원생들과 만날 수 있는 창이니까요. 그래서 바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는 바로 하고 예산이 마련되어야 할 부분은 논의해서 진행하고 있습니다.”

대학이 대학원생들을 역량있는 연구자로 길러내기 위해서는 전공 관련 연구프로젝트의 기회 확보와 재원 마련이 절실하다. 교과부에서는 최근 BK21 PLUS 사업(이하 BK21)계획을 확정·공고했다. 탄력정원제나 조교제도 개선안 같은 경우도 BK21의 평가항목 중 제도혁신분야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박정호 원장은 BK21 사업의 중요성과 이를 위한 학교의 노력을 강조했다. “학교 전체가 BK21 사업에 올인하다시피 하고 있습니다. 대학원에 장학금이 충분히 마련되지 않으면 대학원 지원률이 떨어지게 되고 결과적으로는 대학원 운영에 차질을 빚을 수밖에 없게 되기 때문입니다.” 연구경쟁력 확보를 위해 학교는 우선 정원과 관련하여, 직장인 지속교육 목적의 특수대학원을 최소화시키고 연구 중심의 일반대학원은 확대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 입시제도의 변화도 있다. 학부와 대학원의 연계를 위해 학석사연계 및 통합과정이 확대 시행될 것이고, 석사과정과 박사과정 진학시 반드시 동일학과 출신이어야 했었던 기존의 전공제한조건도 대폭 완화될 것이다.

연구성과로 선입견을 깰 수 있다

마지막으로 대학원장으로서 대학원생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을 물었다. “학부생에게는 학점이 중요합니다. 그러나 대학원생들은 학점보다 자신이 사회에 가지고 나갈 수 있는 논문과 연구업적을 쌓아야 합니다. 대학원생들은 학벌보다 자신의 논문을 통해 사회에서 평가를 받습니다. 연구성과를 만들어가는 과정에서 지도교수와의 관계도 중요합니다. 연구중심의 차원에서 사제관계를 잘 형성해야 합니다. 자신의 논문은 졸업 이후에도 계속 대학원생들을 따라다닐 것입니다. 의미있는 연구성과를 내는 것이 중요합니다. 제게서 첫 번째 박사학위를 받았던 제자가 지금 고대에서 교수를 하고 있는데, 그는 박사시절에 SCI급 학술지에 열두 편 정도의 논문을 싣기도 했습니다. 반드시 외국에서 공부해야 한다는 선입견을 자신의 연구성과를 통해 깨뜨린 셈입니다. 연구에 집중하시기 바랍니다.”

■ 인터뷰: 박해경, 박성태 기자
■ 정리: 박성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