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별금지법제정연대 조혜인 공익인권변호사

어떤 사회가 차별 없는 사회인가? 그런 사회는 지금 우리가 살아가는 사회와 얼마나 다른가? 차별금지법을 둘러싼 사회적 논의가 진행 중이다. “모든 국민은 법 앞에 평등하다”라는 대한민국 헌법 제11조 1항의 원칙을 구체적으로 실현할 수 있는 기본법의 필요성은 꾸준히 제기되어 왔다. 국내뿐만 아니라 국외적으로도 그러한데, 지난해 10월 25일 UN인권이사회는 국가별인권상황정기검토(UPR)를 통해 한국정부에 포괄적 차별금지법의 조속한 제정을 권고한 바 있다. 올해 2월 법무부는 이를 수용하겠다는 입장을 밝혔고, 19대 국회에서는 통합진보당 김재연 의원과 민주통합당 김한길, 최원식 의원이 각각 큰 틀에서는 유사하나 세부적으로는 차이가 나는 세 개의 차별금지법안을 대표발의하여 제출한 상태다. 그러나 개신교계가 주축인 ‘차별금지법 반대 범국민연대’를 비롯한 여러 단체들은 차별금지법이 양심·종교의 자유·행복추구권 등을 침해할 소지가 있다며 차별금지법을 반대하고 있는 실정이다. 본지에서는 차별금지법제정연대에서 활동하고 있는 조혜인 공익인권변호사를 만나 차별금지법을 둘러싼 쟁점들에 대해 들어보았다.

평등이념의 구현과 차별금지법

한국에도 장애인 차별금지법이나 고용상 연령차별금지법 등 이미 개별적인 차별금지법들은 존재한다. 그렇다면 포괄적 차별금지법안의 목적과 필요성은 어디에 있을까? 조혜인 변호사는 예방과 구제, 그리고 차별의 포괄성에 대해 강조했다. “대한민국 헌법 제11조, 세계인권선언, 인권규약 등을 실현하기 위한 법이 바로 차별금지법입니다. 헌법의 평등이념에 따라 성별, 장애, 인종, 학력, 가족형태, 종교, 사상, 성적지향 등으로 인한 차별을 금지하기 위한 것이죠. 차별을 예방하고 피해자를 구제하기 위해 차별금지법이 필요합니다. 무엇이 차별이고 무엇이 차별의 예외가 될 수 있는가? 국가의 역할은 무엇인가? 이에 대한 상세한 준거가 필요합니다. 차별과 관련해서 개별적 관점으로는 포착되지 않는 영역이 항상 있습니다. 사회는 급변하고 있고 차별의 양상은 갈수록 다양해지고 있습니다. 차별은 포괄적인 관점에서 파악해야 할 문제입니다. 남녀차별금지법이나 장애인차별금지법이 있습니다만 여성이면서 동시에 장애인인 사람도 있기 마련입니다.”

차별금지법제정연대는 차별금지법에 공감하는 다양한 개인들과 시민사회조직들의 연대체로 2010년 12월에 발족했다. 차별금지법제정연대의 결성 과정은 우리나라의 지지부진했던 차별금지법 제정 시도 과정과 관련되어 있다. “2006년 참여정부 시절, 국가인권위원회의 권고에 따라 차별금지법이 2007년 10월에 입법예고되었습니다. 그러나 당시 재계에 반대가 거셌습니다. 재계에서는 학력이나 피부색 등 공공연한 차별을 통한 이익을 이미 누리고 있었기 때문이었죠. 교계에서는 성적 지향에 대한 반대가 컸습니다. 그래서 법제처 심의로 넘어갈 때는 학력, 성적 지향, 병력, 출신 국가 등 7개 항목이 제외되었습니다. 그러자 차별에 반대하는 시민단체의 행동이 나타나기 시작했죠. 그때 17대 국회에서는 7개 항목이 제외된 법무부의 안과 노회찬 의원이 새로 대표발의한 안이 있었는데, 결국 둘 다 국회를 통과하지 못하고 2008년 5월 회기만료되었습니다. 이후에도 차별금지법에 대한 국내외적 요청은 계속 있었어요. 2010년에 법무부에서는 차별금지법 특별분과위원회를 출범시켰습니다. 이전 경험에 따라 이제는 시민사회에서도 차별금지법 제정의 과정에 동참하고 적절하게 대응해야겠다는 필요성을 의식하게 되었습니다. 저희 차별금지법제정연대도 바로 그때 2010년 12월에 발족했어요. 그리고 2011년에 당시 18대 국회에서 권영길 의원이 차별금지법안을 대표발의했지만, 이 역시도 회기만료로 국회를 통과하지 못했습니다.”

조혜인 변호사에 따르면 해외에는 이미 포괄적 차별금지법이 제정된 경우가 많다고 한다. 독일의 일반평등대우법을 비롯해서 프랑스의 차별금지법이나 일본의 평등법 등이 그러한 예다. 캐나다나 뉴질랜드 같은 경우에는 이미 70년대부터 인권법이 제정된 상태이다. 19대 국회에서는 차별금지법이 통과·제정될 수 있을까? 현재 발의된 세 가지 차별금지법안의 차이와 통과 가능성에 관해 물었다.

“포괄적이라는 측면에서는 셋 다 유사합니다만, 세부적으로 보면 차이가 있습니다. 우선 김재연 의원안 같은 경우에는 차별의 구제와 관련하여 시정명령에 대한 조항이 세세하게 마련돼 있습니다. 국가인권위원회는 차별행위를 한 자에게 시정조치를 할 수 있고, 시정명령을 받은 자가 시정명령의 내용을 수행하지 않으면 인권위에서 이행강제금을 부과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물론 시정명령을 받은 이도 의견제출과 의의제기를 할 수 있구요. 손해배상도 눈여겨 봐야 하는데요. 김재연 의원안과 김한길 의원안은 손해액을 명시하고 있습니다. 차별을 가한 자는 차별을 당한 자에게 배상금을 손해액의 2배 이상 5배 이하로 지급해야 한다고 말이죠. 사실 기업 입장에서는 차별을 통해서 얻을 수 있는 이득이 있기 때문에 계산을 하게 됩니다. 차별을 통한 이득이 차별 때문에 부담해야 하는 배상액보다 더 많으면 기업은 기존에 행하던 차별을 멈추지 않을 개연성이 높습니다. 최원식 의원의 안에는 손해배상과 관련하여 ‘2배 이상 5배 이하’라고 하는 배상금액이 명시되어 있지 않습니다.

최원식 의원 안은 온라인 차별을 명시했다는 점이 특별합니다. 온라인에서 개인이나 집단을 분리·구별·제한·배제·거부하거나 불리하게 대우하는 행위를 차별로 규정했어요. 최원식 의원 안은 다만 차별의 범위에서 김한길 의원안에 ‘괴롭힘’이라고 명명된 내용, 즉 개인이나 집단의 존엄을 해치거나 수치심·모욕감·두려움을 야기하거나 적대적·위협적·모욕적 분위기를 조성하는 방법으로 신체적·정신적 고통을 주는 일체의 행위와 관련해서는 그 세부를 ‘성별, 인종, 피부색, 출신민족, 장애’ 이 다섯 가지로 한정시켰습니다. 즉 성적 지향 등을 근거로 고용 차별을 해서는 안 되지만 그 이유로 상대를 괴롭힐 수 있는 여지는 남겨두었다는 면에서 문제가 있습니다. 19대 국회에서는 어떻게 될지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이미 포괄적 차별금지법의 국내외적 요청이 강한 편이므로 차별금지법은 제정되어야 하는 상황입니다. 사회적 공감대도 커지는 중이기 때문에 19대 국회에서는 차별금지법이 통과될 수 있으리라 기대합니다.”

차별금지법이 기존의 차별의식을 밝힐 수 있다

차별금지법에 반대하는 목소리는 여전하다. 특히 보수적인 개신교계의 반발이 눈에 띈다. 이에 대한 조혜인 변호사의 견해를 들어보았다. “아까도 말씀드렸듯이 차별금지법은 헌법이 보장한 것입니다. 현재의 차별로 인해 고통 받는 사람이 실제로 많이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합니다. 그리고 차별금지법을 악법으로 여기는 일부 반대 진영이 있는데, 그곳에서 하는 말을 들어보면 대체로 없는 말을 만들어내는 경향이 있습니다. 차별금지법이 있으면 각자의 종교적 자유나 표현의 자유가 사라질 것처럼 왜곡, 과장, 선동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러나 차별금지법은 합리적인 이유가 없는 경우의 차별 행위에 대한 대책을 마련하자는 것을 골자로 하는 상식적인 법안입니다. 어떻게 보면 반대 현상을 통해 사람들이 공공연하게 가져왔으나 문제시되지 않았던 차별의식이 드러나는 것이라고 볼 수도 있습니다. ‘이 정도는 차별해도 되지 않나?’ 라는 사람들의 의식이 밝혀진 것이죠. 바로 이러한 현상이 차별금지법의 필요를 보여주는 지점이라 할 수 있습니다. 다른 사람의 기본권을 해치는 방식으로 자신의 기본권을 지킬 수는 없습니다.”

마지막으로 차별금지법제정연대의 활동가로서 본교 원생들에게 전하고자 하는 말이 있는지 물었다. “한국사회에서 차별은 계속 심해지고 있습니다. 차별과 관련이 없는 사람은 없을 것입니다. 차별의 양상을 구체적으로 보여주고, 이것이 차별인지 반성적으로 돌아볼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라도 차별금지법의 제정이 필요합니다. 차별금지법을 통해 사람들의 의식도 조금씩 바뀔 수 있을 것입니다. 차별금지법은 차별을 예방하고 피해자를 구제할 수 있는 시작이고 토대가 될 것입니다.”

박성태 기자 clsrnofu@korea.ac.kr